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도시' 도경수 "처음 맡은 악역, 오히려 더 차분하게 눌렀죠" [인터뷰]

이유민 기자 2025. 12. 31.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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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조각도시' 안요한 역

 

배우 도경수. ⓒ월드디즈니 컴퍼니코리아

[스포츠한국 이유민 기자] 

배우 도경수가 디즈니+ 시리즈 '조각도시'(극본 오상호, 연출 박신우)에서 악의 끝을 향해 치닫는 인물 안요한 역을 맡아, 차분함과 광기가 공존하는 연기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감정을 절제한 얼굴 뒤에 잔혹한 본성을 숨긴 캐릭터를 섬세하게 구축하며, 기존 이미지와는 결을 달리한 강렬한 변신으로 작품의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도경수는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한국과 만나 드라마 '조각도시'를 비롯해 첫 악역 도전에 얽힌 고민과 준비 과정, 그리고 배우로서의 현재를 솔직하게 풀어놓았다.

'조각도시'는 평범한 삶을 살던 인물이 거대한 조작과 범죄에 휘말리며, 진실과 복수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그린 범죄 액션 드라마다. 이 과정에서 사건을 설계하고 도시의 어둠을 쥐고 흔드는 인물이 바로 안요한이다. 도경수가 연기한 안요한은 차분한 얼굴 뒤에 살인을 놀이처럼 즐기는 광기를 숨긴 인물로, 이야기의 긴장과 균형을 좌우하는 핵심 축이다. 그의 존재는 '조각도시'를 단순한 복수극이 아닌, 악의 본질을 탐구하는 서사로 확장한다.

도경수에게 '조각도시'는 여러 의미에서 처음이었다. 데뷔 이후 처음으로 본격적인 악역에 도전했고, 동시에 그동안 대중이 익숙하게 봐왔던 '도경수의 얼굴'을 가장 멀리 밀어낸 작품이기도 하다. 작품 공개 이후 주변 반응을 묻자, 그는 이전과는 다른 체감이 느껴졌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런 체감은 거의 처음이었어요. 주변에서도 잘 봤다고 연락을 많이 주셔서 감사했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계기가 됐어요."

배우 도경수. ⓒ월드디즈니 컴퍼니코리아

도경수가 연기한 안요한은 '조각도시'의 서사를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인물이다. 겉으로는 차분하고 정제돼 있지만, 그 내면에는 폭력과 살인을 놀이처럼 소비하는 광기가 자리하고 있다. 시청자들 사이에서 '이 정도면 대상급 악역'이라는 평가가 나온 데에 대해 그는 '낯섦'에서 오는 효과였다고 분석했다.

"악역이긴 하지만 전형적인 악역과는 좀 다른 사정이 있는 인물이라, 새롭게 보신 것 같아요. 전형적으로 보이지 않게 하려고 했던 부분을 좋게 봐주셔서 뿌듯했어요."

그는 이번 캐릭터를 준비하며 전형적인 악역의 문법을 최대한 피하려 했다. 분노를 폭발시키거나 과장된 감정을 드러내는 대신, 감정을 누르고 평온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요한을 구축했다.

"요한이의 차분함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감정이 올라올 수 있는 순간에도 최대한 누르려고 했고, 그게 오히려 더 불편하고 무섭게 보일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요한의 감정선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도경수가 참고한 것은 의외의 콘텐츠였다. 그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고양이는 건드리지 마라'를 언급하며, '일반적인 삶의 궤도에서 벗어난 사람들'에 대한 관찰이 캐릭터 해석의 출발점이었다고 설명했다.

"평범하게 사는 사람들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할까를 많이 고민했어요. 요한이는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힘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인물이라고 봤고, 살인을 저지를 때 오히려 가장 즐거워 보이는 지점에 초점을 맞췄죠."

배우 도경수. ⓒ월드디즈니 컴퍼니코리아

외형적인 변화 또한 치밀하게 설계됐다. 요한의 헤어스타일은 하루에만 네 시간 이상이 소요되는 작업이었다. 탈색과 파마, 특수 기구를 사용해 날카로운 질감을 살리는 데 공을 들였다.

