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종무식의 한 장면이 남긴 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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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1일 오후, 한 해의 끝자락에 열린 청양군 종무식장은 차분했다.
정작 가장 바쁜 한 해를 보낸 공무원들이 조직 안에서 충분히 위로받고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한 해의 끝에서 가장 인상 깊게 남은 장면은 성과 영상도, 구호도 아니었다.
공무원들을 향해 고개 숙여 "정말 수고 많았다"고 말하던 한 원로 선배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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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투데이 윤양수 기자] 12월 31일 오후, 한 해의 끝자락에 열린 청양군 종무식장은 차분했다. 의례적인 일정이 이어졌고 공무원들의 표정에는 안도와 피로가 동시에 묻어 있었다. 긴 한 해를 버텨냈다는 안도감, 그리고 또다시 새로운 해를 맞아야 한다는 무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그날 단상에 오른 유병권 청양군 명예군수의 모습은 유난히 눈에 들어왔다. 공식 직위에 있는 인물도 행정의 책임을 지는 자리도 아니었다. 그러나 마이크를 잡은 그의 한마디 한마디에 장내는 자연스럽게 집중됐다.
그의 격려사는 길지 않았다. 화려한 수사도 없었다. 다만 "한 해 동안 정말 수고 많았다"는 말이 반복됐다. 민원 현장에서, 사업 현장에서,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애써온 공무원들의 노고를 하나하나 떠올리는 듯한 어조였다. 원고도 없이 한마디 한마디 묵직한 어조로 말하는 모습에서 그가 이 자리를 단순한 행사로 여기지 않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객석에 앉아 있던 공무원들의 표정도 달라졌다. 고개를 끄덕이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한 공무원은 행사 후 "누군가가 우리의 노고를 제대로 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 말은 그날 종무식의 분위기를 가장 정확하게 설명해주는 표현이었다.
유 명예군수는 늘 사람의 이야기를 먼저 듣는 인물이다. 고향에 오면 형식적인 일정 대신 공무원들과 식사를 함께하며 안부를 묻고 현장의 어려움을 조용히 듣는다. 이날 종무식에서도 그의 시선은 성과보다 사람이었다. 숫자와 실적 대신 '버텨온 시간'을 향해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기자의 마음 한편에는 묘한 소외감이 스쳤다. 정작 가장 바쁜 한 해를 보낸 공무원들이 조직 안에서 충분히 위로받고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성과는 보고서로 남지만 고생은 종종 기록되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원로 선배의 짧은 격려가 더 크게 울렸다.
그의 말은 새로운 정책을 제시하지도 방향을 선언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수고했다"는 한마디에는 행정을 오래 겪어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무게가 담겨 있었다. 그 무게는 공무원들에게 '혼자가 아니다'라는 메시지로 전해졌을 것이다.
유병권 명예군수는 더 이상 행정의 전면에 서 있지 않다. 하지만 종무식장에서 그가 보여준 모습은 여전히 행정의 본질을 향하고 있었다. 행정은 제도로 움직이지만 조직은 사람의 마음으로 유지된다는 사실이다.
한 해의 끝에서 가장 인상 깊게 남은 장면은 성과 영상도, 구호도 아니었다. 공무원들을 향해 고개 숙여 "정말 수고 많았다"고 말하던 한 원로 선배의 모습이었다. 그 장면은 청양군 행정이 새해에도 무엇을 놓치지 말아야 하는지를 조용히 말해주고 있었다.
윤양수 기자 root5858@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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