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6년 의병 봉기, 1966년 국회 오물투척…‘불 기운’으로 혁신을
- 1906년 日, 고종 외교권 박탈
- 초대 통감 이토 히로부미 임명
- 최익현 등 일본군과 맞서 싸워
- 1966년 백마부대 베트남 파병
- ‘사카린 밀수’ 김두한 오물 뿌려
- 한일 국교정상화 첫 공식 회담
- ‘붉은 말의 해’ 역동적 기운 강해
- 정치적 갈등·세대 충돌 등 우려
- 경제 성장·AI 분야 도약 기대도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병오년(丙午年)이다. 양화(丙, 태양 같은 붉은 불)와 오화(午, 말띠의 뜨거운 불 기운)가 겹쳐 ‘붉은 말의 해’로 불린다. 병과 오는 오행으로 볼 때 둘 다 불이다. 병은 태양, 밝은 빛, 불의 기운을 상징한다. 오는 정오와 한여름을 지칭한다. 한여름 태양 아래 힘차게 달리는 말이다. 역동적이고 폭발적 에너지다. 꽃이 잎을 피울 때와 나무가 옆으로 가지를 뻗고 울창하게 자라게 하는 것도 불 기운이다. 병은 높이 뜬 태양이 스스로 밝게 빛나듯, 대중에게 주목을 받고 인기를 얻는 힘이다.
병 에너지를 가진 사람은 밝고 명랑하다고 한다. 주변 사람과 잘 어울린다. 옳고 그름이 명확하다. 진취적 도전정신과 세상을 바꾸려는 의지가 강하다. 생각을 곧 행동에 옮기기 때문에 정치권에 뛰어드는 사람이 많은 편이다. 마침 올해 6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있다. 과거 병오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살펴봄으로써 올해 국운을 점쳐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자연에서 가장 빠른 말
말은 자연에서 구할 수 있는 이동수단 중 가장 빠르다. 말이 인간 문명을 발전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말은 속도·기동력·힘의 상징이다. 반면 겁이 많고 예민하다. 하루 수십 ㎞를 달릴 수 있는 강한 체력과 지구력을 가지고 있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여포의 적토마(赤兎馬)가 대표적이다. 낮에 1000리, 밤에 800리를 달렸다고 한다. 과장이 좀 심했다. 말을 타본 사람은 안다. 등에서 느껴지는 힘을. 오죽하면 힘을 나타내는 단위로 마력을 쓰겠나. 1마력은 746와트(W)다. 1초에 75㎏ 무게를 1m 높이로 들어 올리는 힘이다. 자동차 엔진 출력, 전기 모터 성능 등을 나타낼 때 쓴다.
일본인은 병오년에 태어난 여성이 드세다고 믿는다. 남편을 잡아먹을 팔자라고 한다. 그래서 1906년 합계출산율이 전년에 비해 4%가량 떨어졌다. 이 해 출산 여아의 출생신고를 이듬해 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1966년 역시 출산율이 1.58로 폭락했다. 전년도 2.14와 비교하면 큰 차이다.
한국에서도 이런 인식은 일부 있었다. ‘동국세시기’에 따르면 병오일 제사를 생략한 기록이 있다. 일부 농촌에서 병오년에 임신하면 약초나 주술로 낙태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국가적 금기보다 민간신앙 차원으로 보인다.
▮변화와 혁신, 갈등과 분열
우리나라 사람은 병오년을 ‘불의 기운이 가득 찬 격렬한 해’로 인식한다. 변화와 혁신, 갈등과 분열을 뜻한다. 긍정적으로 리더십과 창조성을 발휘하는 시기로도 여겨진다. 일본과 달리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편이다. 올해는 이재명 정부 2년차다. 비상계엄의 혼란을 수습하고 국운이 상승하는 해로 볼 수 있다. 경제전망 기관들도 전년보다 올해를 더 좋게 본다. 지난해 0%대 성장이었다면 올해는 1% 내지 2%대 성장을 내다본다.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병오년인 1666년과 1846년 큰 가뭄이 있었다. 일부 역술인은 불 기운이 강함을 이유로 올해 국가적으로 가뭄과 화재 사건이 많이 날 것으로 예상한다. 우발적 범죄도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불 기운으로 정치적 갈등이 심해지고, 세대 간 충돌이 커진다고 한다. 반면 재물 기운이 약해 경제적 불안 요소가 나타날 개연성이 있다. 기업 구조조정 확대,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증가, 중소자영업자 몰락 지속 등을 예견할 수 있다. 국민 개인에게는 열정 과다로 인한 구설수와 건강을 조심하라고 조언한다.
▮불붙은 베트남 전쟁

