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이전 북·중 정상 만난다면, 북·미 대화 징검다리 가능성”[신년 인터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회담이 2026년에는 성사될 수 있을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시도했지만 김 위원장은 응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자신의 발언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의 4월 중국 방문이 김 위원장과 대면할 수 있는 주요 계기로 꼽힌다.
황지환 서울시립대 국제관계학과 교수(52)는 현재로선 북·미 회담 가능성은 작다면서도 1~2월에 여러 변수에 따라 북·미 대화가 이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황 교수는 “김 위원장이 새해 초쯤 제9차 노동당 대회에서 8700t급 핵동력 전략유도탄 잠수함(전략핵잠수함 추정) 등을 통한 핵무력 증강의 진전된 메시지를 내놓는다면 북·미 대화의 긍정적인 신호가 될 수 있다”며 “4월 이전에 북·중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이 또한 북·미 대화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라고 밝혔다.
황 교수는 또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북·미 협상 의제 등을 미국에 제시해야 한다며 “우리가 피스메이커라는 생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본격적인 북·미 협상 국면에서 양측의 근본적인 시각차를 해결하기 위해선 “단계적 협상을 통해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했다.
황 교수는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콜로라도대학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2015년) 및 정책기획위원회(2021년)에서 활동했고 외교부·통일부·국방부 등에서 자문직을 역임했다. 북·미 간의 비핵화와 평화체제의 딜레마 문제를 국제정치학의 시각에서 조명한 <북한은 왜 미국과 싸우는가>를 지난 2월 펴냈다. 황 교수를 지난 24일 서울시립대 연구실에서 만난 뒤 26일 전화로 추가 인터뷰했다.
- 트럼프 대통령이 경주 APEC 참석 때 제안한 만남에 김 위원장이 응하지 않은 이유는.
“김 위원장이 아직 자신감과 확신이 없는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서 설득하고 양보를 얻어내는 등 성과를 내기 쉽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2017년에 6차 핵실험을 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을 시험발사하면서 대미 핵억제력 완성을 선언했다. 이후 기조를 바꿔 2018년에 남한 및 미국과 정상회담을 했다. 당시에 김 위원장은 전략무기를 통해 자신이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고, 미국 우선주의와 거래주의적 성향인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북한이 원하는 걸 얻어낼 수 있다고 본 것 같다.”
- 새해 북·미 회담 가능성은.
“현재 시점에선 낮아 보인다. 다만 1~2월에 어떤 일이 발생할지에 따라 북·미 대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 북한의 제9차 당대회가 열린다. 북한이 지난 5년간의 핵무력 등 군사와 대외정책, 국내 경제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새로운 계획을 내놓는다면 김 위원장이 자신감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2017년 말과 2018년 초 양상처럼, 제9차 당대회에서도 8차 대회에서 제시했던 전략무기 등 핵무력 능력에 대한 진전된 표현이 나오면 북·미 대화의 긍정적인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북한이 지난 25일 공개한 8700t급 핵동력 전략유도탄 잠수함도 상당한 발전으로 김 위원장이 자신감을 확보할 수 있는 요소다. 또 북한이 중국과 북·미 회담과 관련한 논의를 진행할지 여부도 변수다.”
- 트럼프 대통령의 4월 방중을 계기로 북·미 회담 가능성이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곳에 방문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김 위원장과 만날 의사를 표명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동아시아에 오는 건 북·미 대화의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다. 또 중국은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국가다. 2018~2019년 두 차례 북·미 정상회담을 전후로 북·중 정상이 다섯 차례 회담했다. 그 전에 시진핑 국가주석과 김 위원장의 만남은 한 차례도 없었다. 그만큼 북·중은 북·미 회담에서 이해를 공유한다는 뜻이다. 만약 2~3월쯤 북·중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가 될 것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4월 회담에서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려 한다면, 북한도 이를 파악해 중국을 통해 미국에 접근하려 할 수 있다.”
