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전입 꿈틀…농어촌 기본소득 노리는 세력 못 잡으면 '큰코'

손종필 전문위원, 김정덕 기자 2025. 12. 31.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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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시작
시범사업 대상지 인구 변화 분석
대상지 선정하자마자 인구 증가
기본소득 효과 기대감도 상승
위장전입 통한 꼼수 걸러내야

정부가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을 본격화한다. 지난 10월 시범사업 대상지 7개군도 선정했다. 기본소득을 통해 인구 감소와 고령화, 이에 따른 지역 소멸 위기를 해소하겠다는 게 정책적 목표다. 흥미롭게도 효과는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7개군 중 5개군의 인구가 늘었다. 문제는 이란 상황을 긍정적으로만 볼 수 있느냐다.

정부가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을 내년부터 시행한다.[사진|뉴시스]

정부가 내년부터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을 본격 실시한다. 사업의 골자는 2026년부터 2027년까지 2년간 농어촌 주민에게 월 15만원 상당의 지역사랑상품권을 지급하는 것으로,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국정과제(농어촌 소멸위기 대응) 중 하나다.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열악한 여건에서도 소멸 위험이 큰 농어촌 지역에 남아 지역 지킴이 역할을 해온 해당 지역 주민의 공익적 기여 행위에 보상하는 차원이자 소비지출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마중물 역할을 하는 체감 가능한 정책 수단이라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범사업을 통해 다양한 농어촌 여건에 맞는 지속가능한 정책 모델을 발굴하고, 효과를 검증하면서 확산의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지난 10월 20일 시범사업 공모 결과도 발표했다. 인구 감소 지역 69개군을 대상으로 공모를 진행했고, 전체의 71.0%인 총 49개군이 사업을 신청했다. 여기서 경기 연천군ㆍ강원 정선군ㆍ충남 청양군ㆍ전북 순창군ㆍ전남 신안군ㆍ경북 영양군ㆍ경남 남해군 등 7개군이 시범사업 대상지로 선정됐다.

기본소득 시범지역서 나타난 변화재정 부담(국비 40%+도ㆍ군 60%) 등 파열음이 나오긴 했지만 대다수는 이 사업을 호의적으로 받아들였다. 관건은 사업의 성과까지 기대치를 웃돌 수 있느냐댜. 몇가지 따져봐야 할 게 있다. 먼저 시범사업 지역에 선정된 7개군의 인구 규모부터 살펴보자.

올해 1월(말일 기준)과 시범사업 대상지를 선정(10월 20일)하기 직전인 9월, 시범사업 대상지 선정 후인 11월을 기준으로 인구 규모 변화를 살펴본 결과는 꽤 흥미롭다.[※참고: 국회의 2026년도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충북 옥천군과 전북 장수군, 전남 곡성군 등 3곳이 추가됐다. 이들 지역은 뒤늦게 추가됐기 때문에 아래의 분석 대상지에서는 제외했다.]

우선 시범지역 7개군의 11월 인구는 9월보다 모조리 증가했다. 증가율은 2~6%대였다. 1월 대비 9월 인구는 경기 연천군과 전남 신안군을 제외한 나머지 5개군에서 줄었다. 쉽게 말해 7개군 중 5개군은 1월부터 9월까지는 인구가 줄다가 11월에 갑자기 늘었다는 거다.

[사진|뉴시스]

경기 연천군과 전남 신안군의 경우엔 9월에도 1월보다 인구가 늘었지만, 중요한 건 9월 대비 11월 인구가 훨씬 더 가파르게 증가했다는 점이다. 연천군의 1월 대비 9월의 인구 증가율은 0.32%에 불과했지만, 9월 대비 11월 인구 증가율은 2.31%로 7배 이상 상승했다.

같은 기간 신안군의 인구 증가율은 1.73%에서 6.84%로 3.9배 이상 올랐다. 9월 대비 11월 강원특별자치도와 전북특별자치도, 전남도, 경북도, 경남도 등 광역도에서 전반적으로 인구가 감소했다는 걸 감안하면 시범지역 선정 효과가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방증이다.

9월 대비 11월을 기준으로 볼 때, 시범지역 중 인구 증가율이 가장 높은 곳은 전남 신안군이었다. 해당 기간 신안군 인구는 3만8883명에서 4만1545명으로 2662명(6.85%) 증가했다. 이 기간 전남도 인구는 177만9599명에서 11월 177만9242명 357명(-0.02%) 감소했다. 경북 영양군의 인구 증가율도 높았다. 1만5185명에서 1만5793명으로 608명(4.00%) 늘었다.

반면 경북도 인구는 251만2441명에서 250만9131명으로 3310명(-0.13%) 줄었다. 신안군이나 영양군의 인구 증가가 매우 이례적이라는 걸 보여준다. 그 외 강원 정선군 3.58%(1191명), 전북 순창군 3.14%(841명), 경남 남해군 2.90%(1141명), 충남 청양군 2.47%(717명), 경기 연천군 2.32%(951명) 순으로 인구 증가율이 높았다.

그렇다면 시범사업 지역에서 인구가 늘어난 이유는 뭘까. 갑자기 아이가 많이 태어난 걸까. 아니다. 각 지자체의 월별 출생 등록자통계를 확인해본 결과 상관관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외부 유입을 통해 인구가 늘었다는 얘기다.

외부 유입 통한 인구 늘었지만…시범지역의 읍ㆍ면 단위 인구 변화도 함께 비교해봤다. 그랬더니 대부분 '면'보다 '읍'의 인구 증가율이 다소 높게 나타났다. 읍은 면보다 도시적 형태와 행정 기능을 갖춘 행정구역이다. 인구 2만명 이상 등 요건을 충족하면 면이 읍으로 승격된다.

충남 청양군과 경남 남해군만 '면'의 인구 증가율이 더 높았다. 단위 지역별 인구 증가율 편차가 가장 큰 지역은 전남 신안군이었다. 읍의 인구 증가율은 9.31%였지만, 면의 인구 증가율은 5.89%로 3.42%포인트 격차를 보였다. 경북 영양군도 읍(5.05%)과 면(3.19%) 간 편차가 컸다.

이런 인구 변화 통계를 통해 우리는 몇가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첫째,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기 전부터 인구가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그것도 광역도 전체 인구 증가율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를 액면 그대로 해석하면 사업의 긍정적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둘째, 면 지역보다 읍 지역 인구 증가율이 높다. 인구 이동이 교통이나 생활편의시설이 양호한 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시범사업과 함께 인프라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사진|뉴시스]

다만, 우려할 지점도 있다. 시범사업 지역 선정 직후부터 인구가 늘었다는 건 실거주가 아닌 '위장전입'이 늘어났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기본소득을 노린 꼼수가 펼쳐졌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정부가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위장전입 등 꼼수를 차단할 행정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예산 낭비' '포퓰리즘' 등 이런저런 비판이 있긴 하지만,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은 농어촌의 소멸위기에 대응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 관건은 얼마나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느냐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손종필 나라살림연구소 전문위원
sonjongpil@gmail.com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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