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프로야구 빛낸 별들의 산실 광주동성고 야구부

주홍철 기자 2026. 1. 1.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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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대한 꿈 향한 무한도전 “우리 야구는 현재진행형”
믿음의 야구로 쉼없는 소통…저마다의 속도로 목표 향해 매진
‘빨리가는 팀 아닌 끝까지 가는 팀’ 김재덕 감독 철학 스며들어
탄탄한 반석위 시간을 버텨낸 팀,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 기대
지난달 24일 동계훈련을 마친 광주동성고등학교 야구부 선수들이 김재덕 감독(오른쪽)과 새해 더 큰 도약을 다짐하는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조영권 기자

김종모, 이순철, 홍현우, 한기주, 양현종….

수많은 스타들이 이 학교를 거쳐 갔다. 그러나 광주 동성고 야구부 하루는 여느 학교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오전·오후 수업을 마친 뒤 훈련장으로 이동하고, 겨울철인 지금은 체력 위주의 프로그램으로 하루를 채운다. 훈련이 끝나는 시간은 밤 9시를 훌쩍 넘기기 일쑤다. 학생 선수라는 본질을 놓치지 않기 위해 학업과 훈련을 병행하는 구조다. 지난달 24일 찾은 동성고 야구부 훈련장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추운 날씨 속에서도 선수들은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하루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이 일상을 30년 가까이 지켜보고 있는 인물이 있다. 김재덕 감독이다. 1998년 동성고에 부임한 이후 올해로 27년째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전국 고교야구 지도자 가운데서도 손에 꼽히는 ‘장수 감독’이다.

김 감독은 자신의 시간을 길게 설명하지 않는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27년을 했다고 특별할 건 없습니다. 대신, 야구를 둘러싼 환경이 얼마나 많이 바뀌었는지는 확실히 느낍니다.”

동성고 야구부의 역사는 고교야구 전성기와 맞닿아 있다. 1970년대 전국대회 우승을 계기로 이름을 알렸고, 이후 수차례 전국무대 정상과 준우승을 오가며 호남 야구의 한 축을 형성해 왔다. 한 시대를 대표했던 선수들이 이 학교를 거쳐 갔고, 그 이름들은 지금도 프로 무대에서 이어지고 있다. 양현종을 비롯해 수많은 동문들이 그 계보 위에 있다.

김 감독은 이런 역사 앞에서도 ‘명문’이라는 표현을 쉽게 쓰지 않는다.

“학교 야구는 한 해 성적으로만 평가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닙니다. 선수들은 3년을 거쳐 나가고, 그 이후의 시간이 더 길어요.”

최근 몇 년간 동성고는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했다. 김 감독 역시 이를 숨기지 않는다. 그의 시선은 언제나 한 시즌 너머를 향해 있다.

“최근 몇 시즌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새해 목표는 분명합니다. 4강입니다. 그 문을 넘어야 다음이 보이니까요.”

목표는 ‘과정’이 아니라 ‘결과’다. 김 감독은 새 시즌을 앞두고 가장 이루고 싶은 것으로 ‘성장’보다 ‘성적’을 먼저 언급한다. 현실적인 판단이다. 다만 그 성적이 단기 성과로만 남아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성적을 내야 선수들도 자신감을 갖고, 진학도 합니다. 결국 선수들 앞길과 연결된 문제입니다.”

현장의 고민은 성적만이 아니다. 지역 고교야구 전반이 겪고 있는 선수 수급 문제 역시 동성고의 현실이다. 우수한 초·중학생 선수들이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흐름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잘하는 선수들이 서울로 가는 건 요즘 거의 흐름처럼 됐습니다. 지역 학교들이 공통으로 안고 있는 고민입니다.”

동성고는 같은 재단의 중학교를 중심으로 선수 육성을 이어가고, 부족한 포지션은 전남·광주권 전반으로 눈을 넓힌다. 그러나 주거 여건과 제도적 한계는 여전히 부담이다.

