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창구의 변화… ‘대리업’ 도입, 금융 혁신인가 책임 분산인가

주형연 2026. 1. 1.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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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은행이 직접 수행해 온 일부 금융 업무를 제3자가 대신 처리하는 '은행 대리업' 도입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금융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은행 창구의 물리적 경계를 허무는 은행 대리업은 금융 혁신의 새로운 실험이 될 수도 있지만 또 다른 규제 논쟁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 소비자 보호를 얼마나 정교하게 담아내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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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전환 가속… 우체국·제3자 활용한 은행 업무 분산
핀테크·플랫폼엔 기회, 은행권은 책임 구조에 ‘촉각’
소비자 보호 장치, 제도 성패 가를 핵심 변수
[연합뉴스]


올해부터 은행이 직접 수행해 온 일부 금융 업무를 제3자가 대신 처리하는 '은행 대리업' 도입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금융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당국은 디지털 전환 가속과 금융 접근성 확대를 제도 도입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혁신과 함께 책임 구조의 모호성, 소비자 보호 문제를 둘러싼 우려도 동시에 제기하고 있다.

은행 대리업은 은행 영업점이 아닌 우체국, 핀테크 기업, 플랫폼 사업자 등이 예금·대출 접수, 단순 상담 등 일부 은행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고령층과 금융 취약계층의 접근성을 높이고 점포 축소로 인한 금융 공백을 보완하겠다는 취지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정례회의에서 은행대리업 서비스와 마이데이터 활용 금리인하요구권 대행 서비스 등을 혁신 금융서비스로 신규 지정했다. 우정사업본부 외 4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과 9개 저축은행(동양·모아·센트럴·오성·SBI·인천·제이티친애·진주·한성)이 혁신 금융사업자로 지정됐다.

소비자들은 이르면 올 상반기(1∼6월)부터 전국 20여개 총괄 우체국 또는 저축은행 영업점을 방문해 시중은행의 대출 상품에 대면으로 가입할 수 있게 된다. 다만 대출의 심사와 승인 등 핵심 의사결정은 기존처럼 은행이 맡는다.

금융당국은 이미 해외 사례를 참고해 제도 설계에 착수했다. 영국과 일본 등에서는 금융기관이 제3자와 계약을 맺고 제한적인 은행 업무를 위탁하는 방식이 정착 단계에 접어들었다. 국내에서도 은행권의 비용 부담을 줄이고, 금융 서비스 전달 방식을 다양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제도가 핀테크 기업과 플랫폼 사업자에게는 새로운 성장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과의 협업을 통해 금융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계의 시선은 마냥 낙관적이지 않다. 소비자 보호 장치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으면 '편의성은 커졌지만 안전성은 약해진 금융'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가장 큰 쟁점은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다. 대리업자가 수행한 업무에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경우 은행과 대리업자 중 누가 어느 수준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불완전판매, 정보 유출, 금융사고 등 민감한 사안에서는 책임 구조가 모호할 경우 분쟁이 잦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영업은 외부에서 하지만 법적 책임은 은행이 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은행 대리업의 성공 여부는 제도 설계에 달려 있다고 입을 모은다. 대리업자의 자격 요건과 관리·감독 체계, 사고 발생 시 책임 귀속 원칙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혁신이라는 이름 아래 책임만 분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은행 창구의 물리적 경계를 허무는 은행 대리업은 금융 혁신의 새로운 실험이 될 수도 있지만 또 다른 규제 논쟁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 소비자 보호를 얼마나 정교하게 담아내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형연 기자 j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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