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경쟁력 회복… 삼성, 내년 D램 1위 탈환 전망

김성민 기자 2025. 12. 31.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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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반도체 재도약 3가지 이유
지난 22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의 첨단 복합 반도체 R&D 센터 클린룸을 살펴보고 있다. /삼성전자

HBM(고대역폭 메모리) 개발에서 SK하이닉스에 한발 뒤처져 올 상반기 D램 반도체 시장 1위를 내준 삼성전자가 내년 글로벌 선두를 탈환할 전망이다. 앞서 지난 4월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D램 시장 집계’에서 삼성전자는 점유율 34%(매출액 기준)로 SK하이닉스(36%)에 처음으로 선두를 내줬다.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D램 시장 점유율에서 줄곧 1위를 차지하며 ‘메모리 반도체 왕국’으로도 불린 삼성전자의 위상이 흔들린 것이다. 올 하반기 HBM 재설계를 통해 경쟁력을 회복한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용, 서버용 첨단 메모리를 잇달아 내놓으며 D램 시장 선두를 사실상 되되찾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SK하이닉스와 HBM 기술 격차 줄여

D램은 데이터를 일시적으로 저장하고 전원이 꺼지면 정보가 사라지는 메모리 반도체다. 전체 메모리 시장에서 D램이 차지하는 비율이 약 60%에 달한다.

테크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내년 D램 반도체 시장에서 다시 왕관을 차지할 가능성이 큰 이유로 세 가지를 들고 있다.

첫째는 예상보다 빠른 HBM 경쟁력 회복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 1분기 HBM을 앞세운 SK하이닉스에 밀려 D램 시장 점유율 2위로 내려앉은 삼성전자는 2분기에는 격차가 6%포인트로 더 벌어졌다. 상황이 반전되기 시작한 건 3분기부터다.

삼성전자가 HBM을 재설계한 후 구글, AMD 등에 납품하며 점유율을 조금씩 끌어올렸고, 엔비디아 품질 테스트도 통과해 공급량이 늘어났다. HBM의 선전으로 3분기 전체 D램 시장 점유율에서도 SK하이닉스(34%)를 1%포인트 차로 바짝 쫓아왔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저력을 발휘해 SK하이닉스에 수개월 뒤처진 것으로 평가받았던 HBM 기술을 수주 차 정도로 따라잡았다”고 했다.

류형근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의 내년 HBM 출하량은 올해보다 140%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 삼성전자가 차지할 HBM 시장 점유율은 29%로, 올해(18%)보다 크게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제2 HBM’ 등 특화 메모리 강화

두 번째 이유는 다양한 특화 메모리다. 내년 삼성전자는 AI 데이터센터에 특화된 메모리와 스마트폰에 특화된 저전력 메모리 등 다양한 제품을 앞세워 시장 장악력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적인 것이 2세대 소캠이다. 소캠은 HBM 대비 데이터 처리 속도는 낮지만, 전력 소모와 발열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차세대 AI 서버용 메모리 모듈이다.

삼성전자는 AI 데이터센터용 ‘소캠2’를 개발해 엔비디아 등에 샘플을 공급하고 상용화 단계에 근접했다. 이 제품은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반도체 플랫폼인 ‘베라 루빈’ 계열에 탑재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KB증권은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공급할 소캠2 물량이 100억 Gb(기가비트)로, 내년 엔비디아 전체 소캠2 수요의 50%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삼성전자의 모바일용 저전력·고성능 D램인 LPDDR도 애플에 대량 탑재되고 있다. 대만의 디지타임스는 애플 아이폰17에 탑재되는 LPDDR5X의 70% 물량을 삼성전자가 공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공급 부족에 탄력적 대응 가능

세 번째 이유는 수개월째 지속되는 공급 부족 현상으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수직 상승 중이라는 점이다. 이는 생산 능력이 메모리 3사 중 가장 큰 삼성전자에 유리하다. 시장 상황에 맞춰 공급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 4분기 삼성전자는 D램 반도체 공급 단가를 약 40% 정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D램 영업이익률이 50%를 넘어섰다고 추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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