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인데 갈수록 팔팔…사망도 늦추는 ‘역노화 기술’ 2가지 [건강한겨레]
단백질 더 먹고, 더 강한 근력운동 ‘열쇠’
“의료·요양비 1100만원 덜 쓰게 돼”

우리 몸은 지금 ‘노화’하는 걸까, 아니면 ‘노쇠’하는 걸까?
얼핏 보면 같은 질문처럼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의학계에서는 이 둘을 엄격하게 구분한다. 단순히 나이를 먹는 노화 과정 속의 노인과 몸의 회복 구조가 무너진 노쇠한 노인이 앞으로 10년 동안 누리게 될 삶의 질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노쇠는 인간이라는 ‘배터리 시스템’ 자체 고장
젊을수록 이 시스템은 탄탄하다. 밤새 잠을 자고 나면 에너지가 다시 100%에 가깝게 회복되고 온종일 움직여도 회복 속도가 빠르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변화가 시작된다. 노화는 배터리로 치면 ‘최대 충전 용량’이 서서히 줄어드는 과정에 가깝다. 20대에는 100%까지 충전되던 몸이 40대에는 90%, 60대에는 80% 정도까지만 차는 식이다. 그렇다고 충전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방전 속도도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다. 사용 시간을 조절하면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데 큰 문제는 없다.
노쇠는 전혀 다르다. 배터리의 용량 문제가 아니라, 관리 시스템 자체가 흔들린 상태다. 충전해도 금세 방전되고, 특별한 활동을 하지 않아도 에너지가 새어 나간다. 작은 활동에도 과부하가 걸리고, 한번 방전되면 회복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심한 경우에는 별다른 경고 없이 ‘전원이 꺼지는’ 상황도 벌어진다.

노화는 모두에게 오지만, 노쇠는 그렇지 않다
그는 “노쇠는 단순한 노화가 아니라 여러 요인이 겹치며 몸의 회복 여력 자체가 무너진 상태”라며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근육, 이를 조절하는 신경계, 회복을 책임지는 수면과 영양이라는 세 축이 동시에 흔들릴 때 몸은 스스로를 복구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국제 학술지 ‘자마 네트워크 오픈’에 실린 강원도 평창군 노쇠 예방·관리 연구를 이끈 장 교수는 “노쇠는 고장 난 상태가 가속화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예방이 아니라 ‘치료’가 필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 상태에서 무작정 걷기나 채식, 혈당 관리 같은 ‘예방 수칙’에만 매달리면 오히려 몸 상태가 더 악화할 수 있다. 배터리 시스템이 고장 났는데,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법에만 집착하는 셈이다.
배터리 수리처럼, 노쇠는 되돌릴 수 있다
나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노화는 되돌리기 어렵지만, 노쇠는 적극적 개입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서울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손호준 교수, 성균관대 장일영 교수, 지성환 박사과정 연구팀이 서울아산병원과 평창군보건의료원과 함께 진행한 ‘평창군 노쇠 복합중재 프로그램’이 이를 입증한다.
연구진은 평창군 보건의료원 지역사회 기반 노쇠 예방사업에 참여한 노인들을 대상으로 복합중재 프로그램의 효과를 연구했다. 참가자는 모두 383명이었다. 연구 대상자들은 모두 신체 기능 점수(SPPB)가 12점 만점에 7점대로, 사망률이 건강한 노인에 비해 30% 이상 높고 2∼3년 안에 지팡이가 필요할 가능성이 큰 고위험군 노인이었다.
이 가운데 187명은 복합중재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복합중재 프로그램은 △운동 △영양 지원 △정신건강 관리 △약물 조정 △가정환경 개선을 결합한 프로그램으로 24주간 진행됐다. 그리고 나머지 196명은 비교군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후 60개월 동안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통해 건강 상태와 의료 이용을 추적했다.
결과는 분명했다. 중재군은 비중재군에 비해 자택 내 독립적 생존기간이 평균 6.5개월 늘어났다. 5년6개월 동안 누적 의료·장기요양비 지출은 1인당 약 7688달러(약 1100만원) 줄었다. 반면 프로그램 비용은 1인당 약 872달러(약 120만원)에 불과했다. 투자 대비 편익(ROI)은 8.8배에 달했다. 장 교수는 “가족들의 생산성 감소와 돌봄 부담까지 고려하면 사회적 편익은 수천만원에 이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핵심은 ‘초과 회복’…근력운동이 살리는 노년
장 교수는 이를 ‘초과 회복을 통한 역노화'라고 표현한다. “궤도가 낮아진 인공위성이 다시 고도를 높이려면 천천히 가는 게 아니라 더 빠르게 달려 원심력을 얻어야 한다. 노쇠한 몸을 되돌리려면 절약이 아니라 평소보다 더 강력한 단백질 섭취와 근력 운동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다만 개인의 상태를 정확히 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진료실에서 가장 안타까운 환자들은 노력할수록 몸이 나빠지는 분들이다. 자기 몸 상태에 맞지 않는 채식이나 과도한 걷기 같은 ‘예방 수칙'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이미 건강 궤도를 이탈했다면 접근 방식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쇠의 씨앗은 10대에 뿌려져
장 교수는 “보통 인간의 에너지 정점은 30대 중반에서 40살 사이에 도달한다. 건강 최고점을 찍는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16살에서 20살 사이에 얼마나 활동적이었는지가 40살 이전까지의 건강 총점을 좌우한다”며 “이 시기에 쌓아둔 신체적 역량을 이후 20년 동안 꺼내 쓰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학업 때문에 온종일 의자에 앉아 있거나 수면과 영양 관리가 무너진 청소년들은 건강 최고점 자체가 낮게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남들보다 일찍 골다공증이나 대사질환 같은 ‘젊은 노쇠의 늪’에 빠질 위험이 크다.
결국 노쇠는 노년기에 갑자기 찾아오는 불운이 아니다. 젊은 시절부터 누적된 생활 습관이 만들어낸 결과인 셈이다. 장 교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회는 있다. 본인의 건강 총점이 남들보다 낮더라도 근력 강화 등 적극적 개입으로 노쇠를 치료한다면 건강한 노년기라는 궤도에 다시 올라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은숙 기자 sugi@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여당서 첫 이혜훈 사퇴 요구…장철민 “어떤 공직도 맡아선 안돼”
- [단독] “중국 반도체 경쟁력, 한국 따라잡았다…생각보다 더 빨라”
- 오늘도 강추위, 내일 아침 -10도까지 내려갔다 낮부터 풀릴 듯
- “아이큐가 한 자리야?”…이혜훈 갑질 의혹에 국힘 총공세
- ‘1억 공천헌금’ 강선우 전격 제명…김병기엔 징계심판 요청
- 위성락 “한·중 정상회담때 한반도 비핵화 실질적 논의”
- “‘흑백요리사2’ 딸깍 훔쳐 돈 번다”…유튜브서 활개 ‘불펌 쇼츠’
- [단독] “김병기 쪽에 2천만원·1천만원 줘…새우깡 쇼핑백에 돌려받아”
- 한강 소설은 아직이지만 성해나, 김기태 신작 기대하세요 [.txt]
- 70대인데 갈수록 팔팔…사망도 늦추는 ‘역노화 기술’ 2가지 [건강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