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고환율인데 코스피는 세계 1등…전례 없는 괴조합, 새해도 이어질까 [투자360]
원화 가치 폭락에도 코스피 기록적 성장
새해도 환율·주가 ‘디커플링’ 계속될까?
![2025년 증시 폐장일인 3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모니터에 코스피, 코스닥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1/01/ned/20260101224209031qrid.jpg)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2025년 연 평균 환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상황 속에서도 코스피 상승률은 75%를 넘어 주요 20개국(G20) 중 1위를 차지했다. 원화 가치의 폭락과 주식시장의 폭등이라는 전례를 찾기 힘든 조합이 현실화한 것이다.
새해에도 원화 가치와 주가 사이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일단 시장에서는 환율이 고비를 넘겨 시나브로 안정되면서 2025년처럼 극단적인 디커플링이 나타날 가능성은 작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올해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 연 평균 환율은 1421.97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1998년 외환위기 당시 평균치(1394.97원)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1276.35원)보다도 높은 역대 최고치다.
반면, 주가는 천장을 뚫고 치솟았다. 2025년 코스피는 전년 말(2399) 대비 75.6% 오른 4214.17로 마감했다.
주요 20개국 및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2위 칠레(57%·29일 종가 기준)와 비교해도 수익률이 20%포인트 가깝게 높다. 일본은 27%, 중국은 18%, 미국은 17% 상승했다.
이에 올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전년 말보다 77.1% 증가한 3478조원을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3000조원을 돌파했다.
통화 가치의 폭락과 주가의 기록적인 상승은 전례를 찾기 힘든 조합이다. 통상 국내 주식이 활황일 경우에는 외국인의 투자가 집중되면서 원화도 강세를 나타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났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가가 예상보다 많이 올랐다는 사실보다는 ‘원화 약세’와 ‘코스피 상승’이라는 조합이 당혹스러웠다”며 “역사적으로도 코스피의 추세적 상승 국면에서 원화 약세를 나타냈던 경우는 없었기에 더 곤혹스러웠다”고 설명했다.
기현상의 이면에는 국내 증시 활황에도 해외투자를 이어갔던 국내 투자자의 자금 흐름 등이 영향을 미쳤다. 애초 국내 증시에 불을 붙인 것은 외국인이 맞았으나, 이에 넘어설 정도로 국내 투자자의 해외 투자 열풍도 거셌다.
투자자별 자금 흐름을 보면 외국인은 2025년 전체에서 9조원을 순매도했지만, 5월부터 10월까지는 19조5000억원을 순매수하며 주가 상승기의 흐름을 견인했다.
김학균 센터장은 “한국 가계의 미국 주식 투자는 코로나 팬데믹 국면이었던 2020년부터 본격화됐는데, 2025년의 순매수 규모가 가장 컸다”며 “기관투자가까지 포함하면 대미 주식투자 규모는 훨씬 더 커진다”고 분석했다.
이어 “과거 환율이 급등하는 국면에서는 한국경제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면서 외국인 투자가들이 한국 주식을 공격적으로 순매도하는 모습이 공통으로 나타났는데, 올해는 한국 투자자들의 자발적 포트폴리오 다변화의 결과로 대미 주식투자가 급증했기 때문에 원화 약세와 코스피 상승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2025년은 전례가 없는 기현상이 일어났지만, 새해에도 이러한 흐름이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일단 시장에서는 환율이 차츰 낮아지면서 비교적 안정을 찾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최근 환율 흐름이 나쁘지 않다. 3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전 거래일보다 9.2원 오른 1439.0원에 마감됐지만, 비상계엄 등의 영향으로 격변에 휩싸였던 1년 전 주간 거래 종가와 비교하면 33.5원 하락했다.
시장에서도 경상수지 흑자와 국장 복귀 흐름 등을 전제로 환율의 완만한 하락을 점치고 있다. 현재의 고환율을 국제수지표로 나눠 분석하면 탄탄한 경상수지 흑자로 인한 달러 공급이 해외 투자로 모두 소진되면서 나타난 결과다.
그러나 새해에는 경상수지 흑자는 유지되는 가운데 해외 투자는 국장 투자 확대로 줄어들면서 환율이 차츰 안정될 것이라는 논리다.
김학균 센터장은 “한국이 달러를 벌어들이는 기초체력은 과거 어느 때보다 강해졌다”며 “특정 국가가 달러를 벌어들일 수 있는 본질적 역량을 측정할 수 있는 잣대는 경상수지인데, 최근 한국의 경상수지는 안정적인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장기 박스권에 머물렀던 한국증시를 떠나 미국으로 향했던 ‘국장 탈출은 지능 순’이었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는 점도 원/달러 환율의 하락 반전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라며 “원/달러 환율 하락 국면에서는 비달러 자산으로서 한국 주식의 상대적 매력이 주목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새해 환율이 점진적으로 하락하고 이에 국내 증시의 매력이 더 커지는 긍정적인 순환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주요 증권사 11곳(NH투자증권·현대차증권·대신증권·KB증권·신한투자증권·삼성증권·한국투자증권·한화투자증권·키움증권·iM증권·하나증권)은 내년 코스피의 예상 범위를 3500∼5500으로 잡았다. 현재 코스피 지수가 4000대 초반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체적으로 상승 흐름을 예상한 셈이다.
다만, 환율의 레벨 자체가 높아졌다는 점에서 환율의 안정이 빠르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지는 않다. 1400원대로 이미 올라온 눈높이가 즉각 1300원대까지 떨어지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한국수출입은행은 ‘2026년 경제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새해 말 원/달러 환율 전망치를 1400원으로 제시했다.
연구소는 “미국 달러화 약세, 경상수지 흑자 기도 유지 등으로 올해보다 원화 약세 흐름이 완화될 것”이라면서도 “미국 관세 정책으로 인한 수출 위축과 미국산 에너지 추가 수입에 따른 단가·운송비 상승, 현지 투자 의무 이행 등이 대외수지에 부담으로 작용해 원화 가치 상승 폭은 제약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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