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찐이야'부터 '가인이어라'까지, 트로트 히트곡 제조기 '알고보니, 혼수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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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센스]<왕가네 식구들>, <너의 목소리가 들려>, <구가의 서>, <태양의 여자>, <로맨스가 필요해> 등 주옥같은 드라마의 OST에 참여한 김경범과 고3 때 박현빈의 '샤방샤방'을 작곡해 '트로트 천재'로 통했던 김지환이 만나 '알고보니, 혼수상태'라는 이름의 프로듀싱팀을 만들었다. 그동안 두 사람이 작사․작곡한 곡만 무려 900곡. 영탁 '찐이야', 이찬원 '시절인연', 조항조 '고맙소', 송가인 '가인이어라', 양지은 '그 강을 건너지마오' 등 전주만 들어도 단 번에 알아챌 히트곡도 탄생시켰다.
송가인과 임영웅을 탄생시킨 TV조선의 '미스트롯', '미스터트롯' 시리즈, 그리고 트로트가 '성인가요'가 아닌 '대중가요'임을 증명해낸 환상 듀오 '알고보니, 혼수상태'가 없었다면 대한민국에는 트로트 열풍이 이렇게 거세게 불지는 않았을 지도 모른다. 트로트가수 못지않은 인기에 팬카페까지 등장했고, '알고보니, 혼수상태' 이름을 내세운 가요제까지 등장하게 한 '알고보니, 혼수상태'를 우먼센스가 직접 만나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알고보니, 혼수상태'라는 이름이 참 독특합니다. 어떻게 이 이름을 짓게 됐나요.
혼수상태 원래는 저 혼자만의 예명이었어요. 곡 작업을 할 때 누가 불러도,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못 알아듣는 편이라 주변에서 '혼수상태'라는 별명으로 불렸어요. 가까운 지인이 '알고보니 혼수상태'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면 더 잘 될 거 같다고 말해주기에 그 말만 믿고, '알고보니 혼수상태'라는 예명으로 활동했죠. 그런데 9년 전에 어떤 기자분께서 저에 대한 기사를 보도했는데 '알고보니'와 '혼수상태' 사이에 콤마(,)를 찍어서 제목을 다신 거예요. 주변에서 제가 진짜 혼수상태에 빠진 줄 알고, 정말 많은 연락을 했던 거 같아요. 그러다가 지환(알고보니)를 만나 팀을 결성하면서 평범한 이름 김지환 대신 '알고보니', 저는 제 별명대로 '혼수상태'를 사용해서 '알고보니, 혼수상태'라는 이름으로 활동하자고 얘기를 하게 됐죠.
알고보니 형(혼수상태)이 다큐처럼 얘기하니까 재미없다는 소릴 듣는 거야. 기자님, 제가 다시 조리 있게 말씀드릴게요. 형이 집중력이 굉장히 뛰어나요. 하나에 몰두하면 아예 주변 소리를 못 들어요. '얘 또 혼수상태 됐네'라는 소리를 정말 많이 들었고, 지인 추천으로 '알고보니 혼수상태'라는 예명으로 활동하게 된거죠. 그러다가 저(알고보니)를 만나 팀을 결성하게 되면서 이름을 반으로 나눠서 쓰기로 하게 된 거예요. 9년 전 헤드라인에 콤마(,)를 찍어준 기자님 덕분이라고도 할 수 있어요.(웃음)
Q. 두 사람은 어떻게 알게 된 건가요?
알고보니 이번엔 형이 재밌게 얘기 좀 해볼래?
혼수상태 9년 전 청담동의 어느 카페였어요. 옆 테이블에 앉아있던 한 젊은 친구가 '샤방샤방', '송대관'을 언급하면서 누군가와 전화 통화를 하는 거예요. '사기꾼이구나' 싶었어요. 혼쭐을 내주려고 통화가 끝나기만을 기다렸어요. 그렇게 통화가 끝나고, 이 친구에게 다가가서 "당신 뭐야?"라고 물어봤죠. 근데 본인이 박현빈의 '샤방샤방'을 작곡한 김지환(알고보니)이라는 거예요. 음악업계에 '천재'로 소문나 있던 워낙 유명한 친구였는데, 제가 이름만 들었지, 얼굴은 몰랐거든요. 드라마 OST 위주로 작업을 하던 제가 당시 홍진영 씨와 곡 작업을 하고 있었던 때라서 '인연이구나' 싶더라고요.
