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1조달러 시대를 기대하며…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2025. 12. 31.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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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희의 思見(사견)]
(평택=뉴스1) 김영운 기자 = 산업통상부·관세청이 29일 연간 누계 수출액이 7000억 달러(잠정치)를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수출 7000억 달러 돌파는 2018년 6000억 달러 달성 이후 7년 만이며 전 세계에서 6번째로 달성했다. 사진은 이날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수출용 컨테이너가 쌓여있다. 2025.12.2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평택=뉴스1) 김영운 기자


대한민국이 수출 6000억달러를 달성한 지 7년 만에 7000억달러를 돌파했다. 전 세계에서 미국·독일·중국·일본·네덜란드에 이어 여섯 번째 국가가 됐다.

1945년 일본의 식민지에서 벗어나 1950년 한국전쟁을 거치며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이뤄낸 기념비적인 성과다.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수출을 무기로 1964년 수출 1억달러에서 13년 만인 1977년 첫 수출 100억달러를 달성했다.

초기에는 가발과 섬유, 해산물 수출로 성장하던 우리나라가 반도체와 자동차·석유제품·조선·철강·무선통신·디스플레이·2차전지·바이오 등으로 경쟁력 있는 수출 품목을 넓혀왔다.

그 결과 100억달러 돌파 18년 만인 1995년에 수출 1000억달러를 넘어섰고, 다시 9년 만인 2004년에는 수출 2000억달러의 고지에 올랐다. 이후 대한민국의 급성장 시기에는 2~3년마다 1000억달러씩 수출을 늘리며 단숨에 수출 5000억달러 국가에 일곱 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그 여정에서 반도체와 자동차·석유제품·조선·무선통신기기가 수출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빠르게 성장하던 대한민국 수출에 브레이크가 걸린 것은 2010년대 중반 이후다. 세계 경제가 저성장의 '뉴노멀'로 진입하고, 미·중 패권 경쟁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자유무역이 위축되면서 수출로 먹고살던 대한민국에는 악재로 작용했다.

특히 주요 수출 대상국이던 중국이 자체 제조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우리의 수출국에서 경쟁국으로 전환한 점도 타격이 컸다. 여기에 국내 제조업 경쟁력 약화로 베트남·인도 등으로 생산시설이 이전되고, 미국의 강력한 관세 압박까지 겹치며 한국 수출 드라이브에 제동이 걸렸다.
그 과정에서 수출 6000억달러(2018년)까지는 7년이 걸렸고, 다시 1000억달러를 늘리는 데도 같은 시간이 소요됐다. 이제 미·중 패권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은 일상이 됐다. 앞으로는 이 환경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그나마 위안은 대한민국 제조업의 경쟁력이 여전히 글로벌 시장에서 '쓸모'가 있다는 점이다. 인공지능(AI) 시대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생산하는 대한민국의 반도체, 특히 HBM 없이는 경쟁력 확보가 어렵다. 각국이 우리 반도체의 가치를 인정하는 이유다.

안보 측면에서는 군함을 건조할 수 있는 조선 경쟁력을 갖춘 HD현대와 한화오션이 큰 힘을 발휘하고 있고, 2차전지 분야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삼성SDI가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말할 것도 없고, 롯데·포스코·GS 등 철강과 석유화학 분야의 제조 경쟁력 역시 한국 제조업의 디딤돌이다.

이제 우리가 바라봐야 할 목표는 수출 1조달러 국가에 올라서는 것이다. 그 시점은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상품 수출 1조달러를 달성한 국가는 독일(2004년), 미국(2006년), 중국(2007년) 등 세 나라뿐이다. 서비스 수출까지 포함하면 영국과 프랑스, 네덜란드를 더해 6개국이 된다. 우리가 현 추세대로 매 1000억달러 증가 속도를 유지한다면 21년 후인 2046년쯤 도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 시기를 앞당기는 것은 우리 하기 나름이다.

이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서는 기존 반도체·자동차·조선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한편, 바이오와 방산, 원자력 등으로 수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야 한다. 문제는 국내외 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이 절실한데 국내 규제는 갈수록 강화되고, 내부적으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차지하기 위한 지역 간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이미 추진 중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두고 이를 새만금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용인특례시와 새만금 간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의 "꼭 거기(용인)에 있어야 할지"라는 발언이 도화선이 됐다.

수출 1조달러 국가로 가기 위한 핵심은 기업 경쟁력이다. 사업은 기업에 맡겨야 한다. 지역균형 발전이라는 정치적 과제도 기업이 생존할 때에만 가능하다. 기업이 뿌리를 내릴 토양이 어디인지 가장 잘 아는 주체 역시 기업이다. 이를 정부가 강제할 경우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지역균형 발전을 이유로 바닷가에 있어야 할 조선소나 제철소를 산 위에 지을 수 없듯, 반도체 공장의 입지는 반도체 기업에 맡겨야 한다. 지자체는 기업이 스스로 찾아올 수 있도록 매력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

이재명 정부가 내세운 '실용'의 관점에서도 다르지 않다. 기업은 이윤을 남겨 세금을 내고, 정부는 그 세금으로 국민의 안정과 복지를 책임지는 것이 각자의 역할이다. 그래야 수출 1조달러 시대는 더 빨라질 것이다. 다사다난했던 을사년 (乙巳年)을 뒤로하고 다가오는 병오년(丙午年)에는 적토마처럼 빠른 속도로 더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기대한다.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hunt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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