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맞이 르포] 간절곶 13만 인파…‘병오년 희망’ 띄웠다
드론 1500여대 붉은 말 장관 연출
구름 뒤 가렸다 7시34분 ‘첫 해’
저마다 건강·안녕 등 소원 기원
지역 13곳 행사…명소마다 북적



"작년에 큰 사고가 연달아 일어났었는데 올해는 무탈했으면 좋겠어요."
1일 오전 5시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울산 울주군 간절곶. 영하 6도까지 떨어진 매서운 날씨에도 시민들은 핫팩과 두툼한 담요로 중무장을 하며 일출을 기다렸다. 새벽녘 바닷바람에 체감온도가 10도 이하로 뚝 떨어졌지만, 해맞이객의 얼굴엔 홍조 어린 설렘으로 가득했다.
오전 6시가 되자 시민들은 하나둘 "어! 저기봐"하며 미소짓기 시작했다. 1,500여 대의 드론이 간절곶 등대에서 날아오르더니 반구천의 암각화와 붉은 말이 새해 하늘을 힘차게 달려나가는 장관이 펼쳐졌다.
오전 7시 32분 일출이 시작됐지만 구름에 가려져 보이지 않자 여기저기서 "아!"하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새해는 오전 7시 34분이 되어서야 가려진 구름에서 완전히 벗어나 모습을 드러냈다.
시민들은 떠오르는 새해를 1초도 놓칠 수 없다는 듯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가 하면, 두 손을 모으고 가족의 건강과 행복, 저마다의 염원을 기도했다.
이날 간절곶에는 주최측 추산 약 13만명의 구름 인파가 몰렸다.
양산에서 온 권순범(30)씨는 "일출 명소라 그런지 주변 숙박업소가 모두 예약 마감돼 당일 새벽 4시부터 차로 50분을 달린 후 행사 셔틀버스를 타고 이곳에 왔다"며 "올해의 소망 1순위는 주변 사람들의 건강이다. 아무래도 일출을 봤으니 좋은 기운을 담아가지 않겠느냐"고 했다.
아이의 손을 잡고 온 가족들도 눈에 띄었다. 결혼한 지 4년 차라는 윤희민(49)씨는 "작년엔 해맞이가 취소돼 못 왔고, 올해 처음으로 아내와 딸과 해맞이를 와봤는데 마음이 몽글몽글하다"며 "결혼을 늦게 해서 그런지 아이와 함께 하는 모든 순간이 소중하다. 올해에는 더 큰 집으로 이사를 가고 싶다"고 말했다.
# '올해는 어머니가 아프지 않길' 새해맞이 소망 가득
이날 간절곶에 마련된 '쉼터'에는 덕담을 주고받으며 새해 소망을 적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기장에서 온 이창호(36)씨는 "고등학교 동창 3명과 왔다"며 "올해에는 돈 많이 벌고 결혼할 수 있게 해달라는 의미를 담아 캘리그라피를 해봤다. 올해 결혼하는 사람에게 곗돈 몰아주기로 했다"고 웃어 보였다.
김지은(44)씨는 "어머니가 아프셔서 병원에 계신다. 그래서 낫게 해달라고 기도도 다니고 있다"며 "올해엔 어머니가 쾌차해서 함께 여행을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올해 지역에서 난 사건 사고에 대해 추모하는 시민도 있었다.
김상원(44)씨는 "울산에서 큰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분도 많았다"며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 올해에는 큰 사고 없이 평안한 해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 병영성·장생포·대왕암공원 등에도 해맞이객 북적
중구 병영성, 남구 장생포, 동구 대왕암공원, 북구 강동 등에도 수만명의 발길이 이어지며 병오년 무사안녕을 빌었다. 이날 울산지역 해맞이 행사는 모두 13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다.
중구 병영성 북문 일원에서는 타악공연과 행복 기원 애드벌룬 띄우기 행사가, 남구 장생포 고래문화특구에선 소망지 쓰기, 오뎅탕 나눔 행사가 열렸다.
동구 대왕암공원 일대에서는 울산학춤, 기원제, 떡국나눔 행사가 열리며 성황을 이뤘다. 북구 강동 해안에는 공식 해맞이 행사가 열리진 않았으나, 많은 시민들이 모여 갖가지 소망을 전했다.
간절곶 행사 부스에서 떡국을 나눠준 한 봉사자는 "이번 해맞이는 유독 춥다고 해 걱정이 많았는데 어르신, 아이 할 것 없이 몰려와 오전 6시 10분부터 나눠준 떡국 1만2,000여명분이 2시간 만에 금세 동났다"며 "다들 새해 좋은 기운만 받아가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귀임 기자 (kiu2665@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