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선·전함까지 … 골리앗 크레인 10기 쉴새없이 가동
설계부터 품질·납기 종합관리
용도·선종 다른 선박 동시건조
51년간 5000척 인도 세계기록
점유율 15% 단일조선소 최고
올해 40척 중 24척 조기 인도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의 도크는 여러 나라 바다를 향해 열려 있다. 1도크에서는 대만 선주가 발주한 1만55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이 선체 윤곽을 드러내고 있었고 2도크에서는 유럽에서 주문받은 8만8000㎥급 액화석유가스(LPG)선과 초대형 암모니아 운반선이 나란히 올라가 있었다. 선종도, 발주처도, 연료도 달랐지만 작업은 각 선박의 일정에 맞춰 질서 있게 이어지고 있었다.
조선소의 심장부인 100만t급 3도크는 규모부터 압도적이다. 길이 672m, 폭 92m로 축구장 9개 넓이에 해당하는 이 공간은 핵심 생산 거점이다. 이곳에서는 여러 척의 선박을 한 번에 올려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동시 건조'가 이뤄진다. 현재 3도크에서는 8만8000㎥급 LPG선과 17만4000㎥급 액화천연가스(LNG)선을 포함해 총 5척이 동시에 건조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약 146만평 규모 용지에 14기의 드라이도크와 10기의 골리앗 크레인을 갖춘 세계 최대 단일 조선소다. 자동화·친환경 공정을 기반으로 연간 약 100척의 선박을 안정적으로 건조하고 있다. 글로벌 조선 시장에서 15%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는 단일 조선소 기준 세계 최대 수준이다.

회사는 조선에 대해 단순히 한 척의 배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설계와 생산, 운영을 아우르는 '종합 엔지니어링 시스템'으로 접근해 왔다. 선형과 추진 성능, 연료 공급 시스템, 구조 요소를 처음부터 하나의 목표로 통합해 구상하고 그 결과가 생산 현장에서 그대로 구현되도록 공정을 구성하는 방식이다. 배들이 한 도크에서 동시에 움직일 수 있는 이유는 '배를 만드는 공장'이 아니라 '조선을 설계하는 시스템'이어서다. 현장에서 만난 윤상식 HD현대중공업 선장·전장설계 담당 임원(상무)은 "차는 공기 저항을 상대하지만 배는 물의 저항을 뚫어야 한다"며 "우리는 단순한 연비가 아니라 선형·추진·구조가 함께 만들어내는 '성능'으로 경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설계에서 만들어진 성능이 생산 현장에서 흔들리지 않고 그대로 구현돼야 연비와 품질, 납기가 동시에 성립된다"고 부연했다.
실제 울산조선소의 생산 라인은 종합 설계를 전제로 짜여 있다. 블록 크기와 중량은 크레인 용량에 맞춰 설계되고 블록 이동과 용접, 의장 작업은 일정에 맞춰 연속적으로 이어진다. 자동차 공장의 컨베이어 벨트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조선소 역시 정해진 리듬 위에서 움직인다.
이 시스템이 실제 성과로 이어진 지표는 분명하다. HD현대중공업은 올해 인도한 선박 40척 가운데 24척을 계약 일정보다 앞당겨 조기 인도했다. 건조 중인 선박의 약 30%에는 선주가 품질 검사를 위임하는 자주 품질 검사 제도 '하이 트러스트(HI-TRUST)'가 적용되고 있다.
기술 경쟁력은 고부가가치·첨단 선종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LNG·LPG 등 극저온 화물창 기술이 요구되는 가스선 분야에서 안정적인 실적을 쌓아 왔고 이는 '품질 리스크가 없는 조선소'라는 브랜드 신뢰로 이어졌다. 이러한 결과는 기록으로 드러난다. HD현대중공업은 1972년 창립 이후 약 51년간 총 2630여 척의 선박을 건조하며 단일 조선소 기준 세계 최다 누적 인도 실적을 쌓았다. 이를 바탕으로 HD현대는 세계 최초로 누적 인도 선박 5000척을 달성했다. 조선 산업 역사가 더 긴 유럽과 일본에서도 전례를 찾기 어려운 기록이다.
1974년 26만t급 초대형 유조선 '애틀랜틱 배런호'에서 출발한 선종의 스펙트럼은 상선을 넘어 특수선으로 확장됐다. 최근 인도된 5000번째 선박은 필리핀 초계함 2번함 '디에고 실랑함'이다. HD현대의 경쟁력이 상선에만 머물지 않는 이유다. HD현대중공업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이지스함 기본 설계를 주관한 조선사로 울산함을 시작으로 울산급 호위함 전 계열과 세종대왕·정조대왕급 이지스 구축함까지 설계·건조하며 수상함 분야에서도 독보적인 이력을 구축했다.
[울산 박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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