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주로 걷어낸 자리에 '실리콘밸리'···광주 미래 100년의 설계는
도심 248만평 종전부지 활용
AI·첨단산업 중심 도시 구상
재원·수용성 등 과제도 병존

광주 군·민간공항의 무안 통합 이전 합의로, 광주 도심 한복판에 남게 될 '종전부지'의 향후 활용 구상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군공항 이전 논의가 본궤도에 오르면서 광주시는 현 광주공항 부지를 인공지능(AI)과 첨단산업이 집약된 미래도시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다만 재원 마련과 행정 절차, 장기간에 걸친 불확실성이라는 현실적 과제도 동시에 드러나고 있다.

광주시는 종전부지를 단순한 주거지나 상업지로 채우는 방식에서 벗어나, AI를 중심으로 연구개발과 산업, 정주 기능이 결합된 미래형 도시로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인공지능을 핵심 축으로 미래 모빌리티, 헬스케어, 문화·콘텐츠 산업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일자리와 주거, 여가가 한 공간 안에서 순환하는 '직주락(職住樂)' 도시를 지향한다. 대규모 녹지와 문화·여가 공간을 함께 배치해 도심 속에서도 자연과 공존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행정 체계 정비도 본격화된다. 광주시는 '미래도시기획단'을 신설해 군공항 이전과 종전부지 개발을 전담하는 컨트롤타워를 꾸리기로 했다. 공무원 정원을 늘리지 않고 기존 인력을 재배치해 추진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종전부지 개발이 군공항 이전 절차와 맞물려 장기간 이어질 수밖에 없는 만큼, 일관된 기획과 조정을 맡을 조직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비전과 별개로 넘어야 할 현실의 벽은 높다. 공항 완전 이전까지 10년 이상이 소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이 기간 발생할 선제적 행정 비용과 재정 부담에 대한 해법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 부동산 경기 변동과 보상 문제, 장기 사업에 따른 재정 리스크 역시 변수로 꼽힌다.
재원 문제는 특히 민감한 대목이다. 종전부지 개발과 군공항 이전은 '기부 대 양여' 방식을 기본 구조로 삼고 있지만, 막대한 사업비를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새 군공항 건설과 이전 지역 지원, 종전부지 개발까지 모두 포함하면 최대 10조원의 사업비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기부 재산과 양여 재산의 평가 방식을 변경하고, 광주 군공항 내 미군 시설을 국가 주도로 처분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군 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 필요성도 제기된다.
무안군 주민 수용성 역시 핵심 변수다. 행정 절차상 무안군에서는 향후 주민투표가 예정돼 있는데, 과반 동의를 얻지 못할 경우 사업 자체가 좌초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광주시는 정부가 전면에 나선 만큼 제도 정비와 재원 마련을 통해 실행력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종전부지 개발 구상이 현실화되기까지는 장기적인 시간표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갈 길은 멀다.
활주로가 사라진 자리에 어떤 도시를 세울 것인지는 광주가 앞으로 어떤 도시로 나아갈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AI와 첨단산업을 내건 '광주형 실리콘밸리'가 구상에 머물지 않고 실체를 갖출 수 있을지, 종전부지를 둘러싼 논의는 이제 막 첫 장을 넘겼다.
광주시 관계자는 "군공항 이전사업의 단계별 절차에 맞춰 광주 미래 100년을 설계하기 위한 종전부지 개발 기본구상을 수립할 계획으로, 현 시점에서는 큰 방향성만 정해 놓은 상황"이라며 "개발 구상을 단계적으로 구체화하기 위해 자문위원회를 구성하고, 의회와 시민, 광주연구원 등과 함께 백만평 숲, 테마파크 등 다양한 의견을 논의·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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