[2026 신춘문예 ‘시’ 심사평] 개인의 미감, 보편의 미감으로 바꾸는 능력 탁월

창간 80주년을 맞이한 경남신문의 2026년 신춘문예 시 부문에는 총 1610편의 옥고를 보내왔다. 여느 해와 견줄 수 없을 정도로 증가한 응모작을 보며 심사위원 2인은 날로 더해가는 경남신문 신춘문예의 위상과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가지고 있는 시에 대한 애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이러한 수치와 의미는 심사에 임하는 태도와 마음을 한층 더 삼가게 했다.
시를 심사한다는 것은 삶을 평가하는 일이 아니다. 다만 저마다 살아온 시간과 마주한 대상과 품게 된 사유를 얼마나 미학적인 방식으로 표현했는가를 살피는 일이다. 정독과 재독을 거듭한 끝에 중점적으로 논의할 4인의 응모자를 선정했다.
‘변소의 여왕’ 외 2편은 현실적 상상력을 통해 현실이 미처 지니지 못한 아름다움을 온전히 채우고 복원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다만 총 3편의 투고작 가운데에서도 완성도의 편차가 느껴지는 아쉬움이 있었다. ‘접촉의 방식’ 외 4편은 탄탄한 구조를 통해 정감과 시상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하지만 일말의 불안 탓인지 읽는 이의 몫을 남겨두지 않고 작품의 답을 정해둔다는 인상을 받았다. ‘시룻번’ 외 2편은 끝까지 놓지 못했다. 편편마다 신뢰감 있게 끌고 나가는 진술이 돋보였고 어느 순간 이미지 하나만을 툭 부려 놓고 끝내는 방식도 안정적이었다. 우리가 신춘문예에서 기대하는 활력과 새로움의 관점에서 다소 벗어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사과가 맛없을 때’ 외 3편을 당선자로 정한다. 시인은 독특한 감각을 담백한 언어로 표현함으로써 개인의 미감을 보편의 미감으로 온전히 바꾸어내는 탁월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정확한 문장을 구사할 수 있는 시인만이 끝내 그 문장을 자유롭게 풀어 둘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상기할 수 있었다. 앞으로 더 정확해지기를, 그리하여 더 멀리 나아가기를 당부드린다. 당선자에게는 축하를, 낙선자에게는 위로를 드린다. 다만 당선자든 낙선자든 이미 내 삶을 시로 쓰고 있으니 모두에게 다시 축하의 마음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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