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산업전망대]AI 메모리 '슈퍼사이클' 온다…삼성·SK가 웃는 이유
파운드리 넘는 메모리 수익성…7년 만 역전
HBM이 바꾼 수익 구조…공급 제한 속 수요 확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시대의 주도권을 다시 움켜쥐고 있다. 올해 4분기 두 회사의 메모리 사업 수익성이 세계 1위 파운드리 기업 TSMC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메모리 수익성이 파운드리를 추월하는 것은 2018년 이후 7년 만이다.
이 같은 변화는 반도체 산업의 경쟁 구도가 다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연산 중심의 파운드리 구조에서 데이터를 저장하고 불러오는 메모리 중심 구조로 무게추가 옮겨가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메모리 반도체의 가치와 수익성도 다시 평가받고 있다. 업계 안팎에선 이번 흐름을 단기적인 업황 반등이 아닌 구조적 전환으로 보고 있다. AI 추론 수요가 본격화되는 2026년 이후에는 메모리 중심 수익 구조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K-메모리, 두 번째 전성기
업계 및 증권가는 올해 4분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사업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매출에서 원가를 뺀 이익률(매출총이익률)이 최대 67%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는 같은 기간 TSMC가 제시한 수익성 가이던스인 60%를 웃도는 수준이다.
미국 메모리 업체 마이크론도 흐름은 크게 다르지 않다. 마이크론은 올해 말까지 50%대 중반에 머물던 이익률이 2026회계연도 2분기에는 67%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전망이 현실화될 경우 내년 초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3사 모두 수익성 면에서 파운드리 기업을 앞지르는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커진다.
변화의 출발점은 'AI 활용 방식 전환'에 있다. AI 확산 초기에는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계산해 학습시키는 과정이 핵심이었고, 이 단계에서는 연산을 담당하는 GPU와 이를 생산하는 파운드리의 영향력이 부각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AI가 서비스와 산업 현장에 본격 적용되면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이미 학습을 마친 데이터를 필요할 때마다 불러 쓰는 '추론' 단계의 중요성이 커진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계산 속도 못지않게 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고 효율적으로 저장하고 호출할 수 있는지가 성능을 좌우한다. 메모리 반도체의 존재감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흐름 속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는 물론, GDDR7과 LPDDR5X 등 고성능·저전력 메모리에 대한 수요가 동시에 늘고 있다. 모든 작업을 HBM에 맡기기보다 전력 소모와 비용을 고려해 범용 D램과 병행하는 방식도 확산되는 모습이다. 메모리는 더 이상 GPU를 보조하는 부품이 아니라 AI의 성능과 운영 비용을 함께 결정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시장 수치도 이를 뒷받침한다. 글로벌 메모리 시장 규모는 2024년 1650억달러에서 2025년 2250억달러로 확대된 뒤 2026년에는 40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파운드리 시장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나 AI 추론 확산 국면에선 메모리 중심의 성장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가격과 수급 역시 메모리 쪽으로 기울고 있다. 메모리 업체들이 HBM 생산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범용 D램 공급은 상대적으로 빠듯해졌고 이 영향으로 범용 D램 가격도 최근 분기마다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마이크론의 최근 실적은 이런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마이크론은 글로벌 메모리 업체 가운데 가장 먼저 실적과 전망을 공개해 업황의 방향을 가늠하는 '풍향계'로 불린다. 마이크론은 지난해 12월 17일(현지시각) 발표한 2026회계연도 1분기(2025년 9~11월) 실적에서 매출 136억4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57% 증가한 수치로, 시장 예상치였던 129억달러 안팎을 웃돌았다.
다음 분기 매출 가이던스 역시 컨센서스를 상회했고, 이익률은 회사 역사상 최고 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제시됐다. 마이크론은 실적 발표 과정에서 "주요 고객들과 장기 공급 계약을 논의 중"이라며 "일부 고객은 필요한 물량의 절반에서 많아야 3분의 2 정도만 확보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메모리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면서 가격과 물량의 주도권이 고객에서 공급자로 넘어가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HBM 시장에 대한 전망도 한층 낙관적으로 바뀌었다. 마이크론은 글로벌 HBM 시장 규모가 2028년 1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기존 예상보다 시점을 2년 앞당긴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AI 고객사 주문 확대를 바탕으로 사상 최대 실적 가능성이 거론된다. 시장에서는 두 회사 모두 올해 4분기부터 내년까지 실적과 수익성이 동시 개선되는 흐름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슈퍼사이클, 수출·경기로 번지다
메모리 슈퍼사이클은 개별 기업 실적을 넘어 국내 수출과 경기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2026년 1분기 한국 수출 환경에 '그린 라이트'가 켜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2026년 1분기 수출 경기는 2025년 4분기보다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며 "반도체 수출 호조가 국내 수출 경기를 여전히 견인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지표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무역협회가 집계한 2026년 1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는 115.8로 전 분기 대비 수출 여건이 뚜렷하게 개선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반도체 업종의 전망은 다른 산업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다. 2026년 1분기 반도체 업종 EBSI는 187.6으로 집계됐다. AI용 HBM 수출 확대와 일반 메모리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이 동시에 반영된 결과다.
시장에서도 이번 흐름을 단기 모멘텀이 아닌 업황 중심의 변화로 해석하고 있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AI 투자가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설비투자 확대와 공급 구조 재편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하이퍼스케일러들이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음에도 메모리는 단기간에 공급을 늘리기 어려운 구조여서 가격과 수익성 강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특히 일반 D램과 낸드 가격 상승에 더해 차세대 HBM4 양산과 HBM3E의 가격 강세가 겹치면서 이번 메모리 사이클은 과거와는 다른 구조적 호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공장 증설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시점은 2027년 이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도 이를 '메모리 중심 시대'의 본격 개막으로 보고 있다. 유가와 금리가 비교적 안정된 환경에서 반도체 호황이 지속, 메모리 중심의 AI 투자가 기업 실적을 넘어 수출과 금융시장 전반으로 파급되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AI 추론이 본격화될수록 메모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 자산이 된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K-메모리는 이번 사이클에서 글로벌 AI 산업의 핵심 축으로 다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흐름은 일시적인 업황 회복이 아니라 향후 몇 년간 반도체 산업의 구조를 규정할 변화로 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민경 (klk707@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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