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들꽃의 목소리로 인간의 존재 묻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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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50만년에서 100만년 전 플라이스토세 초기, 동아시아 숲에서 태어났어요. 옛사람들은 내 잎과 줄기에서 나는 생강 향을 차와 약재로 삼아 해열과 해독에 썼답니다."
자연과 인간이라는 거대 담론에 유독 천착하는 이유를 묻자 "1970년대 첫 작업을 시작한 숙명"이라며 "아름다운 것을 창출하는 것이 예술의 전부는 아니다. 지금은 행동해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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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근원 묻는 '루시' 조각부터
DMZ 생태 복원 프로젝트까지
자연과 인간 공생 성찰 담은
40년간 조각·설치작업 한자리

"나는 250만년에서 100만년 전 플라이스토세 초기, 동아시아 숲에서 태어났어요. 옛사람들은 내 잎과 줄기에서 나는 생강 향을 차와 약재로 삼아 해열과 해독에 썼답니다."
생강나무가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느티나무는 "나는 마을 공동체의 중심이었다"고, 다래는 "내 달콤한 열매는 비타민C가 풍부해 갈증을 풀어주었다"고 말한다.
서울 서소문 서울시립미술관 1층 전시장에는 양쪽으로 길게 놓인 테이블이 있다. 관람객은 그 사이 오솔길을 걷듯 걸으며 다양한 식물의 이야기를 듣는다. 테이블 위에는 식물 560여 점이 납작하게 눌러져 있다. 압화된 식물 아래에는 '나는 언제 어디서 태어났는지' '어떤 효능이 있는지' '생태계에 어떤 기여를 하는지'에 대한 식물의 고백이 담겨 있다.
일본 교토 금각사 근처에서 거주하는 설치미술가 최재은(72)이 매일 두 차례 야산을 산책하면서 수집하고 말린 들꽃과 들풀이다. 그는 상당수 식물이 멸종 위기에 처했다며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식물의 대부분은 인간의 약재나 음식이 되면서 생태계에 혜택을 주고 있지만, 인간은 이런 식물에 관심도 두지 않죠. 왜 인간은 인간만을 위해 사는 걸까라는 의문도 들었어요."

국내 국공립 미술관 최초로 열리는 최재은 개인전의 제목은 '약속'이다. 작가는 이를 "공생에 대한 우리의 약속"이라며 "인류가 자연과 맺고 있는 관계, 생명에 대한 책임, 미래에 대한 윤리를 묻고 싶었다"고 밝혔다.
40여 년의 작업을 보여주는 전시 초입에는 인류 기원을 탐구한 대형 조각 '루시'(2007년)가 자리한다. 1970년대만 해도 에티오피아에서 발견된 루시 화석은 '최초의 인류'로 여겨졌다. 그는 "인류 기원에 천착하는 작업은 답을 찾기 위한 질문이라기보다 인간이라는 존재가 어디서 시작됐는지, 또 지금 우리가 어디에 서 있는지를 묻는 질문"이라고 말했다.
'루시'를 지나면 지구 여러 지역의 해수면 온도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비디오 설치작 '대답 없는 지평1'이 펼쳐진다. 플로리다 해수면 온도는 28도에 육박한다. 1년 전보다 상승한 수치다. 오키나와 해수의 이상고온으로 백화된 산호의 모습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분단의 상징인 비무장지대(DMZ)도 작가가 10년간 몰두할 정도로 중요한 생태적 공간이다. 인간이 그은 경계는 자연 앞에서 무의미해지며 그 사이를 나비가 날고 개미가 기어간다.
2015년 남북을 공중으로 연결하는 통로인 공중정원 건립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그는 DMZ 생태계도 군사 활동과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며 '종자볼' 프로젝트를 통한 생태 복원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지뢰로 인해 사람이 접근할 수 없는 DMZ에 드론으로 씨앗을 뿌리는 방식이다.
자연과 인간이라는 거대 담론에 유독 천착하는 이유를 묻자 "1970년대 첫 작업을 시작한 숙명"이라며 "아름다운 것을 창출하는 것이 예술의 전부는 아니다. 지금은 행동해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시는 4월 5일까지.
[이향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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