알고보니 송대관 선생님과 '한 번 더'라는 곡을 함께 작업하던 때였어요. 송대관 선생님과 통화를 마치자마자 대뜸 처음 보는 사람이 다가오더니 "당신 뭐야? 당신이 송대관 선생님을 어떻게 알아?"라고 묻는 거예요. 그래서 "지금 곡 작업 때문에 이야기 중이었다"고 얘기해줬고, 저도 "그러는 당신은 누군데요?"라고 되물었죠. 그랬더니 본인이 홍진영 누나가 리메이크한 곡 중에 오승근 선생님의 '내 나이가 어때서'가 있는데, 그 곡의 편곡자 '알고보니 혼수상태'라는 거예요. 이름 많이 들어봤거든요. 언젠가 같이 작업해보고 싶은 작곡가였는데, '사기꾼' 오해로 시작된 묘한 인연이었죠.

Q.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다지만, 9년 넘게 팀을 유지하는 건 쉬운 문제가 아닐 거 같아요.
알고보니 맞아요. 쉬운 문제가 아니죠. 음악적으로 잘 맞는 거지, 성격은 정말 안 맞아요. 아니, 전혀 안 맞아요. 그동안 50번 넘게 해체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제가 못 하는 분야를 형이 채워주고, 형이 못 하는 걸 제가 채워주니까 결국엔 또 화해하고, 같이 음악 작업을 이어가고 있더라고요. 저는 흥이 많고 빠른 곡에 재능이 있다면, 형은 잔잔하고 슬픈 곡에 강점이 있다보니까 희한하게 인연이 계속 유지되나 봐요.
Q. 프로듀싱팀이라서 저작권료를 둘러싼 금전적 갈등도 있었을 거 같은데요.
알고보니 아니요. 돈 문제가 있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어요. 각자 활동했던 시기에도 형이 곡수는 더 많았지만, 제가 '샤방샤방' 한 곡으로 받는 저작권료와 거의 비슷했거든요. 그리고 팀 결성 후에는 저작권료를 '알고보니'와 '혼수상태' 각각 받고 있기 때문에 문제될 건 없어요. 오히려 형이 함께 작업한 곡 중에 제 공이 더 많이 들어갔다면서 본인 몫을 떼어주려 해서 거절한 적은 몇 번 있어요. 형이 돈에 욕심 부리지 않는 건 좋은데, 너무 상대방을 위해서 퍼주려고 해서 문제예요.
혼수상태 만약에 저희 둘 사이에 돈 문제가 있었다면, 진작에 해체하지 않았을까요? 좀 전에 동생이 했던 말처럼 50번의 해체 위기가 있었는데, 그건 전부 다 성격 차이 때문이지, 돈 문제는 아니었어요. 저작권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나누고 있어서 앞으로도 돈 문제로 인해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 겁니다.
Q. 함께 작업했던 가수 중에 누구와 가장 잘 맞았는지 공개해줄 수 있나요? 서로 다른 가수라면 각자 말씀해주셔도 됩니다.
혼수상태 제가 감수성이 풍부한 편이잖아요. 제 감성에는 변진섭 씨가 가장 잘 맞았던 거 같아요. '눈물이 쓰다'라는 곡을 함께 했는데, 말하듯이 툭툭 던지는 느낌이 제 가슴을 쾅쾅 때렸던 거 같아요. 그리고 조항조 선생님과 '고맙소'라는 곡을 할 때도 너무 잘 맞았어요.
알고보니 형과는 조금 다르게 가볼게요.(웃음) 저는 개인적으로 박서진이라는 친구와 가장 잘 맞아요. 그래서 친동생으로 생각할 정도로 가깝게 지내고, 음악적인 교류로 자주 하고 있어요. 서로에게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하고, 함께 한 작업들도 너무 재밌어요. 스타가 되면 인성이 변하는 친구들이 간혹 있는데, 서진이는 신기할 정도로 하나도 변하지 않았어요. 인성이 너무 고와요.

Q. 곡을 쓴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일 텐데요.
혼수상태 곡을 쓴다는 건 화자(가수)의 인생에 직접 들어가야 해요. 그래서 곡 의뢰가 들어오면 가수와 정말 많은 대화를 나눠요. 어떻게 살아왔는지 전부 다 알 수는 없을 테지만, 그가 지닌 아픔을 저희가 함께 나눠야 좋은 곡이 나오는 거 같아요. 박서진의 '아버지의 바다'라는 곡이 바로 그렇게 만들어진 작품이고, 굉장히 의미가 있었던 작업이었어요.
