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바꾼 '메모리 슈퍼사이클'…"가격 고점 더 오래 간다"

김남이 기자, 최지은 기자 2026. 1. 1.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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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일제히 상승 중…구형 DDR 가격 상승에 제조사들 생산 계획도 바꿔
DDR5 16Gb 고정거래가격 추이/그래픽=김현정

AI(인공지능) 수요가 '메모리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의 형태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고부가 제품인 HBM(고대역폭메모리)뿐 아니라 범용 D램까지 가격이 동반 상승 중이다. 과거와 달리 가격 고점이 오래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일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DR(더블데이터레이트)5 16Gb(기가비트) 제품의 지난달 평균 계약가격은 20.8달러로 전월 대비 6.7% 상승했다. 불과 6개월 만에 가격이 4배 가까이 뛰었다. 구형 제품인 DDR4 16Gb의 계약가격도 21달러로 한 달 사이 16.7% 올랐다. 계약가격은 D램 제조사와 고객사 간 거래에 활용되는 가격으로 기업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번 메모리 슈퍼사이클의 특징은 구형 범용 D램부터 최신 D램, HBM(고대역폭메모리), 낸드까지 전 제품군에서 가격 상승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AI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메모리 제조사들이 수익성이 높은 HBM 생산 비중을 늘렸고 그 결과 범용 D램의 공급 여력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도 영향을 줬다.

특히 AI가 '학습' 단계를 넘어 '추론' 단계로 확산하면서 메모리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AI 추론은 학습 대비 약 3배의 메모리 사용량이 필요하다. 실시간으로 대량의 데이터를 처리해 즉각적인 결과를 도출해야 하는 만큼 더 많은 용량과 더 빠른 속도의 메모리가 필수적이다. 여기에 메모리 제조사들의 보수적인 설비투자 기조까지 더해지면서 공급 부족은 2027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AI라는 새로운 수요가 형성되면서 메모리 사이클의 움직임도 기존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는 메모리 가격이 고점을 찍은 뒤 빠르게 하락했지만 이번 사이클에서는 높은 가격이 장기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다. JP모건은 최근 전망 보고서에서 "과거와 달리 이번 사이클에서는 가격이 고점에 오른 이후에도 높은 가격 수준이 장기간 유지될 수 있다"고 밝혔다.

HBM 등 고부가 제품의 판매 확대와 범용 D램 가격 상승은 메모리 제조사들의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D램 영업이익률(OPM)이 80%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는 과거 고점으로 평가되던 70%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범용 D램의 수익성이 다시 부각되면서 메모리 제조사들은 생산 계획 조정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당초 지난해 말로 예정됐던 DDR4 생산 중단 시점을 내년 말까지 1년 연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 역시 고객사와 합의한 물량 범위 내에서 DDR4 생산을 이어갈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DDR5 전환이 큰 흐름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지만 최근 DDR4 가격 급등은 국내 메모리 기업들에 유리한 국면을 만들고 있다"며 "생산 종료 시점 역시 고객사 요청과 시장 상황을 고려해 유연하게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내년 하반기 이후 변동성 확대 가능성은 반도체 시장의 리스크로 지적된다. 급격한 D램 가격 상승이 B2C(기업·소지자간 거래)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메모리 가격 상승이 제품 원가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스마트폰·PC 제조사들은 출고가 인상에 나서고 있다. 가격 인상이 스마트폰과 PC 수요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다른 변수는 이른바 'AI 청구서'다. AI 인프라 구축 과정에서 조달한 막대한 자금으로 인해 부채 부담이 확대되면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AI 투자가 기대만큼의 경제성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AI 관련 투자가 둔화하며 메모리 수요 전반이 위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씨티는 최근 발간한 반도체 시장 전망에서 "AI 슈퍼사이클이 2026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본다"면서도 "다만 2026년 하반기에는 오픈AI 관련 비용 청구가 본격화되고 AI 인프라 구축 자금 조달과 관련한 부채 우려가 커질 수 있다"고 했다.

김남이 기자 kimnami@mt.co.kr 최지은 기자 choij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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