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와의 전쟁, 그리고 ‘악질 검사’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1990년 당시 노태우 대통령이 이른바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이에 따라 조직폭력배, 마약 사범 등을 집중 수사하기 위해 검찰에 강력부가 신설된 것으로 알고 있는 이가 많다. 그런데 서울지검(현 서울중앙지검) 등 전국 6대 거점 지방검찰청에 강력부가 설치된 것은 1990년 5월의 일이다. 흔히 ‘10·13 대통령 특별 선언’으로 알려진 범죄와의 전쟁은 그로부터 5개월이 지난 1990년 10월 선포됐다. 일선 검찰청에 강력부가 생겨나 조폭 및 마약 사건 수사에 한창 열을 내고 있던 시점에 비로소 범죄와의 전쟁이란 구호가 등장한 셈이다. 일각에선 1990년 10월 초 국군보안사령부(현 국군방첩사령부)의 민간인 사찰 의혹이 불거지자 이를 덮으려고 청와대·정부가 황급히 마련한 카드가 바로 범죄와의 전쟁이었다고 지적한다.


전국 어느 검찰청에 부임하든 그 동네 깡패들부터 일망타진한 조 검사는 조폭들 사이에서 “해방 후 최고의 악질 검사”로 불렸다. 2008년 3월 대검 형사부장(검사장급)을 끝으로 검찰 조직을 떠난 그는 2016년 당시 박근혜 대통령을 둘러싸고 이른바 ‘비선 실세 국정 농단’ 의혹이 불거지자 유력한 특별검사 후보로 거론되며 모처럼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렸다. 2025년의 마지막 날을 하루 앞둔 12월 30일 조 검사가 73세를 일기로 별세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옛말에 ‘욕을 많이 먹으면 오래 산다’고 했는데 조폭들한테 ‘악질 검사’로 찍혀 살해 협박까지 받은 그는 명이 너무 짧은 것 아닌가 싶다. 하긴, 스스로 “‘악질 검사’란 닉네임을 (욕이 아닌) 훈장처럼 생각하고 살아가겠다”고 밝힌 조 검사가 아니던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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