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만원만 있어도 車사듯 '로봇 쇼핑'…놀라운 미래 온다

이명철 2025. 12. 31.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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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베이징에 세계 첫 오프라인 로봇 매장 연 유니트리
“로봇도 사거나 빌리는 시대…스마트폰 능가할 혁신 될 것“
로봇 구매·렌털 가능. 로봇 굴기 中 "내년 상용화 원년"

[베이징=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31일 문을 연 중국 베이징 징둥몰 유니트리(중국명 위수커지) 로봇 매장.

마치 아이언맨처럼 빨간색과 황금색으로 도색한 휴머노이드 로봇 ‘G1’과 인형 탈을 뒤집어쓴 사족보행 로봇개 ‘Go2’ 비롯해 여러 대의 로봇 제품이 각각 기동하며 고객을 맞았다. 유연하게 관절을 움직이며 앉았다 서기를 반복하는가 하면 바닥에서 네 다리를 번갈아 떼며 아장아장 걷거나 빙글빙글 제자리를 돌기도 했다. 매장에는 중국 현지 매체, 인터넷 방송 관계자를 제외하고 로봇 매장에 관심을 두고 구경 온 관객이 많았다. 젊은 남녀가 로봇과 함께 기념 촬영하고 엄마의 손을 잡고 호기롭게 로봇을 지켜보는 아이도 있었다.

매장 중앙에서는 유니트리의 제품을 소개하는 라이브 방송이 진행 중이었고 주변에는 관련 제품을 전시하고 있다. 매장에 전시된 판매 제품은 G1 1대와 Go2 4대 등 총 5대였다. 현장 직접 구매는 물론 QR 코드 스캔을 통해 살 수 있다. AI산업 로봇으로 전 세계를 휩쓸겠다는 중국의 ‘로봇 굴기’ 야심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현장이다.

31일 중국 베이징 징둥몰에서 오픈한 유니트리 매장 내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전시돼있다. (사진=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짐도 나를 수 있어요” 로봇 매장서 판촉 한창

이날 공식 오픈한 유니트리 로봇 매장은 중국에서 처음 선보인 로봇 오프라인 매장이다. 지금까지 베이징 이좡 경제기술개발구에 로봇 판매부터 사후관리(AS)를 담당하는 ‘로봇 4S 매장’이 문을 열었고 온라인에서 로봇 판매·임대가 이뤄지고 있지만 자체 브랜드로 오프라인 전문 매장을 연 것은 이곳이 처음이다.

매장에서 만난 유니트리 관계자는 “로봇은 TV에서만 보는 게 아니다. 돈만 있으면 사거나 빌릴 수 있는 시대가 됐다”며 “나중에는 스마트폰보다 더 큰 혁신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이 실생활에 밀접하게 연결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날 매장에서 판매를 시작한 G1의 가격은 8만 5000위안(약 1762만원)이다. 높이 130㎝, 무게 약 35㎏에 배터리 수명은 약 2시간이다. 매장 관계자는 “최대 43개의 관절 모터를 적용했다”며 “360도 감지 센서와 인공지능(AI)을 통해 자유로운 움직임이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Go2는 표준 4차원(4D) 라이다(LiDAR) 인식 시스템을 통해 감지 기능을 대폭 향상했다. 전면 카메라·조명과 음성 인식 마이크, 음악 재생 장치를 갖췄다. 앱을 통해 고화질 영상을 시청할 수 있다. Go2 등에 랙을 설치하면 최대 10㎏의 짐을 나를 수 있다고 했다. 매장에서 프로 모델은 1만 9999위안(약 415만원), 에어 모델 1만 497위안(약 218만원)에 판매한다.

31일 중국 베이징 징둥몰에서 오픈한 유니트리 매장 내 휴머노이드 로봇 G1이 전시돼있다. (사진=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판매·임대 활성화, 산업현장·일상생활에 침투

유니트리는 2025년 춘절(중국 음력설) 때 사람과 함께 단체 무용을 선보이고 로봇끼리 격투기 대회를 시연하며 로봇 올림픽 대회에도 참여하는 등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낸 기업이다. 최근 중국 본토 증시 상장을 추진 중이며 기업가치 최대 500억 위안(약 10조 4000억원)을 기대하고 있기도 하다.

이번에 오프라인 매장을 직접 운영하는 것은 일반 소비자들과 접점을 넓히면서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장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매장에서 직접 로봇을 구매하는 모습은 없었지만 매장을 찾은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이끌어 내기에 충분해 보였다. 유니트리 관계자는 “매장에서 로봇이 실제로 팔리진 않았지만 소비자들의 많은 관심을 얻고 있다”며 “오프라인 매장은 주로 대중에게 기술을 소개하고 시연을 통해 판매를 촉진하는 쇼케이스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유니트리가 생산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은 주로 연구·교육 기관과 공연 회사에서 과학 교육과 엔터테인먼트를 위해 구매하고 있다.

31일 중국 베이징 징둥몰에서 오픈한 유니트리 매장 안이 방문객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2025년 하프마라톤 대회, 올림픽 경기 등 다양한 휴머노이드 로봇 행사를 개최한 중국은 본격적인 상용화 단계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앞서 로봇을 실제로 판매하고 임대함으로써 대중에게 친숙한 분위기를 형성하려 하고 있다. LG전자가 투자한 것으로도 잘 알려진 중국 로봇 기업 애지봇(중국명 즈위안로봇)은 최근 로봇 임대 플랫폼인 ‘칭톈주’를 오픈하기도 했다. 애지봇의 휴머노이드 로봇과 로봇 개를 하루에 최저 499위안(약 10만원)에 빌려주는 이 플랫폼은 이미 내년 1~2월 예약이 거의 다 차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2025년이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의 등장을 알리는 해였다면 2026년은 공장 등 산업현장과 일상생활에 본격적으로 투입하는 상용화 원년이 될 전망이다. 중국 로봇 기업 유비테크는 한해에만 누적 주문 금액이 2000억원을 돌파하는 등 실제 계약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GT)는 “중국의 급속한 기술 발전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이 일상처럼 느껴졌다”며 “로봇 매장 개점도 놀라지 않게 됐다. 앞으로 로봇이 노인 돌봄과 간호 등에도 적용하면 매우 가치 있을 것이다”고 보도했다.

중국 첫 휴머노이드 로봇 전문 매장이 들어선 베이징 징둥몰 전경. (사진=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이명철 (twomc@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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