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컷오프 대상’이 1억 주고 공천받은 의혹… 정청래, 윤리감찰 지시

조동주 기자 2025. 12. 31. 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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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與원내대표 사퇴]
與, 2022년 지방선거때 의혹 확산
‘2주택자’ 자격 없는데도 단수공천… 1억 수수 의혹 강선우 감찰 지시
김병기, 당시 서울시 공관위 간사… 내년 지방선거 앞 악영향 고려한듯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오른쪽)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김호철 감사원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표결에 앞서 지도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병기 원내대표(가운데)는 이날 자신과 가족에게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사과하며 원내대표직을 사퇴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취임 200일 만에 전격 사퇴한 것은 자신과 가족을 둘러싼 각종 의혹 제기가 2022년 지방선거 공천 헌금 의혹으로까지 확산되면서 내년 6·3지방선거를 앞둔 여권 전체에 부담을 주는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는 2022년 지방선거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이었던 강선우 의원 측에게 1억 원을 건넸다는 의혹이 제기된 김경 서울시의원이 당시 예외 없는 컷오프 기준인 ‘다주택자’였는데도 경쟁자 2명을 제치고 단수 공천을 받은 배경을 두고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의원직 사퇴와 법적 책임도 따라야 한다”고 공세를 폈다.

● 金, 공천 헌금 의혹에 사퇴로 급선회

정청래 대표는 30일 김 시의원 공천 과정에서 현금 1억 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터진 강 의원에 대한 윤리감찰을 지시했다고 박수현 수석대변인이 밝혔다. 그간 김 원내대표의 거취에 대해 말을 아껴온 정 대표가 김 원내대표 사퇴 직후 내린 첫 지시다. 정 대표는 당시 강 의원과 이야기를 나눈 김 원내대표에 대해선 별도로 감찰을 지시하지 않았지만, 강 의원 감찰이 진행되면 김 원내대표 조사도 불가피할 거란 관측이 나온다.

당초 김 원내대표는 보좌진 갑질과 가족 특혜 의혹 등이 불거질 때까지만 해도 지도부에 원내대표직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혀 왔다. 하지만 2022년 지선에서 서울시당 공관위원이던 강 의원의 보좌진이 김 시의원에게 1억 원을 받았고, 당시 서울시당 공관위 간사였던 김 원내대표가 이를 알고도 김 시의원의 단수 공천을 단행했다는 의혹이 나오자 기류가 급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도 김 원내대표 측의 대응에 우려를 표명하는 등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당 안팎에선 김 원내대표와 가족을 둘러싼 특혜·갑질 의혹의 불똥이 공천 헌금 의혹으로 튀면서 당 전체의 신뢰를 흔들어 5개월 남짓 앞둔 내년 6·3지방선거 구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원내대표는 2022년 지방선거에선 서울시당 공관위 간사를, 2024년 총선에선 당 공관위 간사를 지내며 국회의원 후보 공천 실무 작업을 주도했다. 김 원내대표가 직접 녹음한 강 의원과의 대화가 제3자를 통해 공개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일각에선 공천과 관련한 폭로전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 전 열린 의원총회에서 “그동안 폐를 끼치고 마음고생하게 해 미안하다”는 취지로 의원들에게 사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여러 의혹들에 대해선 “할 말이 아직 많다”고 했고, 특히 동작구의회 업무추진비 유용 등 부인 관련 의혹에 대해선 “전혀 사실이 아니다. 해명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 ‘예외 없는 컷오프’ 2주택자에 단수 공천

2022년 지선 서울시당 공관위원을 맡은 강 의원 측에 1억 원을 줬다는 의혹을 받는 김 시의원은 서울 종로구 평창동 단독주택과 서초구 방배동 아파트 등 2주택과 상가 5채를 보유하고도 단수 공천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민주당은 투기 목적의 2주택자를 예외 없는 컷오프 대상으로 정했는데 김 시의원이 공천을 받은 배경을 밝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 의원 지역구인 강서구1 소속 서울시의원 후보 공천을 신청한 이들은 김 시의원과 구의원 출신 등 총 3명이었는데, 강 의원과 김 원내대표가 만난 다음 날 2주택자인 김 시의원이 단수 공천을 받았고 나머지 2명은 컷오프됐다. 당시 공천 과정에 밝은 당 관계자는 “김 시의원의 다주택 보유를 두고 공천심사 과정에서도 논란이 있었는데 경선도 붙이지 않고 단수 공천을 줘 의아했다”고 말했다.

김 시의원이 공천을 받기 직전인 2022년 3월 공개된 재산내역에 따르면 당시 김 시의원은 23억 원짜리 서울 평창동 단독주택과 12억8000만 원 상당의 방배동 아파트를 가진 2주택자였다. 상가도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4채, 동대문구 용두동에 1채 등 총 5채를 신고했다. 본인 명의 자동차도 벤츠, 레인지로버, 쏘렌토 등 3대였고, 신고 재산은 총 62억7000여만 원이었다. 공천 다음 해인 2023년 3월 공개된 재산내역에도 이전과 같은 아파트 2채와 상가 5채를 신고했고, 작년과 올해 재산에도 같은 부동산을 신고했다.

당시 민주당은 부동산 폭등으로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 지선 공천 기준에 ‘투기 목적 2주택 이상 보유자’를 예외 없는 컷오프 대상으로 추가했다. 하지만 김 시의원은 부동산을 팔지 않았고, 공천 전 62억7000만 원이었던 재산은 당선 후인 2023년 72억4000여만 원으로 늘었다. 민주당은 부모 실거주나 부모로부터 상속·증여받은 주택 중 연고가 있는 농촌 소재 주택, 해외 소재 주택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주택 처분 의무를 면해줬는데, 김 시의원은 “주택 중 한 곳에 어머님이 사셨다. 이와 관련해 아파트 관리비 영수증 등 필요 서류로 증빙했다”고 해명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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