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1억 공천 헌금' 강선우 제명… '비명횡사' 2024년 총선 공천으로 의혹 번질라

김현우 2026. 1. 1.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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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우 탈당 선언에 심야 긴급최고위 소집
강 의원 제명, 김병기 전 원내대표 징계 청구
"김 전 원내대표 거취 결단 불가피" 목소리
지난달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0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김병기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강선우 의원이 대화를 나누며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왼쪽 아래는 이들을 바라보는 정청래 대표. 뉴스1

2022년 지방선거 '1억 원 공천 헌금' 수수 의혹을 받는 강선우 의원이 1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했지만, 불똥이 총선 불법 정치자금 의혹으로까지 번졌다. 강 의원 공천 헌금 수수 사실을 묵인했다는 의혹을 사는 김병기 전 원내대표에게 서울 동작구 전 구의원들이 2020년 총선을 앞두고 현금 수천만 원을 전달했다 3~5개월 뒤 차례로 돌려받았다고 주장하면서다. 이들은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당대표이던 2024년 총선 공천을 앞두고 관련 탄원서를 민주당에 제출했다는 입장이어서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는 모양새다. 당내에서는 김 전 원내대표도 거취 결단이 불가피해졌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25년 7월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답변을 준비하고 있다. 정다빈 기자

강선우 탈당 정도로는 사태 수습 어렵다는 위기감

민주당은 이날 강 의원이 탈당을 선언한 직후 심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강 의원을 전격 제명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였다. 김 전 원내대표에 대해서도 중앙당 윤리심판원에 신속한 징계 결정을 요청키로 했다.

지난해 8월 주식 차명 거래 의혹을 받던 이춘석 의원이 자진 탈당하자 이튿날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이 의원에 대한 제명을 지시했던 것보다 신속한 대응이다. 공천 비리 의혹에 대한 확실한 절연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강 의원 탈당 정도로는 사태 수습이 어렵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는 앞서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뒤 기자들과 만나 "끊어낼 것은 끊어내고 이어갈 것은 이어가겠다"며 칼을 빼 들었다. 김 전 원내대표에 대해 지난달 25일 윤리감찰을 지시한 사실을 뒤늦게 공개하면서다. 당시에는 현직 원내대표였던 만큼 감찰 사실을 비공개로 했지만 사정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6·3 지방선거 공천을 앞둔 상황에서 당의 공천 신뢰도를 근본적으로 훼손할 수 있는 악재가 터진 만큼 엄중한 대처가 불가피하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는 이날 "지위고하 막론하고 윤리감찰의 대상이 되면 비켜갈 수 없다. 어느 누구도 예외일 수 없고 성역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1억 원 공천 헌금' 묵인 의혹을 포함해 김 전 원내대표에 대한 고강도 감찰을 진행했다. △차남 숭실대 편입 과정 개입 의혹 △대한항공 호텔 숙박권 수수·의전 요구 의혹 △국정원 직원인 장남이 자신 업무에 보좌진을 동원한 의혹 △김 전 원내대표 배우자의 구의회 업무추진비 사적 유용 의혹 등이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원내대표직 사퇴를 밝히기 앞서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뉴스1

2020년·2024년 총선 공천 문제로까지 번질라

민주당이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의원들이 직접 선출했다"며 감싸던 김 전 원내대표에 대해 '신속한 징계 요청'이라는 초강수를 둔 것도 그만큼 위기감이 크다는 방증이다. 2020년 총선 공천 불법 정치자금 의혹으로까지 사태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선제 조치 성격인 셈이다.

특히 동작구 전 구의원들이 작성한 탄원서가 2024년 총선 공천을 앞두고 이수진 당시 동작을 의원을 통해 당 지도부에 전달했고 이후 당 윤리감찰단으로 넘겨졌지만, 김 전 원내대표 측이 이를 무마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김 전 원내대표는 당시 총선 예비후보자검증위원장 겸 공천관리위원회 간사로 비명(비이재명)계를 학살하는 이른바 '비명횡사' 공천을 주도했다. 더욱이 당시 당대표가 이재명 대통령이었던 만큼 불똥이 청와대로 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김 전 원내대표 비위 의혹은 당에서 처리할 문제"라고 말을 아꼈다.

김병기 민주당 전 원내대표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 관련 탄원서. 제보자 제공

강 의원이 이날 내놓은 해명도 김 전 원내대표와 관련한 또 다른 의혹의 불씨를 낳은 측면이 있다. 강 의원은 2022년 4월 20일 김경 서울시의원에게 받은 돈을 A 사무국장이 보관 중이라는 보고를 받자마자 민주당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회 간사인 김 전 원내대표에게 보고했다고 한다. 최근 공개된 녹취 파일에서 김 전 원내대표와 강 의원이 1억 원 문제를 논의한 시점(21일)보다 하루 빠르다. 강 의원은 해당 녹취는 김 전 원내대표 지시에 따라 대면보고를 하는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당내에서는 공천 헌금 문제를 이미 인지한 상태에서 강 의원을 불러 대화를 녹음한 데 대해 김 전 원내대표가 자신의 법적 책임을 면하기 위한 의도가 있었음을 드러내려는 강 의원의 폭로 성격이 아니겠냐는 해석이 나온다.

김현우 기자 with@hankookilbo.com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문지수 기자 doo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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