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 정치적 주체 재도약-변방 세력 고착화 기로
“공천=당선” 구태 사슬 끊을 ‘지방정치 개혁’ 골든타임

새해는 6·3지방선거의 해다.
동시에 지난 정치 격변 이후 출범한 새 정부의 첫 민심 평가이기도 하다. 계엄사태와 국정 혼란 끝에 퇴장한 윤석열 정부 이후 새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집권 2년 차를 맞은 중간평가 성격을 띠고 있어 정국 향방의 가늠자로 꼽힌다.
지방선거는 단순한 지방권력 재편을 넘어 새 정부의 국정 방향에 대한 국민적 판단이 투영되는 정치 일정이다.
특히 대구·경북(TK)은 이번 선거의 의미가 남다르다.
한때 보수 정치의 심장으로 불리던 이 지역은 최근 몇 년 사이 정치적 존재감과 정책 담론에서 눈에 띄게 밀려났다. 정권 교체의 충격과 보수 정치의 몰락이 겹치면서 TK는 중앙 정치 무대에서 더 이상 주도적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방선거는 TK가 다시 정치적 주체로 복원될 수 있는지 아니면 변방으로 굳어질 것인지를 가르는 분기점이다.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국 각지에서 출마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대구·경북 역시 예외는 아니다.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지방의회 후보까지 출마 러시가 이어지며 선거판은 이미 과열 조짐을 보인다. 그러나 숫자가 많다고 선택지가 풍부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유권자 앞에는 더 무거운 과제가 놓였다. 누가 진정으로 지역의 미래를 설계할 준비가 돼 있는가를 가려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지방선거는 중앙 정치의 연장선에서 소비돼 왔다. 정당 간 대결 구도가 전면에 놓였고, 후보 개인의 정책 역량이나 행정 경험은 부차적인 요소로 밀려났다.
특히 TK에서는 '당 공천=당선'이라는 오랜 공식이 작동하며, 검증 없는 후보들이 지방 권력을 이어받는 일이 반복됐다. 그 결과는 분명하다. 산업구조는 낡았고 청년은 떠났으며 지역 경제는 장기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구·경북이 처한 현실은 엄중하다. 제조업 중심 산업 구조는 한계에 다다랐고 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전국 최고 수준이다. 수도권과의 격차는 더 벌어졌고 신산업 유치와 청년 정착 전략은 구호에 그친 경우가 적지 않다.
이 같은 구조적 문제를 돌파하려면 지방 권력의 성격부터 달라져야 한다. 행정의 연속성과 안정성만을 앞세우는 관리형 리더십으로는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유권자가 던져야 할 질문은 분명하다. 내가 선택한 후보가 중앙정부와 협상할 수 있는 정책 역량을 갖췄는가 지역 산업의 전환과 재편에 대한 구체적 비전을 갖고 있는가. 무엇보다도, 지역을 정치적 발판이 아니라 삶의 터전으로 인식하고 있는가. 말뿐인 개발 공약이 아니라, 재원과 실행 경로가 분명한 계획을 제시하는가가 검증의 기준이 돼야 한다.
새 정부 출범 초기라는 점도 중요하다. 지방정부는 앞으로 중앙정부 정책을 가장 먼저 실행하고, 때로는 조정하는 최전선에 서게 된다. 지방자치단체장의 역할은 단순 집행자가 아니라 지역의 이해를 관철시키는 협상가이자 조정자다. 중앙 권력과 무작정 대립하거나 반대로 무비판적으로 추종하는 태도 모두 위험하다. 균형 감각과 현실 정치 감각을 동시에 갖춘 인물이 요구된다.
보수 정치의 몰락 이후 TK의 정치지형은 혼란기에 들어섰다. 과거의 구호와 정체성만으로는 유권자의 마음을 붙잡기 어려운 시대다. 이념이나 진영 논리보다 중요한 것은 삶의 변화다. 일자리가 늘어나는가, 청년이 돌아오는가, 지역 산업이 살아나는가에 대한 답을 제시하지 못하는 정치인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
지방선거는 국가 발전과 지역 발전이 만나는 지점이다. 지방이 살아야 국가가 산다는 말은 수사가 아니라 현실이다. 특히 대구·경북처럼 한 축을 담당해 온 지역이 침체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국가 전체의 성장 동력 역시 약화될 수밖에 없다. 이번 선거는 그 흐름을 되돌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유권자의 선택은 결국 지역의 미래를 결정한다. 단순한 출신, 정당 간판, 익숙한 이름에 기대는 선택은 더 큰 후회를 낳을 수 있다. 필요한 것은 '누가 나왔는가'가 아니라 '누가 준비돼 있는가'를 묻는 태도다. 지방선거는 이벤트가 아니라, 지역의 운명을 좌우하는 책임의 시간이다.
새해, 대구·경북은 다시 질문 앞에 서 있다. 침체의 늪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활력의 계기를 만들어낼 것인가. 답은 정치인이 아니라 유권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 이번 지방선거는 그 선택의 무게를 다시 한번 일깨우는 시험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