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무관세” 미국 감귤의 습격…제주 농가 “끝장날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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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미국산 만다린 때문에 우리가 천혜향 가격을 30%는 덜 받았어요. 올해는 그마저도 안 될까 봐 걱정입니다."
2025년 마지막 날인 지난달 31일 서귀포시 상예동의 한 비닐하우스에서 만난 김태형씨는 "미국산 만다린이 올해는 두 배 더 들어온다는 말이 있다"며 탐스럽게 익어가는 다홍빛 천혜향을 걱정스럽게 바라봤다.
오렌지와 달리 손으로 깔 수 있고 맛도 제주 감귤과 비슷한 만다린의 가격 경쟁력이 크게 높아진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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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미국산 만다린 때문에 우리가 천혜향 가격을 30%는 덜 받았어요. 올해는 그마저도 안 될까 봐 걱정입니다.”
2025년 마지막 날인 지난달 31일 서귀포시 상예동의 한 비닐하우스에서 만난 김태형씨는 “미국산 만다린이 올해는 두 배 더 들어온다는 말이 있다”며 탐스럽게 익어가는 다홍빛 천혜향을 걱정스럽게 바라봤다. 2013년부터 2천평 비닐하우스에서 천혜향 농사를 지어온 그도 미국산 만다린의 수입 자율화는 두려운 일이라고 했다.
새해 첫날인 1일부터 미국 농가와의 무한 경쟁에 내몰린 제주 감귤 농가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2012년 144%이던 만다린 관세는 15년 동안 해마다 9.6%씩 낮아지다 올해부터 ‘제로’(0)가 된다. 오렌지와 달리 손으로 깔 수 있고 맛도 제주 감귤과 비슷한 만다린의 가격 경쟁력이 크게 높아진다는 뜻이다.

실제 지난 15년간 관세가 낮아진 효과는 컸다. 지역농업네트워크 서울·경기·제주협동조합이 지난달 26일 발표한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2017년에는 만다린이 0.1톤 수입됐지만 지난해에는 8월까지 7619.3톤이 들어왔다. 길청순 지역농업네트워크 서울·경기·제주협동조합 이사장은 “수입업체들이 테스트 삼아서 만다린을 들여왔는데 소비자 반응이 괜찮아 물량을 늘려온 것 같다”며 “올해는 관세가 아예 없어지니까 과거보다 (수입) 가격이 더 좋다고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만다린 관세가 철폐되면 재배면적 기준으로 제주 감귤 농가의 약 20%를 차지하는 ‘만감류’(늦게 나오는 감귤) 농가가 타격을 크게 받을 것으로 보인다. 천혜향·한라봉·레드향·카라향 같은 만감류는 겨울귤인 ‘노지감귤’과 여름귤인 ‘하우스감귤’의 공백기에 수확하는데, 수입업체들도 이때를 노리고 3~4월에 물량을 집중적으로 풀기 때문이다.
만다린의 소비자 가격은 만감류보다 30% 저렴하다. 김씨는 “만다린과 시기가 가장 겹치는 카라향은 정말 끝장날 수 있고, 못 버틴 카라향 농가가 다른 만감류로 갈아타면 전체적으로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발효 이후 제주 감귤 농가에 대한 지원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정부와 제주도는 지난 15년간 총 6200억원을 투입해 ‘고품질 감귤’ 생산을 위한 시설 확충을 지원해왔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사업을 통해 만감류 하우스 재배를 시작한 농가가 직격탄을 맞게 됐다.
채호진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 사무처장은 “농정당국은 ‘FTA 기금’으로 거의 무이자로 대출을 해주면서 농가에게 시설 재배로의 전환을 요구했고, 이때 빚을 진 농가가 많다”며 “시간이 지나서 대출 금리는 올랐는데, 만다린 공세로 만감류 가격이 떨어지면 이들의 생존이 위태로울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감귤 농가들은 대출 문제 해결, 만다린 출하 시기 조절, 막대한 피해 발생 시 긴급수입제한조치 발동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고품질 감귤류 생산 체계를 강화하고, 1월부터 만감류를 선제적으로 마케팅할 계획”이라며 “오는 5일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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