"머리를 날카롭게 보이게 만들기 위해 전동 드릴에 파마 기구를 끼워서 작업했어요. 또 탈색 머리에 다시 염색한 머리인데, 검은 머리라 화면에서는 잘 안 보였을 수도 있지만, 요한이라는 인물을 만들기 위해 헤어스타일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의상 역시 '살인자다운 옷'이 아닌, 오히려 재력과 여유가 느껴지는 차가운 스타일을 선택했다. 무기 설정에서도 그는 잔인함의 수위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다.

"단검처럼 잔인한 도구도 생각했지만, 너무 직접적일 것 같아서 장검으로 바꿨습니다. 동작이 커서 한 번에 끝낼 수 있는 방식이 오히려 요한에게 어울린다고 판단했어요."

작품 속에서 '눈이 돌아간 연기'라는 평가를 받은 데에 대해 그는 의도적인 표현보다는 상황에 충실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눈을 크게 뜨려고 의식한 건 아니에요. 그 상황에 가장 충실히 하려고 했을 뿐인데, 나중에 모니터링하면서 '내가 이런 표정을 짓는구나' 하고 알게 된 순간도 있었어요. 안 해본 감정 표현을 하면서 묘하게 스트레스가 풀리기도 했어요."

요한이라는 인물의 불안정성에 대해 도경수는 '거대한 불안'보다는 '아이 같은 집중력'으로 접근했다.

"요한은 아이처럼 본인이 좋아하는 것에 몰입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집중하고 있을 때 누군가 건드리면 짜증이 나는 정도, 그 단순한 감정으로 접근했어요."

극 중 요한과 박태중의 대립은 작품의 중심축이다. 하지만 도경수는 요한이 태중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판단했다.

"사건을 끌고 가는 건 요한이라고 생각했어요. 시청자분들이 감정을 따라가는 건 태중(지창욱)이지만, 이야기를 보여주는 건 요한이라고 생각했어요."

배우 도경수. ⓒ월드디즈니 컴퍼니코리아

도경수는 오래전부터 각별한 우정을 이어온 김우빈의 결혼식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친한 사이인 만큼 김우빈과 신민아의 결혼을 둘러싼 축가 여부에도 관심이 쏠렸다. 이에 대해 도경수는 두 사람의 결혼을 누구보다 진심으로 축하한다는 마음을 먼저 전했다. 다만 개인 일정으로 인해 결혼식에 함께하지 못하게 된 상황에 대한 아쉬움도 숨기지 않았다.

"당연히 축하할 일이고, 정말 기쁜 마음이에요. 그런데 제가 그날 엑소 일정이 있어서 결혼식에 함께하지 못하게 됐어요."

김우빈의 결혼식이 열리는 20일, 도경수는 엑소 멤버로서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진행되는 '2025 멜론뮤직어워드(MMA)'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이에 따라 축가 참여 역시 불발됐다.

"당연히 일이 중요하고, 엑소가 먼저라고 생각해요. 그 부분은 마음이 아프지만, 제가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우빈이 형도 어쩔 수 없다는 걸 알고 있고요. 아쉬운 마음은 있지만, 서로 다 이해하는 부분이에요. 당연히 축하하기로 했고 결혼 소식도 일찌감치 알고 있었고요. 그런데 그 이후에 'MMA' 일정이 잡힌 거예요. 둘 다 많이 아쉬워했어요."

첫 악역을 마친 도경수는 이번 경험을 '배우로서의 확장'이라고 정의했다. 소속사를 옮긴 뒤 첫 작품이기도 했던 '조각도시'는 그에게 더욱 의미가 컸다.

"지금까지 보여드리지 못했던 첫 악역이라 많은 분이 좋아해 주셔서, 그래도 성공적인 도전이 된 것 같아요. 이 작품을 계기로 더 열심히 하고 싶어졌어요."

 

스포츠한국 이유민 기자 lum525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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