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특집-2026 지방선거] 뽑히면 그만입니까? 1. 30년 '보수 독주'의 땅 TK

이혜림 기자 2026. 1. 1.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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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 지방자치가 부활한 1995년 이후 대구·경북(TK) 지방선거는 보수 정당의 독무대였다.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선거를 가리지 않고, 지난 30년 거의 예외 없이 보수 성향 후보의 승리로 귀결됐다. 진보 성향 후보의 당선 사례는 극히 드물었고, 광역단체장 선거에서는 단 한 차례도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득표율 격차를 10%포인트(p) 이내로 좁힌 경우조차 손에 꼽힌다.

이로 인해 TK 지방선거는 정당 간 정책 경쟁의 장이라기보다는 보수 진영 내부의 계보·공천 다툼이 승패를 가르는 구조로 고착됐다.

◆ 대구시장 '보수 계보의 연속', 경북도지사 '철옹성'

대구시장 선거에서 무소속 후보가 당선된 사례는 민선 1기인 1995년 문희갑 후보가 유일하다. 당시 문 후보는 26.7%의 득표율로 당선됐고, 민주자유당 조해녕 후보는 16.78%로 4위에 머물렀다. 자유민주연합 이의익 후보(22.14%), 무소속 이해봉 후보(21.35%)가 뒤를 이었다. 다자 구도 속에서 '무소속 돌풍'이 불었던 선거였지만, 문 후보는 이후 1998년 한나라당에 입당해 71.98%의 압도적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하며 보수 정치의 계보로 편입됐다.

이후 대구시장직은 사실상 보수 정당 후보가 독점해 왔다. 2002년 조해녕(한나라당) 후보가 61.18%로 당선됐고, 2006년과 2010년에는 김범일 후보가 각각 70.15%, 72.92%를 기록했다. 2014년에는 권영진 후보가 55.95%로 당선됐다.

진보 진영의 최고 득표율은 2014년 김부겸 후보의 40.33%였다. 3선 국회의원이던 그는 경기도 군포 지역구를 뒤로하고 대구에서 정치적 승부수를 던졌다. 수년간 지역에 뿌리를 내리며 '김부겸 바람'을 일으켰지만, 격차는 여전히 15.62%p로 두 자릿수를 좁히지 못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진 2018년 지방선거에서도 자유한국당 권영진 후보가 53.73%를 얻어 재선에 성공했다. 전국적으로 보수 정당이 부진한 성적을 거둔 가운데서도 대구는 예외였다. 더불어민주당 임대윤 후보는 39.75%를 기록하며 선전했지만 판세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2022년 선거에서는 국민의힘 홍준표 후보가 78.75%라는 압도적 득표율로 당선되며 대구의 보수 독점 구도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경북도지사 선거는 대구보다 더욱 견고했다. 민선 1기 이후 보수 정당이 아닌 후보가 당선된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다. 1995년 민주자유당 이의근 후보가 37.94%로 당선된 이후, 1998년과 2002년에는 각각 71.96%, 85.49%를 얻어 재선과 3선에 성공했다. 2006년 김관용 후보 역시 76.80%로 당선됐고, 2010년과 2014년에도 75% 안팎의 득표율로 연이어 승리했다.

2018년에는 자유한국당 이철우 후보가 52.11%로 당선됐다. 더불어민주당 오중기 후보가 34.32%를 얻어 과거보다 격차를 줄였지만, 여전히 두 자릿수 차이를 넘지 못했다. 민주당이 경북에서 일정한 존재감을 확인한 사례로 평가되지만 구조적 변화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2022년 선거에서도 이철우 후보가 77.95%로 재선에 성공하며 격차는 다시 크게 벌어졌다.

◆ 대구 기초단체장 '보수 독점', 경북은 '무소속 변수'

대구 기초단체장 선거 역시 광역단체장 선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선 1기를 제외하면 대부분 지역에서 보수 정당 후보가 안정적으로 승리했다. 진보 성향 후보가 일부 지역에서 40%대 득표율을 기록한 사례는 있었지만, 당선으로 이어진 경우는 없었다.