김 감독은 “주어진 조건 안에서 최대한 해법을 찾는 수밖에 없다”라고 담담히 말한다.

지도 방식 역시 시대에 맞게 변해왔다.

“지금 선수들은 예전과 다릅니다. 강하게 밀어붙인다고 따라오지 않습니다.”


김 감독은 선수들과의 대화와 설명을 중시한다. 야구 기술뿐 아니라 왜 훈련이 필요한지, 어떤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지를 공유하는 데 시간을 쓴다. 그가 말하는 지도자의 역할은 ‘통제’보다 ‘조율’에 가깝다.

“편해 보여도 질서는 있어야 합니다. 그 균형을 맞추는 게 요즘 지도자의 숙제죠.”

동성고 야구부가 지금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학교의 지원도 있다. 김 감독은 학교 측이 훈련 환경과 행정적인 부분에서 꾸준히 뒷받침해 주고 있다고 말한다.

“요청하면 최대한 들어주시려는 분위기입니다. 그 신뢰가 있어서 현장도 안정적으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김 감독의 시선은 늘 선수들의 ‘이후’로 향한다.

“요즘 가장 중요한 건 아이들이 다치지 않고, 원하는 대학이나 프로로 진학하는 겁니다. 그게 지도자로서 가장 바라는 그림입니다.”

27년째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그는 여전히 동성고 야구부를 ‘완성된 팀’이라 부르지 않는다. 대신 이렇게 정리한다.

“동성고는 늘 만들어가는 팀입니다. 과거로 먹고사는 팀도, 한 해로 끝나는 팀도 아닙니다.”

이 철학이 말에 그치지 않았다는 점은 김도영의 성장 과정이 보여준다. 동성고 시절 김도영(現 KIA 타이거즈)은 재능을 인정받은 유망주였지만, 완성된 선수는 아니었다. 기본기와 반복에 초점을 둔 훈련 속에서 그는 조급함 없이 자신의 야구를 다져갔다.

김재덕 감독은 당시를 이렇게 기억한다.

“잘 치고, 잘 달리는 선수였습니다. 하지만 재능보다 더 큰 무기는 성실함이었습니다. 언젠가는 큰 선수가 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동성고는 유망주를 서둘러 앞세우지 않았다. 조급함을 강요하지 않는 환경 속에서 선수들은 각자의 속도로 시간을 견뎠고, 그 과정은 한 명의 사례를 넘어 팀의 기준으로 남았다.

선수들의 이름은 특정 대회의 성적이 아니라, 이 학교 야구부가 어떤 방식으로 선수를 길러왔는지를 설명하는 흔적에 가깝다.

시간을 견뎌온 팀, 그리고 또 한 번의 시즌을 준비하는 야구부.

동성고의 겨울은 그렇게 조용히 흘러왔고, 이제 다음 목표를 향해 방향을 맞추고 있다.

김재덕 감독은 2026년을 맞은 동성고 야구부를 이렇게 정리했다.

“우리는 빨리 가는 팀은 아닙니다. 대신, 끝까지 가는 팀이 되고 싶습니다.”

올해도 동성고 야구부의 하루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그 하루가 차곡차곡 쌓여 향하는 방향만큼은, 분명하다.