북 9차 당대회서 핵무력 진전 표현 나오면
김정은 대미 대화 나설 자신감 회복 신호
상반기 북·중 회담 열리고 트럼프 방중 땐
북·미 정상회담에 긍정적 요소 될 수 있어
북한, 당장 핵 포기 못해도 미래 생각하면
국제사회 제재 벗어나 경제 발전 원할 것
미국도 비확산 체제 유지할 수밖에 없어
‘2018 싱가포르 성명’서 실마리 찾을 수도
북 원하는 안전보장과 비핵화는 교환관계
한쪽이 특정요소 더 강조하면 해결 어려워
동결·제재 완화 뒤 비핵화·안전보장으로
단계적으로 주고받으며 신뢰 쌓는 게 중요
북, 남한에 전혀 대응 안 해 어려운 상황
그럼에도 계속해서 대화의 문 두드리고
한국이 먼저 미국에 대북 협상안 내밀어야
페이스메이커 아닌 피스메이커로 나서길

- 북한은 비핵화 불가 입장인 반면 미국은 비핵화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북한의 비핵화 태도가 강경해진 건 사실이다. 그러나 북한은 과거에도 비핵화 협상은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그러다 2018년 남북정상회담에 나와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고 북·미 정상회담에서도 그랬다. 2019년 북·미 하노이 협상이 결렬된 이후 북한은 미국에 새로운 협상안을 가져오라는 입장이다. 북한이 핵군축 협상을 원한다는 시각도 있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바라는지 분명하지 않다. 한국과 미국은 비핵화 목표를 유지하면서 향후 북한이 어떤 협상안을 제안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 북·미 핵군축 협상 가능성은.
“핵군축 협의는 북·미 간 문제만이 아니다. 핵보유국인 중국 및 러시아도 논의에 참여해야 할 것이다. 중·러는 북한의 영구적인 핵보유를 원하지 않는다고 본다. 북·미가 핵군축을 논의한다면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 폐기와 전략자산 미전개 등도 포함될 것이다. 그러나 이들 요소는 북한만이 아니라 중국을 염두에 둔 성격도 있어 미국 입장에서 쉽지 않다. 북한은 현재 핵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는 쪽에 가까울 것이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딸 주애가 성인이 돼서도 핵무기를 갖고 살기를 원할까’라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고 본다. 국제사회 제재에서 벗어나 경제를 발전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이나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비확산 체제를 별로 신경 쓰지 않더라도, 미국 내부에는 비확산론자들이 상당하고 비확산에 대한 공유된 인식이 있다. 미국은 비확산 체제가 취약해졌을 때 외교적·군사적 부담이 엄청나게 크다는 걸 알고 있다.”
- 한·미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에 명시된 2018년 북·미 싱가포르 공동성명이 대화 재개 출발점이 될 수 있나.
“북·미 싱가포르 합의에는 북·미관계 정상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및 비핵화 등 내용이 담겨 있다. 구체적인 내용이라기보다 상징성이 강하기 때문에 이 공동성명에서 시작할 수는 있을 것 같다.”
- 북·미 대화 성사를 위해 한국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북한이 남한에 전혀 대응하지 않는 상황에서 역할이 제한되는 등 어려운 상황인 건 맞다. 이재명 대통령이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겠다는 것도 구조적 한계를 인식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래도 북한과 대화할 준비가 됐다는 신호를 보내는 등 계속 문을 두드려야 한다. 북한이 어느 시점에 정책을 변화하겠다는 판단이 서면 우리가 필요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문제에 대해 새로운 접근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는 건 사실이다. 다만 현재 트럼프 대통령이 구체적인 전략이나 계획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미국이 어떤 의제로 어떻게 북한과 협상할지 우리가 적극적으로 안을 만들어 제안할 필요가 있다. 북한에도 그렇게 해야 한다. 우리가 피스메이커라는 생각으로 그에 준하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 북·미가 협상을 하더라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사이에서 순조롭지는 않을 것 같다.
“북핵 문제는 지난 30여년 동안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라는 두 개의 큰 축으로 논의돼왔다. 북한 입장에서 평화체제를 강조하는 것은 체제 안전보장을 확실히 하겠다는 뜻이다. 자신의 핵무기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체제를 보장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북한은 기본적으로 미국의 위협 때문에 핵을 보유하게 됐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체제 보장과 평화체제가 이뤄져야 비핵화가 이행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미국은 북한을 공격할 의사가 없고, 북한이 비핵화를 해야 한반도 평화가 달성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미국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주장할 때, 북한도 마찬가지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안전보장’(CVIG)을 주장하는 것이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라는 관점의 차이다. 비핵화에만 초점을 맞추면 평화체제가 지체되고, 그 반대 현상도 발생할 수 있어서 딜레마다.”
- 어떻게 해야 하나.