1995년 민선 1기 선거에서는 무소속 후보가 여러 당선됐다. 그러나 대다수는 보수 정당에 합류했다. 정당보다는 지역 인맥과 개인 인지도가 더 크게 작용했던 선거라는 평가가 나온다.

1998년 이후에는 보수 정당 독주 체제가 굳어졌다. 2002년과 2006년 선거에서도 같은 흐름이 반복됐고, 일부 지역에서는 단독 출마에 따른 무투표 당선 사례도 나타났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진 2018년 선거는 대구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진보 진영이 가장 선전한 시기로 평가된다. 북구(40.55%), 수성구(44.0%), 달서구(43.67%)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40%대 득표율을 기록했지만, 모든 지역에서 보수 정당 후보가 과반을 넘기며 승리했다.

2022년 선거에서는 보수 독점 구도가 다시 강화됐다. 국민의힘 후보들은 대부분 지역에서 70~80%대 득표율로 압승했고, 민주당 후보들은 20% 안팎에 머물렀다.

경북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는 무소속 후보의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두드러졌다. 1995년 포항·김천·안동·영주 등에서 다수의 무소속 후보가 당선됐고, 민선 2기 이후에는 보수 정당 후보들이 다시 주도권을 되찾았다.

다만 민선 5·6기(2010~2014년)부터는 영주·문경·경산·울진·군위 등지에서 무소속 후보들이 박빙 승부를 펼치며 보수 정당 구도에 균열을 냈다. 2018년 선거에서는 포항·구미·안동·경산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30~40%대 득표율을 기록하며 보수 후보를 압박했다. 특히 구미에서는 민주당 소속 기초단체장이 처음으로 탄생했다.

2022년 민선 8기 선거에서도 국민의힘 후보가 다수 지역에서 압승했지만 울릉·영천·의성 등지에서는 무소속 후보가 당선됐다. 군위에서는 국민의힘 김진열 후보(50.31%)와 무소속 김영만 후보(49.68%)가 1%p 이내의 초박빙 승부를 펼치기도 했다.

그러나 무소속 후보 역시 대다수 보수 성향 인물이라는 점에서 TK 정치 지형의 본질적 변화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 "경쟁 없는 정치, 지역을 멈추게 했다"

정치권에서는 TK 지방선거를 두고 "정당 경쟁이 사실상 사라진 지역"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통령 탄핵과 정권 교체 등 전국 정치 지형이 크게 요동친 시기에도 TK 지방선거 결과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다.

박승찬 KPO리서치 대표는 "1995년 이후 TK 지방선거는 진보와 보수의 정면 대결이라기보다, 보수 진영 내부 경쟁과 인물·지역 연고 중심 정치가 반복돼 온 과정"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대구의 광역·기초단체장 선거에서는 보수 정당 공천이 사실상 당선을 보장하는 '통행증'처럼 작동해 왔다. 경북 기초단체장의 경우 정당 못지 않게 인물과 지역 연고도 중요하게 작용했지만, 이 역시 보수 성향 인물 중심이라는 점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고령 인구 비중이 높고 농촌 지역이 많은 경북의 지역 특성이 이러한 흐름을 강화해 왔다는 분석이다.

박 대표는 "30년간 보수 단체장이 이어졌지만, 지역 현실을 보면 인구는 줄고 산업은 정체돼 있으며 청년 유출은 멈추지 않고 있다"며 "한 정당의 장기 독점이 과연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됐는지 냉정하게 돌아볼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TK 유권자들도 이제는 정치적 유불리를 따져가며 투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치 평론가는 "지난 30년간 경쟁이 사라지다 보니 정당만 보고 투표하는 문화가 굳어졌고, 후보자 개인의 능력과 정책, 비전은 제대로 평가받기 어려웠다"며 "그 결과 준비되지 않은 인물이나 지역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단체장도 쉽게 당선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라는 인식은 지역 정치의 활력을 갉아먹었다"며 "이제는 정당보다 인물과 비전, 행정 능력을 기준으로 한 선택이 이뤄질 때 지역 변화의 출발점이 마련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혜림 기자 lhl@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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