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민주화의 어머니’···첫 여성 총리 칼레다 지아 별세

방글라데시 최초의 여성 총리인 칼레다 지아 전 총리가 30일(현지시간)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0세.
그가 이끌어 온 방글라데시 제1야당 방글라데시민족주의당(BNP)은 이날 성명에서 지아 전 총리가 “오늘 오전 6시 기도 직후에 별세했다”고 밝혔다. 그는 오랜 기간 진행성 간 경변, 관절염, 당뇨병, 흉부 및 심장 질환을 앓았다고 알려졌다. 올해 초 영국 런던에 머물며 치료를 받기도 했지만 지난달 말 병세가 악화하자 병원에 이송돼 치료를 받아 왔다.
지아 전 총리는 남편 지아우르 라흐만 전 대통령이 1981년 군사 쿠데타로 암살당한 이후 정계에 입문했다. 그는 1984년 방글라데시를 가난에서 벗어나게 하겠다는 남편의 목표를 이어받아 남편이 창당한 BNP의 당수가 됐다.
그는 셰이크 하시나 당시 아와미 연맹 대표와 손을 잡고 군사 독재에 저항하는 시민 봉기를 이끌었다. 훗날 방글라데시 정계 최대 정적 사이가 되는 두 사람은 1990년 무하마드 에르샤드 군사정권을 축출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는 이듬해 열린 방글라데시 첫 자유 총선에서 하시나 당시 대표를 꺾고 총리에 올랐다. 방글라데시 최초의 여성 총리이자 베나지르 부토 전 파키스탄 총리에 이어 이슬람 국가에서 민주 정부를 이끈 두 번째 여성 지도자가 됐다.
그는 재임 시절 의원내각제를 부활시켜 총리의 권한을 확대했다. 또 외국인 투자 제한을 철폐하고 초등학교 무상 의무 교육을 시행했다. 1996년 총선에서 하시나 전 총리에게 정권을 넘겨주지만 5년 후인 2001년 총선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두며 재집권했다.
그는 2018년 하시나 전 총리 집권 시기 뇌물 수수 혐의로 징역 17년을 선고받았다. 수감 생활 도중 건강이 악화해 2020년 3월부터 가택 연금 상태로 지냈다. 그는 지난해 8월 하시나 전 총리가 시위대 유혈 진압으로 실각한 다음날 가택 연금에서 풀려났다. 지난 1월 방글라데시 대법원은 그의 부패 사건에 무죄를 선고했고, 이로써 그는 차기 총선에 출마할 자격을 얻게 됐다.
내년 2월 열리는 총선에서 BNP의 승리가 점쳐지며 지아 전 총리 역시 유력 차기 총리로 꼽혀왔다. 전날 BNP 관계자들은 위독한 상태였던 그를 대신해 3개 선거구에 후보 등록 서류를 제출했다. 그의 아들이자 또 다른 유력 차기 총리 후보인 타리크 라만 BNP 임시 대표도 약 17년간의 자발적 망명 생활을 마치고 지난 25일 영국에서 귀국했다.

방글라데시 안팎에서 애도의 물결이 일고 있다. 방글라데시 과도정부를 이끄는 무함마드 유누스 최고 고문은 “방글라데시는 위대한 수호자를 잃었다”며 “그의 타협하지 않는 리더십 덕에 방글라데시는 비민주적인 상황에서 벗어나 자유를 되찾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인도에 머물고 있는 하시나 전 총리는 아와미 연맹의 엑스에 “민주주의 확립을 위한 투쟁에 크게 이바지한 그의 공헌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며 “영원한 안식을 얻길 기도한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현지 매체 프로톰 알로는 “정치인의 삶은 부침의 연속이지만 지아 전 총리는 그중에서도 가장 극심한 소송과 체포, 투옥, 박해의 시련을 견뎌냈다”고 평가했다.
최경윤 기자 ck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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