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옛날이여” 인기 떨어진 지방銀, 예금 유치도 인뱅과 격차 벌어져
올 상반기 저원가성예금 53조
지역기반고객 많았던 지방은행
같은기간 잔액 26조원으로 절반
시금고 유치마저 농협에 밀려
인터넷전문은행의 저원가성 예금 규모가 지방은행의 두 배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한때 지방은행의 핵심 경쟁력으로 꼽혔던 안정적인 예금 기반이 빠르게 흔들리면서, 지방은행의 수익 구조와 존립 모델 전반에 대한 재점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방은행(경남은행·광주은행·부산은행·전북은행·제주은행)과 iM뱅크(옛 대구은행)의 지난해 6월 말 기준 저원가성 예금 잔액은 25조9697억원에 그친 반면, 인터넷전문은행은 53조988억원으로 집계됐다. 인터넷은행의 저원가성 예금 규모가 지방은행의 2.04배에 달하는 셈이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20조원 안팎이던 격차는 짧은 기간에 27조원 이상으로 벌어졌다.
저원가성 예금은 은행이 연 0.1% 수준의 낮은 이자를 지급하고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이다. 은행권에서는 통상 요구불예금을 말한다. 정기예금·고금리 적금과 달리 은행 입장에서는 조달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자금으로, 값싼 저원가성 예금을 많이 확보할수록 예대마진이 확대돼 은행 수익성이 높아진다.
저원가성 예금은 특히 지방은행의 전통적인 수익기반이었다. 지역 기반 고객의 충성도를 바탕으로 지역민의 급여계좌, 지역 기업의 운영자금 계좌가 자연스럽게 지방은행에 묶여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저원가성 예금의 중심축은 빠르게 인터넷은행으로 이동하는 중이다. 특히 모임통장, 간편 계좌 개설, 모바일 중심 사용자 경험이 자금 유입을 가속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카카오뱅크의 모임통장 잔액은 지난해 7월 기준 출시 7년 만에 10조원을 돌파했다. 모임통장을 이용하는 고객 수 역시 1200만 명을 넘어섰다. 금리를 거의 지급하지 않는 계좌임에도 생활 밀착형 기능을 앞세워 대규모 저원가성 예금을 흡수했다는 평가다.
금융권 관계자는 “돈에는 꼬리표가 붙어 있지 않아 정확한 이동 경로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인터넷은행의 저원가성 예금이 꾸준히 늘어난 시점과 지방은행의 정체·감소 국면이 겹친다”며 “인터넷은행들의 공격적인 상품 출시와 디지털 편의성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저원가성 예금 감소는 단순한 개인 고객 이탈을 넘어, 지방 경기침체·기업소멸과도 맞물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상적으로 요구불예금은 개인 자금보다 기업의 일시적 운전자금과 현금 흐름 관리 자금 비중이 더 크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지방기업들은 인건비 지급이나 원자재 대금 결제 등 일상적인 자금 흐름 관리를 위해 요구불예금을 활용해 왔다”며 “최근 지방 중소기업의 경영 악화와 폐업 증가로 기업 자금 자체가 줄어든 것도 저원가성 예금 감소의 원인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23년 조선대학교가 주 거래은행을 광주은행에서 신한은행으로 변경하고, 지난해 부산시 시금고 입찰에 시중은행이 뛰어든 사례도 지방은행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지방은행들은 저원가성 예금 감소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방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상당수가 이미 인터넷은행에 뒤처진 상태다. 지난해 6월 기준 경남은행 1.82%, 부산은행 1.87%, iM뱅크 1.77% 등으로 카카오뱅크(2.00%)와 토스뱅크(2.57%) 보다 낮다.
지방은행들도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일부 은행은 전국 단위 영업으로 전환하거나 디지털은행 모델을 도입하고, 인터넷은행과의 공동대출·해외 진출 등으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저원가성 예금 격차가 두배로 벌어진 것은 단기 변수가 아니라 경쟁 축이 완전히 이동했음을 보여주는 구조적 신호라고 본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제 지방은행의 경쟁 상대는 옆 지역 은행이 아니라 가장 편리한 앱”이라며 “저원가성 예금 격차는 그 결과가 숫자로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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