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인력 수급추계위 “2040년 의사 수 최대 1만1136명 부족”
미래 AI 의료 기술 도입 영향 등에 견해차…부족 규모 범위로 제시
의대 증원 최소 400명 될 듯…의료계 “설익은 결론” 불복 가능성

2040년까지 의사 수 증원 규모의 근거가 될 의사인력 수급추계 결과가 나왔다. 2040년 의사 수가 최대 1만1000명가량 부족할 것으로 추정되면서, 내년도 의대 정원 증원 규모는 400~800명 선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는 2040년 의사 수 부족 규모를 최소 5704명에서 최대 1만1136명으로 추산하는 추계 결과를 30일 발표했다. 추계위는 의사인력에 대한 중장기 수급 추계를 주기적으로 실시하기 위해 보건복지부 장관 소속으로 설치된 독립 심의기구로, 지난 8월부터 필요한 의사 수를 논의해왔다.
추계위는 국민 1인당 의료 이용량 변화와 의료현장에 실제 공급되는 의사 인력 규모를 산출하기 위해 여러 변수를 고려했다. 의료기관 특성에 따른 입원·외래 의료 이용량, 인구구조 변화, 의사 국가시험 합격률, 면허 취득 이후 임상의사 활동 확률 등이 주요 변수이다.
이 추계 결과를 단순 적용하면, 내년도 의대 정원은 현재 3058명에 400~800명 증원되는 수준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있다.
의사 부족 규모가 범위로 제시된 것은 10차례 넘는 회의에도 불구하고 추계위원들 간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대 쟁점은 미래 의료 환경에 대한 가정이었다. 의료계 추천 위원들과 학계·수요자 추천 위원들 사이에 인공지능(AI) 기술 발전과 의료 생산성 향상 효과를 어떻게 반영할지를 두고 인식차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 측 위원들은 AI 기술 도입에 따른 생산성 향상을 근거로 2040년 의사 부족 규모를 최대 7000명 수준으로 추산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학계와 수요자 측 위원들은 고령화에 따른 의료 이용량 증가와 의사들의 근무 시간 감소 추세를 반영할 경우, 2040년 의사 부족 규모가 최소 1만명에서 최대 3만명에 이를 수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의료계 추천 위원들을 중심으로 부족 규모의 상한선을 낮춰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면서, 의사 부족분이 1만명 이상으로 산출되는 변수와 계산식은 제외됐다.
남은 수치를 두고도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추계위는 다수결로 이번 안을 결정했다. 김태현 추계위원장은 추계 결과가 기존 정부 결정에 반대하던 이들까지 설득할 수 있는 안이라 보는지 묻는 질문에 “과반에 해당되는 8명은 의료계에서 추천받은 전문가들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이 결과의 수용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 추계위원은 “차라리 합의 없이 종료됐다면 지금보다 높은 수준으로 증원 규모가 결정됐을 텐데, 이를 막기 위해 의료계 쪽 위원들이 다수결을 밀어붙였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추계위원은 “3만명이 부족하다는 계산은 기술 발전이나 의료 이용 변화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주장”이라며 “그 결과로는 의료계를 설득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추계위가 범위만 제시하면서, 의대 증원 문제의 공은 내년 1월 말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로 넘어가게 됐다. 보건의료정책심의위는 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고 정부·공급자·가입자·교수 등이 참여한다. 정부 측 위원이 다수를 차지하는 만큼 정부 의견이 크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의료계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 결정에 불복할 가능성이 높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추계위 결과 발표를 앞두고 낸 입장문에서 “현재 수급추계위 논의는 AI 도입, 의료기술 발전, 생산성 변화 등 미래 의료 환경의 핵심 변수를 사실상 배제한 채 과거 방식에 머물러 있다”며 “시간에 쫓겨 설익은 결론을 내는 것은 ‘2000명 증원 사태’와 같은 국가적 과오를 반복하는 길”이라고 했다.
김찬호·이혜인 기자 flyclos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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