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있다] 과거-현재 공존하는 나의 동네 미술로 담아내다
평생 살아온 고향 동네 재개발
임항선 철길 곳곳 기억 남아
"당장 할 수 있는 걸 해보자"
번지표, 창문 모아 작품으로
과거-현재 대비 강한 영감
지역서 작업 이어가는 이유

마산 임항선을 걸으며
2020년 5월 28일부터 7월 25일까지 부산 중구 대안공간 '오픈스페이스 배'에서 설치미술가 최수환(46)의 개인전 <회원동의 밤>이 열렸다. 전시 제목에 있는 회원동은 창원시 마산회원구 회원동을 말한다.
"회원동은 작가가 오랜 기간 거주해 온 마산의 한 동네다. 20여 년이 넘는 세월을 함께해온 동네의 곳곳에는 희로애락이 담긴 추억이 깃들어 있었다. 긴 독일 유학 생활을 마치고 돌아오니, 동네에는 곧 철거를 앞둔 빈집들이 즐비했다. 외형은 아직 그대로인데, 내부는 뼈대와 잔여물만이 남았다. 작가는 낯설고 생경한 풍경과 마주한다. 인적 없는 공간에 남겨진 가구, 문짝, 창문, 전등 등이 작가에게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왔다."(전시 설명 중에서)

"저는 회원1동에서 태어났어요. 그러다 기찻길 너머 회원2동으로 이사 와서 살다가 이곳이 재개발되면서 지금은 다시 회원1동에서 살고 있어요. 회원동에서 태어나 제 걸음으로 한 10분 거리 안에서 계속 살아온 거죠."
회원동 회산다리에서 만난 최수환과 임항선을 함께 걸었다. '북마산 회산다리'는 지금은 사라진 '국제주유소'와 함께 회산동을 대표하는 장소다. 임항선을 기준으로 동쪽이 회원1동, 서쪽이 회원2동이다.회원2동에서 살 때 그의 집이 이 철길 바로 옆이었다. 그래서 임항선 철길은 그에게 '고향'이란 말과 같은 무게를 지닌다.
"사람마다 자기가 살던 곳 주변을 중심으로 고향을 기억할 건데 저는 기찻길 주위에 살아서 그런지, 회원동이라고 생각하면 기차 소리나 기찻길과 주변 공간 이미지가 강렬하게 남아 있어요."
이 철길로 1970년대 이전까지는 승객을 태운 경전선이 지났고, 1977년 역 통합 이후 한동안 화물을 실은 기차가 오가는 임항선이 운영됐다. 열차 통행량이 거의 없었기에 노점들이 선로 위에서 장사를 했다. 그러다 기차가 오면 서둘러 물건을 치웠다. 이런 상황이라 기차는 느릿느릿 회원동을 지났고, 아이들은 기차에 매달리기도 하며 놀았다.
여기, 있는 이유
지금 임항선은 '그린웨이'란 이름이 붙은 도심 공원이다. 최수환은 지금도 작품을 구상하다 답답할 때면 옛 기찻길을 따라 산책한다.
"어릴 때 친구들하고 숨바꼭질 참 많이 했어요. 좁은 골목이 여기저기 뻗어 있어 숨을 데가 많았죠."


회산다리 쪽에서 시작해 석전사거리까지 800m 정도 구간 풍경은 이런 회원동의 변화를 극명한 대비로 보여준다. 오른쪽 회원1동은 옛 모습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고, 반대편은 새로 지은 아파트가 거대한 성벽을 이루고 있다. 이 극명한 대비는 최수환에게 현실 그 자체이기에, 그 어떤 미술 사조보다 큰 영감을 준다.

최수환은 2006년 창원대학교 미술학과(조각 전공) 졸업 후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 베를린 미술대학에서 조각 전공으로 2012년 석사 졸업, 2014년 마이스터슐러 과정을 수료한 후 2015년 귀국했다.

"제가 회원동을 소재로 엄청난 영감을 얻어 작업을 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내가 보고 기억하는 걸 그대로 만드는 거죠. 내가 기억하는 한에서 스스로 납득할 수 있을 만한 작품을 하고 있어요. 지금 회원동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곳입니다. 임항선이란 이 경계는 과거와 현재를 가르는 지독한 현실이죠."
어릴 적 미술학원에 보내달라고 떼를 쓸 때나, 대학을 졸업하고 갑자기 독일로 유학 간다고 했을 때, 자신의 미래가 다시 이곳 회원동에서 계속 이어질 줄 그는 알고 있었을까.
"지금도 이 동네에 살면서 미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해요.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지역적으로도 앞으로 또, 뭔가 재미있는 게 나올 것 같다는 기대가 있어요. 그게 제가 여기 회원동에 있는 이유가 아닐까요?"
/이서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