/주홍철 기자

●[인터뷰]“포기는 안 된다” 동성고 김재덕 감독이 말하는 책임과 시간
-27년째 한 자리를 지킨 지도자의 속내

김재덕 감독


- 성적이 좋지 않을 때, 감독님이 가장 먼저 보는 지점은 무엇입니까
“성적이 안 나오면 다들 힘들죠. 선수들도 힘들고, 지도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고 성적만 붙잡고 있을 수는 없어요. 성적은 마음먹는다고 되는 게 아니거든요. 그럴수록 저는 분위기를 먼저 봅니다. 지금 아이들이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상태인지, 또 다른 방향을 찾을 수 있는 여지가 있는지를 살핍니다. 고등학교에서 성적이 안 나와도, 대학 가서 잘하는 선수도 많습니다. 그 가능성을 꺼지지 않게 하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 프로에 가지 못하는 선수들에게, 야구부 생활은 무엇으로 남아야 한다고 보십니까
“저는 아이들한테 늘 이렇게 말합니다. ‘포기는 하지 말고, 실패는 해도 된다’고요. 최선을 다했는데 결과가 안 나오면 그건 실패지만, 중간에 그만두는 건 포기입니다. 포기는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야구가 인생의 전부가 아닌 아이들도 분명히 있습니다. 여기서 최선을 다해본 경험이 있으면, 나중에 다른 길을 가더라도 그 안에서 다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야구를 통해 배운 태도와 자세는 분명히 남습니다”

- 감독으로서 가장 무겁게 느끼는 책임은 무엇입니까
“경기에 졌을 때죠. 결국 모든 책임은 감독 몫입니다. 작전이든 판단이든, 제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각자 꿈을 안고 이 팀에 왔는데, 그 길이 원하는 대로 풀리지 않을 때가 가장 마음이 무겁습니다. 그럴수록 지도자는 더 중심을 잡아야 합니다”

- ‘명문 동성고’라는 표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계십니까
“고맙게 봐주시는 말이지만, 저는 조심스럽습니다. 학교 야구는 한 해 성적으로만 평가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선수들은 3년을 거쳐 나가고, 그 이후의 시간이 훨씬 깁니다. 동성고는 과거의 이름으로만 남는 팀이 아니라, 지금도 계속 만들어가야 하는 팀이라고 생각합니다”

- 훗날 선수들이 기억했으면 하는 장면이 있다면
“언젠가 제가 이 학교를 떠나게 되면, 그 다음에 평가받는 거겠죠. 다만 아이들이 ‘그래도 그 시절, 야구를 제대로 해봤다’고 기억해 주면 좋겠습니다. 제가 이 학교에서 보낸 시간이 거의 30년에 가깝습니다. 청춘을 여기다 바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 시간들이 아이들 마음속에도 나쁘지 않게 남았으면 합니다”

●[인터뷰] 이동만 광주동성고 교장 “야구는 학교를 하나로 묶는 힘입니다”

이동만 광주동성고 교장


- 학교 차원에서 바라보는 동성고 야구부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동성고 야구부는 단순한 운동부를 넘어, 동문과 재학생, 졸업생을 하나로 이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야구를 매개로 세대가 연결되고, 학교 공동체가 다시 모이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2026년에는 오랜만에 전국대회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통해, 학교 구성원들이 함께 기뻐할 수 있는 시간이 오길 바랍니다”

- 학교 책임자로서 김재덕 감독과 선수단을 바라보는 신뢰의 근거는 무엇입니까
“김재덕 감독님은 오랜 시간 학교를 지켜오며 선수들을 지도해 온 분입니다. 성적 이전에 학생들을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를 잘 알고 계시고, 시대 변화에 맞춰 지도 방식도 유연하게 가져가고 있습니다. 그런 지도자이기 때문에 학교 역시 현장을 믿고 맡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야구부 지원에 있어 학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은 무엇입니까
“학교 입장에서 야구부는 단기 성적을 내기 위한 조직이 아니라, 학교의 역사와 전통을 함께 만들어가는 구성원입니다. 그래서 지원 역시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봅니다. 아이들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훈련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학교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 새해를 맞아 동성고 야구부에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특별한 당부를 하기보다, 지금처럼 각자의 자리에서 끝까지 책임을 다해주길 바랍니다. 무엇보다 부상 없이 한 해를 보내는 것이 모든 출발점입니다. 학교는 결과와 상관없이, 야구부가 흔들림 없이 훈련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이어가겠습니다”

/주홍철 기자 jhc@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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