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명동거리 환호성 뒤에는 40톤 쓰레기가…환경미화원 동행해보니

이수민 기자(lee.sumin2@mk.co.kr) 2026. 1. 1.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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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맞이 서울 중구 환경미화원 동행취재
2026년 1월 1일 새벽 1시께 환경미화원 장이식 씨(58)와 정동수 씨(65)가 남대문 시장 인근의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이수민 기자]
“한 해가 또 시작됐네. 이제 출발합시다.”

2026년 1월 1일 0시, 서울 중구 중림동 한 골목에 폭죽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새해를 축하하는 폭죽 소리를 들으며 서울 중구 소속 환경미화원들이 덤덤히 생활폐기물 수거차에 올라탔다.

매년 1월 1일마다 광화문과 명동 등 서울 도심 곳곳에는 새해맞이 행사로 인파가 몰린다. 환호와 함께 새해를 맞이한 시민들이 떠난 거리에 그 자리를 묵묵히 지키는 사람들이 있다. 이날 매일경제는 영하 10도의 추운 날씨에도 자신의 일을 해내는 환경미화원들의 발자취를 따라가 봤다.

이날 오전 0시 40분께 명동 일대 행사와 교통 통제가 마무리되고 인파가 해산하자 7년 차 환경미화원 정동수 씨(65)와 10년 차 환경미화원 장이식 씨(58)의 쓰레기 수거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들은 중구 환경미화원들의 차고지인 중림동 실로암주차장에서 출발해 신세계백화점 본점과 남대문시장을 거쳐 서소문 쓰레기 중간처리장까지 생활폐기물을 수거했다. 평소 두 사람이 담당하는 구역은 북창동·소공동·중림동·회현동·정동 일대다.

이들의 근무시간은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오전 4시까지다. 저녁 시간대에는 쓰레기를 수거하기 편하도록 미리 골목에서 도로 쪽으로 모아두고, 인적이 드문 심야 시간에 차량을 이용해 수거한다. 수거한 쓰레기는 중간처리장에 배출하는데, 이를 새벽까지 여러 차례 반복하는 것이 이들의 하루 일과다.

정씨는 수거차를 운전하고, 장씨는 도보로 이동하며 쓰레기를 수거한다. 장씨가 도로에 쌓인 쓰레기를 걷어 올리면 정씨가 대형 수거차를 몰고 그 뒤를 따른다. 수거차가 크고 높기 때문에 수시로 차량에 오르내리는 일만으로도 상당한 체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2026년 1월 1일 새벽 1시께 환경미화원 장이식 씨(58)가 남대문 시장 인근의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이수민 기자]
연말연시는 평소보다 더 분주하다. 이날도 두 사람은 한 시간 일찍 출근해 쓰레기를 수거했다. 크리스마스 시즌과 신년 행사로 명동 일대에 관광객이 몰리면서 쓰레기양도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중구청에 따르면 명동에서만 하루 평균 약 31t에 달하는 쓰레기가 배출되는데, 연말에는 40t에 달하기도 한다.

특히 이날 신세계백화점 본점 일대에서 중구가 주최하는 ‘2026 카운트다운 쇼 라이트 나우’ 행사가 열리는 바람에 외국인 관광객과 시민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치워야 할 쓰레기양이 더욱 늘었다.

장씨는 “코로나19 시기에는 관광객도 없고 조용했지만 요즘은 이 지역에 다시 사람이 많아졌다”며 “생활폐기물이 2.5t 차량 기준 기본 4대 분량, 재활용폐기물은 5대 분량이 나온다”고 말했다. 쓰레기 대부분은 상점과 음식점에서 나오는 박스와 비닐류다.

이들이 작업하면서 가장 신경을 쓰는 건 ‘사람’이다. 쓰레기가 행인이나 차량에 튈 경우 세차비나 세탁비를 배상해야 하는 일이 생긴다. 특히 불법 주정차 차량이나 취객이 많은 새벽 시간에는 사고 위험도 커 항상 긴장을 한다.

이날도 ‘퍽’하며 쓰레기봉투가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정씨는 “봉투에 무엇이 들었는지는 예측 불허”라며 “무게가 너무 무겁거나 음식물이 넘치면 터지기 쉬운데, 미화원도 당황스럽지만 시민 입장에서도 불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가능하면 쓰레기는 적당한 무게로 담고, 음식물은 일반쓰레기에 섞지 말아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그럼에도 이들이 추운 새벽을 버텨낼 수 있는 가장 큰 힘 역시 ‘사람’이다. 정씨는 “청소 중에 시민들이 고맙다고 인사하거나 음료수를 건네주면 힘이 난다”며 “몸이 지치고 힘들어도 그런 따뜻함 덕분에 이겨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도 가족과 함께 새해를 맞이하지 못하는 점은 아쉽다고 했다. 그래도 새해 첫날의 마음가짐은 늘 새롭다. 정씨는 “1월 1일에 첫 출근을 할 때면 ‘지난 한 해도 무사히 잘 달려왔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장씨도 “깨끗해진 거리를 보면 정말 보람차다”며 “새해에도 이렇게 보람차게 일을 해야겠다. 무탈하게 한 해가 또 지난다면 더 바랄 게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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