알고보니 서진이와 함께 한 작업에는 거짓이 없어요. 나중에 그의 인생을 고스란히 담아낸 콘서트를 함께 하고 싶어요. 뮤지컬 형식으로…. 되게 의미 있지 않을까요?(미소) 데모곡을 보내서 컨펌을 받는 시스템이 있긴 하죠. 하지만 저희는 웬만해서는 가수를 직접 만나 미팅을 하고, 그 사람의 살아온 이야기를 들어본 후에 곡 작업에 들어가요. 미팅이 쉽지 않은 경우에는 팬클럽까지 가입해서 그의 세세한 이야기까지 사전조사를 해요. 거기서 와닿는 부분을 끄집어내어 곡으로 만들고 있어요.
Q. 가수가 아닌 작곡가 본인의 이야기를 담은 곡도 있을텐데, 몇 곡만 추천해주실래요.
혼수상태 <미스트롯3> 우승자 정서주의 '바람 바람아'라는 곡이 있어요. 모든 걸 다 내려놓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날 쓴 곡인데, "덧없는 한세상 답답한 맘을 너는 달래주려나"라는 가사는 어디 한 곳 의지할 곳 없는 제 쓸쓸한 감정을 솔직하게 적어냈어요. 이찬원의 '시절인연'은 제가 정말 많이 힘들었을 때 쓴 곡이에요. 제 마음을 내어주고 의지했던 사람들에게서 배신을 당하고, 그렇게 또 마음에 상처를 입어서 참 많이도 힘든 날, 겨울의 찬바람을 맞으며 언덕길을 처벅처벅 걸어 올라가는데 '잠시 스쳐간 한 때의 자그마한 인연, 시절인연이었구나' 싶더라고요. 음악을 그만두고 싶을 만큼 힘든 시절이었는데, 제 마음을 위로하고 싶어서 욕심 없이 솔직한 제 마음을 담아낸 곡이에요.
Q. 곡 작업을 하면서 완전히 다르게 다가왔던 가수를 꼽자면 누가 있나요?
혼수상태 장윤정 누나요. 사실 곡 작업을 하기 전에는 방송을 통해 대중에게 비춰지는 이미지 그대로의 모습을 상상했는데, 막상 만나보니 아니더라고요. 굉장히 인간적이고, 정도 많고, 따뜻하고, 순수하고…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인간적으로 참 좋은 사람이라고 느꼈던 거 같아요. 아니 솔직하게 얘기하면 감동했어요. 가수라는 직업이 무대에서 대중을 압도해야 하니까, 실제보다 더 강한 이미지로 비춰지는 거 같아요.

Q. 최근 유튜브를 시작하셨잖아요. 곡 작업에 소홀해질 수도 있을 거 같은데요.
알고보니 맞아요. 유튜브 시작 전에는 한 달에 최소 4곡 정도는 발매로 이어졌는데, 요즘에는 시간이 부족하다보니까 한 달에 한 곡씩 나오는 거 같아요. 형이 방송 욕심이 좀 있어요.(웃음)
혼수상태 대중과 대화하는 작업의 시간이라고 생각해주시면 감사할 거 같아요.(웃음)
Q. 장윤정, 김연자, 송대관, 김호중, 박현빈, 송가인 등 정말 유명한 트로트가수들과 작업을 해왔는데, 앞으로 이 가수와 작업하고 싶다하는 분이 있나요?
혼수상태 얼마 전, 임영웅 씨가 유튜브 채널에서 '시절인연' 부르는 걸 봤어요. 제가 힘들어했던 그 순간들이 스칠 정도로, 곡에 눌러 담은 제 감성을 그대로 살려서 노래하더라고요. 임영웅 씨와 함께 작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감동적인 무대였어요.
알고보니 형이 말하면 희한하게 그대로 이뤄지더라고요. 아마 곧 하게 될 걸요.(웃음) 그리고 지금 저흰 유튜버 랄랄과 작업 중이니까, 기대해 주세요.
Q. 마지막으로 두 사람은 앞으로 어떤 음악을 하고 싶나요? 다른 꿈이 있다면 그 꿈에 대해서도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혼수상태 가수의 인생이 담긴 음악을 계속 만들고 싶어요. 그 진심이 대중에게 그대로 전달된다면 힘겨운 삶에 작은 위안이 되어주겠죠?(웃음) 지금 하고 있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대중들과 더욱 더 많이 소통하고 싶기도 해요. 아차, 그리고 알고보니와도 티격태격 계속 싸우겠지만, 이렇게 음악적으로 잘 맞는 사람이 없으니까 평생 함께 하고 싶어요.
알고보니 전 피아노재단을 설립해서 어려운 아이들에게 무료로 피아노를 가르치는 게 꿈이에요.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한걸음 한걸음 조금씩 걸어나가고 있답니다.
유시혁 기자 evernuri@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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