“비핵화와 평화체제는 교환 관계에 있기 때문에 세부 사항을 두고 하나씩 주고받는 단계적 방법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과거 북·미 제네바 합의나 6자회담의 합의 등도 그랬다.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두 개 요소의 배열 조정에 실패하면서 결렬됐다. 한쪽이 특정 요소를 더 강조하면 해결이 안 된다. 동결·감축·비핵화와 제재 완화·지원·안전보장 등을 단계적으로 주고받으면서 신뢰를 쌓는 노력이 필요하다.”
- 북한이 바라는 안전보장 방안은 무엇인가.
“과거 북·미 협상에서 미국이 북한에 질문했지만 명확한 답을 받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은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어떤 모습이 적대시 정책의 종료인지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한 것이다. 북한은 미국이 한반도와 동아시아 전략 자체를 바꾸길 원할 수 있다. 불가침선언이나 종전선언이 북한의 체제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다. 우크라이나도 1994년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신 영토주권과 안전을 보장받는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를 체결했으나, 2022년 러시아 침공으로 휴지조각이 됐다.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는 우크라이나판 평화체제 문서다. 북한은 우크라이나를 반면교사로 삼고 있을 것이다.”
- 북·미 대화가 열리면 남북관계에도 공간이 열릴까.
“북한이 2023년 말부터 ‘적대적 두 국가’를 주장하고 있지만 향후 남북관계가 변화할 수 있다고 본다. 4월 미·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남북정상회담도 생각해볼 수 있다. 북한이 앞으로 수십년 동안 한국과 전혀 상대하지 않을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북한이 남한을 다른 국가로 간주하더라도 그 속에서 협력 관계를 도모할 수도 있다.”
- 정부의 대북정책은 어떻게 평가하나.
“교류·관계 정상화·비핵화로 이뤄진 END 이니셔티브와 중단·축소·폐기의 3단계 비핵화론은 표준적인 방안으로 평가한다. 현재 상황에서 특별하게 차별화된 얘기가 나오긴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의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등 남북 간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도 지속해야 한다. 미국의 확장억제와 한국의 3축 체계로 북한의 도발을 막을 수 있지만, 의도치 않은 상황의 충돌은 방지하지 못한다. 군사분계선과 북방한계선(NLL) 등에서 소통 채널을 복구해야 한다.”
- 새해 한·미관계는 어떻게 전망하나.
“2025년에는 관세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 여기에 집중되면서 안보는 상대적으로 덜 논의된 듯하다. 새해에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확장억제 등 안보 분야 협의가 구체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의 대한반도 공약이 유지될지, 아니면 한국의 부담을 높이면서 전력을 빼려고 할 것인지도 중요한 포인트다. 한국이 대중국 견제에 동참하라는 미국의 요구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미·중관계 전망은.
“트럼프 행정부가 발간한 국가안보 전략(NSS)을 보면 불확실하고 모호한 측면이 있다. 중국을 견제하겠다면서도 트럼프 1기 행정부나 조 바이든 행정부와 비교하면 중국을 공세적으로 비난하는 내용은 없다. 기본적으로 중국과 군사적 측면에서 갈등을 만들고 싶어 하지는 않아 보인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아직 구체화하지 않은 것 같다.”
- 이재명 대통령이 새해 초 중국 방문을 추진 중이다.
“지난 10년 동안 한·중 사이 불안정한 모습들을 해소하려는 의지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정책으로 인해 한·중이 경제적으로 가까워질 수 있는 구조적 환경이 취약해졌는데 이런 부분도 의제가 될 것 같다. 우리도 미·중 전략경쟁 속에서 중국을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정부가 대북정책을 펼치는 데 중국에 협조를 구하고 동북아의 평화·안정을 유지할 수 있도록 중국의 역할도 요청할 수 있다. 북한이 대화에 나올 수 있도록 북·중 정상회담 등을 제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한·일관계는 투 트랙 기조 아래 순조로운 흐름이 이어질까.
“투 트랙으로 가는 건 맞는다고 생각한다. 다만 독도 등 영토나 과거사 문제를 두고 일본 쪽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모습들이 계속 나타나 우려스럽다. 이 부분에서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경제·안보 분야 협력을 증진하는 게 쉽지만은 않을 듯하다. 한·미·일 협력도 트럼프 대통령이 양자 접근을 선호하기 때문에 협력 의제들이 줄어든 측면이 있다. 3국 협력의 새로운 틀을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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