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복제약 약가 ‘오리지널 40%대’ 추진…제약업계는 ‘산업 붕괴’ 우려 [건강한겨레]

최지현 기자 2026. 1. 1. 08:06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10여 년 만의 약가 인하 정책에 산업계 강력 반발
지난해 9월5일 이재명 대통령이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바이오 혁신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복제약(제네릭) 가격을 오리지널 의약품의 40%대로 낮추는 약가제도 개편안을 놓고 정부와 산업계가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특히 양측은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계에 대한 영향을 놓고 크게 엇갈린 전망을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신약 개발을 중심으로 한 제약·바이오 산업 구조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업계는 제네릭 의존성이 큰 현재의 산업 구조상 충격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1월28일 열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 약가제도 개선 방안을 보고했다. 이르면 오는 7월부터 3단계에 걸쳐 적용될 예정인 해당 방안은 제네릭과 특허 만료 의약품에 대한 약가 산정률을 현행 오리지널 의약품의 53.55%에서 40%대로 낮추는 방안을 골자로 한다. 전체 제네릭 약제 약 2만7천 개에 대한 예측 가능한 주기적 약가 평가·조정 체계도 새로 구축한다. 제네릭이란 특허권 보호가 끝난 뒤 오리지널 의약품과 성분·효과·용량을 동일하게 생산해 판매하는 제품이다.

지난달 22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를 중심으로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한국제약협동조합 등 5개 단체로 구성된 ‘제약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약가제도 개편안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앞줄 왼쪽 둘째·셋째가 비대위 공동위원장인 노연홍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장, 윤웅섭 일동제약 대표. 최지현 기자

이번 방안을 통해 정부는 2012년 일괄 약가 인하 정책(평균 인하율 14%) 이후 10여 년 만에 대대적으로 약가를 조정하게 된다. 특히 당시 약가 인하 대상이었으나 여전히 가격을 내리지 않아 과도한 이윤을 남긴 것으로 추정하는 제네릭 품목에 우선적으로 적용한다. 연평균 약 2500억원, 4년간 약 1조원의 건강보험 재정 절감을 기대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의료보험 체계 및 약가제도가 유사한 일본(40∼50%), 프랑스(40%) 등에서 근래 제네릭 약가를 인하했다는 점도 참고했다.

약가 인하로 인한 업계의 충격을 완화하고 국내 신약 개발을 장려하기 위한 혁신형 제약기업 우대 정책도 추진된다. 연구개발(R&D) 능력과 글로벌 시장 진출 역량을 갖춘 제약사를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인증하고 이들 기업에 대해선 제네릭 약가 인하 폭 일부 완화, 세제 혜택, 인허가 지원 등의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 지점에 방점을 찍고 있다. 현재 국내 전체 급여 의약품의 약 90%를 제네릭이 차지할 뿐 아니라 국내 가격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2배를 넘긴다는 점에서 산업 구조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조원준 민주당 정책위원회 정책실장 겸 보건의료 수석전문위원은 “이재명 정부에서는 신약의 가치 보상과 혁신 생태계 조성을 중점으로 과거 재정 효율 중심 약가제도에서 벗어나 국내 제약기업의 R&D 투자 확대와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추진될 것”이라며 “혁신 기술과 R&D를 지속하는 기업에 대한 합당한 보상과 국내 제약기업의 국외 진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적 선택”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보건복지부 이중규 건강보험정책국장과 김연숙 보험약제과장 역시 지난달 초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우선 제약사들의 신약 개발에 대한 적극성을 강화하자는 것이 첫 번째 목표이고, 그다음으로 필수 의약품에 대한 안정적 공급을 위해 신경 썼다” “제약기업 간 경쟁을 통해 연구개발, 혁신에 투자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길 기대한다”고 각각 말했다.

반면, 산업계에선 정부가 꾀하는 ‘신약 개발 중심 산업 전환’이 이루어지기 전에 오히려 산업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현재도 매출 상위 100개 제약사의 경우에도 영업이익률 4.8%, 순이익률 3%에 불과한 상황에서 수익성이 더욱 악화하면 되레 신약 개발에 재투자할 여력이 더욱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에 산업계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KPBMA)를 중심으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꾸리고 정부에 전면 재검토 협상도 제안한 상황이다.

비대위가 59개 기업의 의견을 종합해 지난 29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제네릭 약가를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40%로 낮추면 연간 매출 손실액은 총 1조2144억원, 기업당 평균 233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계했다. 중소기업의 매출 손실률이 10.5%로 가장 컸다. 영업이익 역시 기업당 평균 51.8%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기업 규모별로는 중견기업이 55.6%, 대형기업 54.5%, 중소기업 23.9% 순이었다.

연구개발 위축과 인력 감축이 불가피하다는 응답도 이어졌다. 연구개발비는 2024년 1조6880억원에서 2026년 4270억원(기업당 평균 366억원)이 줄어들어 평균 25.3% 축소될 것으로 관측됐다. 이들 59개 기업은 약가 개편안이 원안대로 진행될 경우 현재 3만9170명의 노동자 중 1691명을 감축할 것이라고 답했다. 종전 인원 대비 9.1%가 줄어드는 것이다. 비대위는 별도 추산을 통해 최대 1만4800명이 실직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전체 산업 노동자 12만 명 중 10% 이상이다.

이에 대해 윤웅섭 비대위 공동위원장(일동제약 대표)은 “기업 수익 1% 감소 시 R&D 활동이 1.5% 감소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약가 인하는 R&D와 품질 혁신 투자를 위축시킬 것”이라며 “제약·바이오 산업의 성장 동력을 상실하고 산업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이슈가 생겨 결국 수입 의약품에 의존해야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최지현 기자 jhchoi@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