60년 전 병오년(1966년)은 박정희 정권 아래 고도성장 초기였다. 국제사회는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었다. 1964년 통킹만 사건으로 미국과 베트남 사이에 팽팽한 긴장이 흘렀다. 미국 린든 존슨 대통령은 이 사건을 계기로 베트남 군사 개입을 본격적으로 전개했다. 1965년 3월 30일 미국 대사관 폭파 테러로 218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전쟁은 전면적 양상을 띠었다.
박 정부는 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추진하며 미국과 공조를 강화했다. 이는 베트남전 대규모 파병으로 이어졌다. 1966년 8월 베트남 냐짱에 주월 한국군 야전사령부가 설치됐다. 1965년 맹호·청룡부대에 이어 1966년 백마부대가 파견됐다. 8월 청룡부대 소속 이인호 대위가 수류탄을 몸으로 막아 부하들을 구하고 전사한 사건이 일어났다. 투이호아 지역 동굴 수색 중 발생했다. 숨어 있던 베트콩이 던진 수류탄이었다. 부하 4명이 목숨을 건졌다.
10월 31일 린든 존슨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한미동맹과 베트남전 공조를 과시했다. 5000여 명의 희생 위에 박 정부는 2차 5개년 계획에 힘을 얻었다.
일본과 관계가 좋아졌다.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 후속 조처가 이어졌다. 5월 27일 일본이 약탈 문화재 80여 점을 한국에 반환하면서 양국 사이에 화해 분위기가 조성됐다. 청구권 협정 자금을 바탕으로 일본 자본이 유입됐다. 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실행하는 동력이었다. 첫 공식 회담인 한일 각료회의가 1966년 9월 서울에서 열렸다. 경제 협력과 현안 조정을 두고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졌다. 하지만 ‘굴욕 외교’ 비판이 일면서 정치적 긴장감이 팽배했다.
▮사카린 밀수와 국회 오물 투척

국내에서는 국회 오물투척사건이 일어났다. 김두한 의원이 정부 각료를 향해 오물을 뿌렸다. 김 의원은 9월 22일 국회의사당에서 사카린 밀수 사건에 항의하기 위해 정일권 국무총리, 장기영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 김정렴 재무부 장관, 민복기 법무부 장관에게 오물을 뿌렸다. 분뇨를 뒤집어쓴 국무위원은 비명을 질렀다. 진동하는 악취에 국회 본회의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오물을 뒤집어쓴 각료들 모습이 사진기에 그대로 찍혔다.
삼성그룹 계열사 한국비료가 일본에서 사카린 원료를 밀수해 들어온 사실이 신문 보도로 알려지자 대한민국이 발칵 뒤집혔다. 국회 본회의에서 이를 추궁하는 대정부 질문이 열렸다. 하지만 정부 인사들이 삼성을 비호하자 김 의원이 열을 받은 것이다.
▮일제 통감부 설치

120년 전인 1906년은 을사조약 직후 일본이 지배력을 강화한 시기다. 일본은 대한제국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통감부를 설치, 식민통치를 시작했다. 초대 통감으로 이토 히로부미가 왔다. 일제는 고종 황제의 외교권을 박탈했다. 항일 의병 운동이 절정에 달했다. 충남 홍주성에서 민종식이 이끄는 의병이 일본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6월 최익현이 태인(전북 정읍)에서 봉기했으나 고종의 해산 명령으로 진압됐다. ‘태백산 호랑이’ 신돌석은 영남에서 유격전을 지속했다.
▮AI 활용, 강국 부상해야

비상계엄으로 침체에 빠진 대한민국이 강력한 말의 힘을 발휘하길 기원한다. 그리스 신화에 켄타우로스가 등장하는데, 이는 반인반수다. 상체는 인간, 하체는 말이다. 말의 힘과 인간성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켄타우로스 중에서 케이론(Chiron)이 유명하다. 불사의 몸을 가졌다. 그는 아폴론과 아르테미스에게서 의술 음악 사냥 예언 등을 배웠다. 아킬레스와 헤라클레스 등 영웅들 스승이었다.
인간이 인공지능(AI)를 잘 활용하면 케이론과 같은 능력을 가질 수 있다. 이재명 정부는 AI에 국가적 역량을 쏟겠다고 밝혔다. 병오년은 AI 분야에서 세계 강국으로 부상할 기회다. 붉은 말의 힘찬 도약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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