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K] “하지도 않은 도로 공사 때문에”…직불금 토해내라 ‘농민 분통’

정재훈 2025. 12. 30. 21:5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KBS 대전] [앵커]

수십 년째 농사를 짓고 있던 농민 수십 명이 영문도 모른 채 직불금 부정수급자로 내몰리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자치단체가 도로를 넓히겠다며 설명도 없이 멀쩡한 남의 농지를 도로계획상 도로로 바꾸면서 빚어진 일인데요.

농민들이 토해내 할 직불금이 수천만 원에 달하는데, 더 큰 문제는 구제할 방법이 없다는 겁니다.

현장K 정재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40년 넘도록 복숭아와 배 농사를 지어온 노재균 씨.

농업 보조금인 직불금을 부정수급했다는 통지서를 받고 깜짝 놀랐습니다.

5년 전 노 씨의 복숭아밭이 도시계획상 도로로 편입됐는데, 그 기간은 농지에서 농사를 지은 게 아니라며 이미 지급한 직불금을 환수하겠다는 겁니다.

[노재균/농민 : "지목이 도로로 바뀐 것을 알지도 못했어요. 왜? 시에서 도시계획을 연장하려고 임의로 바꾼 거란 말이에요. 우리는 알지도 못했는데…."]

세종시는 5년 전, 노 씨의 땅 주변 도로를 4차선으로 넓힌다며 전답 일부를 도로에 편입하는 시업 시행 계획을 수립했습니다.

이후 아무런 행정절차를 하지 않다가 올해 초 예산 부족을 이유로 도로 건설 계획을 백지화했습니다.

내 땅에서 멀쩡히 농사를 짓던 농민들은 알지도 못하는 유령 도로 탓에 부정수급자로 낙인찍혔다며 분통을 터트립니다.

이처럼 직불금을 환수당할 처지에 놓인 농민들.

세종시에만 30여 명에 달하고 금액은 2천만 원이 넘습니다.

전국적으로는 5만 필지 이상의 농지가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홍순방/농민 : "농지가 (도로로) 전용됐다고 직불금을 부정 지급이라고 환수한다면, 진짜로 농사를 지었나 안 지었나 현장 확인은 했어야 옳지요. 공무원들이 아무리 바빠도…."]

세종시는 이 같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올해 직불금 법이 개정됐다면서도 이미 청구된 환수 통지는 되돌릴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이기풍/세종시 농업정책과장 : "저희 쪽에서는 농식품부 담당 부서에 방문해서 부당함을 이야기했었는데 반영되지 않은 그런 상황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도 농민들을 구제할 방법이 마땅히 없다고 밝혔습니다.

자치단체가 그렸다가 지워버린 서류상 도로 때문에 애꿎은 농민들이 피해를 보게 됐지만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고 있습니다.

현장 K 정재훈입니다.

촬영기자:안성복

정재훈 기자 (jjh119@kbs.co.kr)

Copyright © K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 학습 포함)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