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까지 中인증 탈락…"당장 3월부터 中유학생 못받을판"

안병준 기자(anbuju@mk.co.kr), 이용익 기자(yongik@mk.co.kr) 2025. 12. 30. 17:48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中, 대학판 '한한령'
中, 해외교육기관 조정하면서
전세계 270개 학교 목록 삭제
韓 올해들어 15개 빠져 '비상'
中유학생이 대학학위 받아도
중국서 인정안돼 '무용지물'
취업·공무원시험 응시 불이익
다급한 교육부 "中과 논의중"
중국 교육당국이 최근 한국 대학 10여 곳에 중국인 유학생을 사실상 받지 못하게 하는 조치를 내렸으며, 주한 중국 대사관은 이에 대해 해당 학교에 명확한 사유를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은 30일 서울 중구 주한 중국 대사관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는 모습. 한주형 기자

중국 교육부 산하 유학서비스센터(CSCSE)가 최근 해외 고등교육기관 인정 목록에서 한국 대학을 잇달아 제외하는 이례적인 조치를 하면서 중국인 유학생을 유치하려는 국내 대학에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해당 학교들은 당장 내년 신학기부터 중국인 유학생을 받는 것조차 사실상 불가능해졌고, 교육 당국은 추가로 제외되는 대학이 발생하지 않도록 중국 당국과 논의 중이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30일 CSCSE에 따르면 해외 고등교육기관 인정 목록을 개정하면서 전 세계 270개 학교를 삭제했다.

중국 현지 소식통은 "미국이 63곳으로 가장 많았고 영국, 호주, 캐나다 등은 조정 규모가 비교적 제한적이었다"면서도 "대한민국 15곳, 러시아 11곳이 삭제됐다"고 언급했다. 또한 이번 조치에 대해 외국 학위의 신뢰성과 공신력을 유지하기 위한 정기적인 관리 차원이라는 설명을 달았다.

이번에 인정 목록에서 삭제된 학교는 국내 유일의 국립 원격대학인 한국방송통신대, 충북도립대 등 10곳이다. 현재 중국인 유학생들이 재학 중인 학교가 대부분이어서 대학가는 충격을 받은 분위기다. 앞서 중국인 유학생이 많은 수도권 대학인 대진대·삼육대·안양대 등 5곳도 지난 7월 말 목록에서 빠졌다.

CSCSE의 해외 고등교육기관 인정 목록에서 해외 대학이 빠지게 되면 중국인 유학생은 본국으로 귀국했을 때 해당 학교에서 취득한 학위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졸업장을 보유하고 있어도 석·박사 과정 진학, 중국 내 취업, 공무원시험 응시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CSCSE에서도 목록에서 제외된 해외 학교로의 유학을 재검토할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 아울러 중국에서 취업이나 체류를 희망하는 외국 국적자도 해당 학교 학위를 소지했을 경우 절차상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CSCSE의 이번 조정 배경에 대해 "최근 5년간 학위 인증 처리 사례가 전혀 없었던 대학이 대상인 것으로 전해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목록에서 삭제된 대부분의 대학은 이미 수년 전부터 중국인 유학생을 받아왔기 때문에 신빙성이 떨어진다. 이에 따라 대학가에서는 학사 운영의 적법성, 한국 학위의 실효성, 종교성을 가진 대학에 대한 금지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내 중국인 유학생 사정에 밝은 한 중국 관계자는 "초기에 인정이 취소된 대학들의 경우 잦은 종교적 행사가 원인으로 지목됐다"고 말했다. 다만 이를 두고 종교 재단을 둔 대학이 상당수인 국내 특성상 일부 학교만 금지된 것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삼육대 관계자는 "유학생들 중도 탈락률을 낮추고 교육 국제화 역량을 강화하는 것은 우리가 더 노력해야 할 부분이겠지만 채플 등 종교 교육이 문제인 것으로 파악되니 학교도 당황스럽다"며 "대학의 종교 교육(채플)은 현재 인문학, 문화 콘텐츠 위주고 강요하는 부분도 없는데 당장 2026학년도 입시를 앞두고 큰 걱정거리가 생겼다"고 토로했다.

한국방송통신대도 2026학년도부터 '글로벌자유전공학부'를 신설해 국제학생을 모집할 계획이었으나 이번 중국의 조치로 제동이 걸렸다. 이에 따라 중국 외에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으로 다원화해 유학생 유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한국방송통신대 관계자는 "방통대에서 1년간 어학을 배우고 나머지 기간은 다른 대학에 편입할 수 있는 과정을 만들려 했는데 난감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편, 중국 교육 당국이 사전 고지 없이 이번 조치를 즉각 시행하면서 기존 중국인 유학생들의 혼란도 커지고 있다. 교육부가 공개한 '2025 고등교육기관 대학별 외국인 유학생 현황'에 따르면, 한국방송통신대는 올해 4월 기준 전체 유학생 457명 중 절반에 가까운 209명이 중국 출신이다. 대진대는 전체 유학생 1209명 중 596명이, 삼육대는 562명 중 211명이 중국 출신이다.

실제 인정 목록에서 제외된 수도권 한 대학은 인근 학교에 석사 과정 중인 중국인 유학생 10여 명을 대신 받아줄 수 있냐고 요청해 이들을 편입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재정난에 몰린 국내 대학들이 중국인 브로커와 함께 유학생 수를 늘리려는 편법을 시도한 것이 중국 교육 당국의 심기를 건드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현재 국내 대학 중 상당수는 중국인 유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현지 유학원이나 사무소에 학생 한 명당 수수료를 주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수도권 한 대학의 경우 2022년 예술학과에 입학한 중국인 학생으로부터 등록금 외에 번역비, 관리비 등 명목을 더해 총 13만1800위안(약 2700만원)에 달하는 금액을 추가로 받았다.

현재 CSCSE는 인정 기준을 더욱 엄격히 하고 있으며 유학 국가 및 학교에 대한 정기적인 재검토 작업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추가로 제외되는 학교가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교육부는 주한 중국 대사관을 통해 관련 사항에 대해 논의를 진행 중이지만 인정 목록에서 제외된 학교들과 따로 의논한 적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중국 현지에서 각 대학들이 공격적인 유학생 유치 노력을 해왔는데 제동이 걸리기 시작한 것"이라며 "한국 대학이 자국 학생들에게 충분한 교육을 시키는지, 여건이 되는지 등 질적인 평가를 하게 되었기에 앞으로도 인정 목록에서 제외되는 대학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안병준 기자 / 이용익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