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 중 다쳐 산재 ‘사업주 도주 지시’ 필수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올해 9월 베트남 국적 미등록 이주노동자 2명이 사천시 축동면 농업용 기계 제조 업체 식당동 건물 2층에서 추락해 크게 다쳤다.
그는 "산재 인정 기준이 사업주의 도주 지시 여부 증언에만 기대야 하기에,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불합리하다"며 "합리적으로 산재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적절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단속 중 다치면 산재 신청은 가능
이주노동자 추방 위험 감수해야
산재승인 절차 요건 충족 벽 높아
이주민단체 “승인 요건 완화 필요”

올해 9월 베트남 국적 미등록 이주노동자 2명이 사천시 축동면 농업용 기계 제조 업체 식당동 건물 2층에서 추락해 크게 다쳤다. 이들은 법무부 창원출입국외국인사무소 단속을 피하다 이 같은 일을 당했다.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단속을 피하다 다쳤을 때 산업재해를 신청할 수 있지만, 산재 승인을 받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규정 자체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8년 8월 미등록 이주노동자였던 미얀마 청년 탄저테이 씨가 단속을 피하다 7.5m 높이에서 추락해 숨졌다. 당시 인권·시민단체는 정부에 관련 제도 정비와 피해자 구제 신청을 요구했다.
시민사회계 목소리에 산재 승인 기관인 근로복지공단은 이듬해 3월 '불법체류자 단속 피신 중 발생한 사고의 업무처리요령'을 만들었다. 법무부 단속을 피하다 다친 미등록자도 산재 인정을 받게끔 지침을 마련한 것이다.
미등록자 산재 업무처리요령이 도입됐지만 재해를 인정받기는 어렵다. 우선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산재 신청할 때 출입국기관에 미등록 사실 통보와 추방 위험 등을 감수해야 한다. 이를 감수하고 산재 신청을 하더라도 산 넘어 산이다.
공단 지침을 보면, 단속을 피하다 다친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었다는 것을 입증해야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을 수 있다.
공단 업무처리요령에 명시된 구체적 요건은 △사업주가 불법체류(취업) 외국인 노동자임을 인지한 상태 △사업주의 도주 지시로 도주 중 사고 발생 △도주 및 사고 발생 일련의 행위가 사업주의 지배 관리 책임이 미치는 영역에서 발생이다.
세 가지 중 하나가 아니라 모두를 충족해야 한다. 특히 '사업주의 도주 지시로 도주 중 사고 발생'은 현실과 맞지 않다. 사업주는 자신의 과실로 돌아올 수도 있기에 발뺌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산재로 인정받으려면 공단 업무처리요령에 따른 3가지 요건이 모두 충족돼야 한다"며 "예를 들어 사업주가 적극적인 도주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는 식으로 발뺌하면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공단도 이를 모두 충족하기 쉽지 않다고 보는 분위기도 읽힌다.
2018년 사망한 딴저테이 씨 사례는 이후 공단 업무처리요령 소급 적용을 받았다. 하지만 사업주가 도주 지시를 부정해 산재 승인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이주민단체·노동계는 법무부의 폭력적 단속 근절과 함께 산재 인증 기준 완화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리샤오나 양산외국인노동자의집 사무국장은 "미등록 이주노동자에게 법무부 단속은 엄청난 공포다"며 "미등록 이주노동자 산재를 막으려면 법무부의 토끼몰이식·폭력적 단속 금지가 우선돼야 하고, 미등록이어도 산재 승인받을 수 있다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주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활동가는 최근 사천에서 법무부 단속 중 다친 미등록 이주노동자 2명, 대구에서 단속을 피하다 숨진 이주노동자 '뚜안'의 산재 신청을 맡고 있다.
그는 "산재 인정 기준이 사업주의 도주 지시 여부 증언에만 기대야 하기에,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불합리하다"며 "합리적으로 산재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적절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지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