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만능열쇠 된 AI…구리광산 데이터 분석만으로 2억달러 캤다

박소라 기자(park.sora@mk.co.kr), 이유섭 기자(leeyusup@mk.co.kr) 2026. 1. 1.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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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發 생산성 혁명

밤을 새워가며 수백 장의 실험 결과지를 뒤적이던 생화학 연구실의 풍경은 이제 모니터 앞 클릭 몇 번으로 바뀌었다.

생화학자들이 인공지능(AI)을 통해 2억개에 달하는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즉각 확인하면서다. 구글 딥마인드가 AI 기반으로 만든 단백질 구조 예측 플랫폼 ‘알파폴드(AlphaFold)’ 덕분이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알파폴드가 예측한 2억개의 단백질 구조는 기존 실험 방식으로는 4억년이 걸렸을 연구를 불과 몇 주로 단축한 진전”이라고 했다. 단백질 구조 파악은 신약 개발의 출발점이다. 2024년 등장한 모델 ‘알파폴드 3’는 이제 단순한 형태 파악을 넘어 단백질이 DNA나 각종 약물 분자와 어떻게 결합하는지까지 정밀하게 예측한다.

홍콩과 뉴욕에 거점을 둔 인실리코 메디신은 통상 4~5년 걸리던 신약 후보물질 발굴과 검증 과정을 18개월로 단축했다. 이를 통해 수천만 달러가 들던 초기 연구개발(R&D) 비용을 260만달러(약 36억원) 수준으로 크게 낮췄다. AI가 실패할 확률이 높은 후보물질은 초반부터 과감하게 제외해준 덕분이다.

실험실 혁명은 진료실로 이어진다. LG AI연구원의 ‘엑사원 패스’는 암세포 조직의 슬라이드 이미지를 분석해 유전자 변이 가능성을 예측한다. 큰 비용을 지불하고 꼬박 2주를 기다려야 했던 유전자검사 결과를 AI는 1분 안에 분석해 의사 판단을 돕는다.

AI가 만들어낸 생산성 혁명은 대형 장비가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중공업 현장에서도 느낄 수 있다.

미국 애리조나주 배그대드 구리 광산에서 일하는 기술자들은 과거엔 광석 투입량과 물의 비율을 맞추기 위해 종일 수동밸브를 조절해야 했다. 기술자의 노하우나 정해진 매뉴얼에 의존하던 이 작업은 이제 미국의 구리 생산기업 ‘프리포트 맥모런’이 구축한 AI 모델이 대체했다.

이제 AI는 복잡한 변수를 스스로 추론해 상황에 맞는 최적의 솔루션을 내놓는 단계로 진화했다. 실제로 이 AI 모델은 1초마다 센서 데이터를 분석해 ‘물의 양을 3% 줄여라’는 식으로 구체적인 지시를 내린다. 최적값을 따르자 구리 생산량은 10% 늘었다. 새로운 설비투자 없이 오직 데이터 분석만으로 연간 2억달러(약 2800억원)의 가치를 캐낸 셈이 됐다.

영국 석유기업 쉘의 해상 유전에서는 ‘C3 AI 예지보전(Predictive Maintenance)’ 시스템이 수천 개의 밸브를 감시한다. 과거엔 엔지니어가 축구장만 한 공장을 돌며 육안으로 점검했지만, 이는 문제가 터진 뒤 대응하거나 매뉴얼대로 체크리스트를 채우는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금은 양상이 달라졌다.

AI가 미세한 진동과 온도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추론해 고장 시점을 미리 예측하고 대처 방안을 먼저 내놓는다. 현장에 배치된 태블릿PC에는 ‘B구역 펌프의 미세 진동이 커짐. 48시간 이내 고장 확률 92%’라는 경고문이 뜬다. 엔지니어는 기계가 멈추기 전에 필요한 부품만 골라 교체한다. 이 덕분에 불시 가동 중단 시간은 20% 줄었고, 유지보수 비용도 15% 절감했다.

건설 현장에서 최근 주목받는 건 미국 페이스북 모회사인 메타의 ‘저탄소 콘크리트’ 프로젝트다. 시멘트 제조는 세계 탄소 배출의 8%를 차지하지만 강도를 유지하며 탄소를 줄이는 최적 배합을 찾는 건 난제다. 메타는 AI에 1000개 이상의 화학 공식을 학습시켰다. AI는 기존보다 탄소 배출을 40% 줄이면서도 강도는 높은 새로운 배합 비율을 하루 만에 찾아냈다. 인간 연구원이라면 수백 번 시행착오를 거쳐야 달성했을 결과다. 메타는 AI가 찾아낸 공식대로 만든 콘크리트를 일리노이주 데이터센터 건설에 투입하고 있다.

김현재 연세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이제 기업 경쟁력의 척도는 ‘얼마나 큰 공장을 가졌느냐’에서 ‘얼마나 똑똑한 AI로 시간과 자본을 아끼느냐’로 이동했다”며 “AI 생산성 혁명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AI는 기업의 물류 창고부터 패션·뷰티·인테리어 분야까지 파고들고 있다.

물류는 배송 속도를 높이는 단계를 넘어 로봇이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피지컬 AI’ 시대로 진입했다.

미국 최대 유통기업인 아마존은 ‘세쿼이아(Sequoia)’ 시스템과 이족 보행 로봇 ‘디짓(Digit)’을 결합해 실전 배치했다. AI 로봇이 선반을 통째로 작업자 앞까지 가져오고 빈 상자를 정리하기 시작하면서 재고 확인 속도는 75% 빨라졌고, 주문 처리 시간은 25% 단축됐다. 블랙프라이데이와 같은 물동량 폭증기에도 인력 증원 없이 대응하게 됐다.

유통회사들은 생성형 AI를 이용해 ‘검색’ 시대를 끝내고 ‘고객과 대화’ 시대를 열고 있다. 유럽 최대 패션 플랫폼인 잘란도(Zalando)는 최근 오픈AI 기반으로 ‘잘란도 어시스턴트’를 도입했다. 고객이 “그리스 산토리니에 가는데 입기 편한 옷 추천해줘”라고 말하면 AI가 날씨와 장소까지 고려해 완벽한 코디를 제안한다. 단순 키워드 매칭이 아니라 고객 상황을 이해하고 대화하며 취향에 맞춰주는 방식이다.

‘데이드림’이란 AI 쇼핑 플랫폼도 업계에서 화제다. 구글 출신들이 만든 이 서비스는 검색창에 단어를 조합해 넣는 대신 ‘도쿄 여행 가서 입을 힙한 스트리트 패션’이라고 입력하면 AI가 모든 쇼핑몰을 뒤져 알맞는 제품을 찾아준다.

뷰티 산업은 AI 기술과 결합해 ‘뷰티 테크’로 진화했다. 프랑스 화장품기업 로레알은 생성형 AI 기반으로 ‘뷰티 지니어스’를 도입했다. 애플리케이션에 자신의 피부 사진을 올리고 고민을 털어놓으면 AI가 상태를 진단하고 꼭 맞는 제품을 추천한다. AI는 새로운 화장품 원료까지 발굴하고 있다. 유니레버는 AI 시뮬레이션을 통해 수백만 개의 분자 조합을 분석해 피부 장벽을 강화하는 새로운 ‘마이크로바이옴’ 기술을 찾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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