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배란 유도가 폐경을 앞당기지 않습니다” [건강한겨레]
난임시술 출생아 비율 2023년에 11%
시술 연령, 30대가 64%로 가장 많고
출산 경험자도 난임 발생할 수 있어
“AI 기술, 난임 치료 정밀도 향상에 도움”

난임시술을 통해 태어난 출생아는 2020년 1만7천 명에서 2023년 2만6천 명으로 급증했다. 출생아 10명 중 1명꼴이다. 이 비율은 2020년 7%에서 불과 3년 만에 11%로 뛰었다. 난임시술은 이제 일부 부부의 선택이 아니라 우리 사회 출산의 한 축이 됐다.
전문가들은 출산 연령 고령화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지난해 여성 평균 출산 연령은 33.7살로 전년보다 0.1살 높아졌다. 35살 이상 고령 산모 비중은 35.9%로, 출산 여성 3명 중 1명 이상이다. 정부도 가임력 검사비 지원을 늘리고 난임시술 지원 대상의 소득 기준을 폐지하는 등 관련 지원을 확대해왔다.
하지만 난임을 둘러싼 잘못된 정보와 인식은 여전하다. “스트레스만 줄이면 난임은 해결된다” “난임시술은 한 번에 성공한다”는 오해가 대표적이다. 나이와 임신의 관계, 난임시술의 현실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부족한 탓에 정작 임신에 가장 중요한 적기를 놓치는 경우도 많다. 인공지능(AI) 특화 글로벌 난임센터를 표방하고 나선 서울 마곡차병원 난임센터 한세열 원장, 임정미 교수와 함께 난임을 둘러싼 흔한 오해와 사실을 짚어봤다.
-난임은 대부분 여성만의 문제다?
그렇지 않다. 2022년 통계 기준 여성 단독 난임이 64.2%로 비중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남성 요인만 있는 경우도 15%에 달하며, 남녀 모두 작용하는 경우가 35.8%에 이른다. 난임을 ‘여성만의 문제’로 보는 시각은 정확하지 않다. 게다가 최근 통계에 따르면 남자 난임 진료 환자 수 증가율은 여성보다 가파른 추세로 늘어나고 있다.
다만 임신을 위해서는 건강한 난자와 정자가 필수적인데, 여성이 평생 배란하는 성숙 난자는 400~500개로 제한돼 있다. 난임 치료를 위해 과배란을 유도해도 한 번에 얻을 수 있는 난자는 8~15개 정도다. 이마저도 나이가 들면 크게 줄고, 50살 무렵이면 폐경이 된다. 이처럼 여성의 경우 임신이 가능한 골든타임이 있기에 난임 문제에서 여성의 연령은 매우 중요한 요인이 된다 .
-난임은 40대 이후에나 생기는 문제 아닌가?
아니다. 실제 난임시술은 30대 중후반에서 가장 많이 이뤄진다. 2022년 난임시술 대상자의 연령 분포를 보면 30대(30~39살 )가 전체의 약 64%를 차지하며 가장 높은 비중을 보였다 . 특히 30~34살 환자 수가 40~44살과 대등하거나 오히려 높다는 점은 난임이 결코 40대만의 문제가 아님을 보여준다 . 난임은 ‘아주 늦은 나이에만 생기는 문제’가 아니라 30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마주하게 되는 현실에 가깝다.
한세열 원장은 “나이가 젊더라도 난소 기능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 다만 고령으로 갈수록 난소 기능이 떨어지면서 임신은 되더라도 유산이나 기형 위험이 커져 임신 유지 자체가 힘들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나는 괜찮을 거야’라는 안일한 인식 때문에 결정적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며 “난소기능 저하 외에도 다낭성난소증후군 등 질병으로 임신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나이가 많지 않더라도 미리 적극적인 검사를 받는 편이 좋다”고 강조했다.
-난임시술 중 체외수정이 80% 이상이라고 하던데, 그럼 인공수정은 효과가 없는 것 아닌가?
그렇지 않다. 두 시술은 대상과 방법이 다르다. 인공수정은 주로 부부 모두 생식 기능이 정상이면서 나이가 젊고 난임 기간이 짧은 경우에 우선적으로 시도된다 . 시술당 임신율은 평균 13.0%로 체외수정 (36.9%)보다 낮지만 , 비용과 신체적 부담이 적어 1차 치료로 선택된다 .
인공수정은 1~2차 시술에 8.14%가 집중돼 있는데 , 이는 초기에 효과가 없을 경우 체외수정으로 치료 방법을 변경하기 때문이다 . 이러한 단계적 접근 때문에 2022년 기준 체외수정이 전체 난임시술의 83.4%, 인공수정이 16.6%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 다만 두 시술 모두 연령이 높아질수록 임신율은 낮아진다 .
-난임시술은 대부분 한두 번이면 성공한다?
아니다. 여러 차례 시술이 필요한 경우가 적지 않다. 2022년 기준으로 체외수정 시술을 보면 1~4차 시술이 78.3%, 5차 이상도 약 22%에 이른다. 난임시술은 단기간의 ‘한 번의 선택’이 아니라 상태를 보며 조정해가는 치료 과정에 가깝다. 최근에는 이 과정에서 AI를 이용하기도 한다.
한세열 원장은 “AI는 수정 가능성이 큰 난자와 정자 선별, 이후 시험관 시술에서는 착상 가능성이 큰 배아를 추출하는 등 난임 치료 전 과정의 정밀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미 한 번 출산했으면 난임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아니다. 출산 경험이 있어도 난임은 충분히 발생한다. 2022년 난임시술 대상자 중 출산 경험이 있는 여성은 18.5%, 임신 경험이 있는 여성은 42.9%였다. 즉, 첫째를 낳았다고 해서 둘째 임신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임정미 교수는 “첫째 출산 후 나이가 들거나 생활습관 변화, 건강 상태 변화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차성 난임’도 흔하다”며 “연령 증가에 따른 난소 기능 변화가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과배란 유도를 하면 폐경이 빨리 온다?
아니다. 생리 주기에 배란될 가능성을 가진 작은 난포는 여러 개 존재한다. 체내에서 자연적으로 분비되는 호르몬 농도로는 이 중 하나의 우성 난포만 선택적으로 발달·배란되며, 나머지는 퇴화해 사라진다.
과배란 유도는 이렇게 사라지는 난포도 자랄 수 있도록 외부에서 호르몬을 보충해주는 과정이다. 향후 쓰일 난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사라질 난포를 함께 성장시켜주는 것이다. 따라서 과배란 유도 과정을 여러 차례 한다고 해서 폐경이 일찍 발생하지는 않는다.
윤은숙 기자 sug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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