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당 ‘공천 헌금’ 의혹, 강선우 뿐인가

조선일보 2025. 12. 31.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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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강선우 의원이 지난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0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고 있다. /뉴시스

민주당 강선우 의원이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보좌관이 지역구 시의원 후보에게서 1억원을 받아 보관 중’이라는 취지로 말하는 음성 녹음이 공개됐다. 강 의원은 당시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회 간사를 맡은 김병기 의원을 만나 “제가 어떻게 하면 되느냐”고 물었다. 돈을 건넨 지방선거 후보자는 당시 ‘다주택’ 문제로 공천 배제 대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김병기 의원은 “돈 얘기를 들은 이상 제가 도와드려서도 안 되지만, 정말 일이 커진다”고 했고, 강 의원은 “저 좀 살려주세요”라고 했다. 김 의원은 “묵인할 수 없다”고 했지만, 해당 후보는 이튿날 단수 공천을 받았고 서울시의원에 당선됐다. 공천을 빌미로 돈을 주고받았다면 정치자금법 위반, 뇌물죄 등에 해당한다. ‘공천 헌금’은 받는 즉시 범죄가 되고, 다시 돌려줬다고 해도 면책되지 않는다는 게 확고한 판례다. 요즘 시대에도 이런 일이 벌어지느냐고 하지만 그런 일들이 흔히 벌어지는게 우리 정치판이다.

강 의원은 “공천을 약속하고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했고, 해당 시의원은 “공천을 대가로 금품을 제공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1억원을 돌려줬다는 말도, 돌려받았다는 말도 없다. 두 사람 다 그 돈이 어디로 갔는지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돈이 오간 것은 맞지만 ‘공천 약속’ ‘공천 대가’는 아니었다는 말인가. 말장난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정청래 대표가 당 윤리감찰단에 조사를 지시했다고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수사기관의 엄정한 수사로 철저하게 진상을 밝혀야 한다. 강 의원뿐 아니라 김 의원도 수사 대상이다. 김 의원은 돈이 오간 사실을 알고도 묵인했을 뿐만 아니라, 공천 심사에도 참여했고 문제의 후보는 공천을 받았다. 다른 일로 원내대표직을 물러났지만, 그렇다고 이 의혹은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국회의원이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기초자치단체장이나 지방 의원 후보자에게서 공천 헌금을 받는 것은 정치권의 오랜 폐습이다. 지금은 사라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지금도 뒤에서 공천 대가로 돈을 받아 챙기는 의원이 있을 것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모두 밝혀 책임을 물어야 한다. 과거 민주당은 다른 건 몰라도 도덕성만큼은 국민의힘보다 낫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최근 연이어 드러난 불법과 비도덕은 대개 민주당에서 벌어졌다.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다른 공천 비리는 없는지 스스로 점검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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