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어·카트족 6500명 승강기 전쟁…부산도시철도 서면역은 환승지옥

이원준 기자 2025. 12. 31.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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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호선 승강장·대합실 직통 연결, 외국인 관광객·노인 엉켜 북새통

- 에스컬레이터 이용 안내 한글뿐
- 미로같은 역사에 교통약자 혼란

31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도시철도 서면역. 커다란 캐리어를 끌고 서면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지하 1층 대합실에서 한참을 헤매고 있었다. 2호선으로 환승하려는 이들은 연신 길을 물은 끝에 지하 3층 2호선 승강장으로 가는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하지만 엘리베이터 앞은 이미 이용객으로 북적였고, 관광객은 결국 캐리어를 손에 들고 계단으로 향했다.

31일 부산도시철도 서면역 대합실(B1)과 2호선 승강장(B3)을 오가는 엘리베이터 앞이 이용객으로 북적이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캐리어를 들고 계단을 오르는 관광객들. 이원준 기자


대합실에서 2호선 승강장으로 향하는 13인승 엘리베이터 앞은 북새통을 이뤘다. “여 할매들 다 부전시장에서 장 보고 온다 아닙니까. 여는 사람이 맨날 많아.” 장바구니를 끌고온 노인들이 2호선을 이용하기 위해선 엘리베이터 외에 다른 수직이동 수단이 없어 불편을 호소한다. 이용객 중에는 몸이 불편해 지팡이를 짚거나 유모차를 끌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부모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승객 간 발을 밟고 밟히는 일도 다반사다. 서면역은 김해공항, 부산역, 부산항을 통해 부산을 방문한 국내외 관광객이 해운대와 남포동 등 주요 관광지로 가기 위해 이용하는 도시철도 1·2호선의 주요 환승역이다. 이 때문에 역사는 늘 인파로 혼잡하다.

직접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니 곧바로 2호선 승강장 개찰구가 나왔다. 이곳은 대합실보다 더 많은 승객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일부 승객은 엘리베이터에 탑승하기 위해 전동차에서 내린 후 곧바로 엘리베이터로 뛰어가기도 했다.

부산교통공사에 따르면 2호선 엘리베이터 개찰구의 하루 평균 이용객은 총 6530명(승차 2807명, 하차 3723명)이다. 해당 개찰구는 엘리베이터 밖에 없어 개찰구 이용객 수가 엘리베이터 이용객 수와 정확히 일치한다. 특히 2호선 승강장(B3)에서 대합실(B1)로 올라가는 유일한 직통 엘리베이터기 때문에 많은 이용객이 몰릴 수밖에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캐리어를 들고 계단으로 향하는 외국인들도 부지기수다. 그중 일부는 몇 걸음을 가다가 멈추며 휴대전화를 들여다봤다. 길을 찾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서면역 1호선은 선로 바깥쪽 양옆에 승강장 두 면이 마주 보도록 설치된 상대식 구조, 2호선은 두 선로 사이에 하나의 승강장이 위치하는 섬식 승강장 구조로 되어있다. 2호선 이용객 중 환승객을 제외한 승객들은 직통 엘리베이터 혹은 2층 높이의 계단을 통해야 대합실로 나설 수 있다. 사실상 교통약자들은 엘리베이터 외에 대합실로 이동 가능한 수단이 없는 셈이다.

일반 이용객은 2호선 승강장에서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 1호선 승강장으로 이동 후 승강장 내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주요 이동 안내 문구 대부분이 한국어로만 표기돼 있어, 초행인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복잡한 미로처럼 느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외국인들은 앱으로 지도를 한 번 더 찾거나, 길을 물어 목적지를 찾아간다. 2호선 승강장 3번 엘리베이터(B3)에는 대합실(B1)까지 엘리베이터가 운행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한국어로만 표기돼 있다. 그 때문에 일부 관광객은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가 캐리어를 들고 남은 계단을 오르기도 했다.

부산교통공사 관계자는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에 근거해 1역사 2동선은 확보했다”며 “서면역 내 이동편의 시설 추가 설치 민원이 제기되고 있지만 사업 예산 확보가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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