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노키오- 불완전하기에 사랑하는 것이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는 말썽꾸러기 '피노키오' 동화는 1881년 이탈리아에서 아동용 이야기로 세상에 처음 나왔다.
제페토 할아버지의 말에 청개구리처럼 반응하는 엉뚱한 개구쟁이 피노키오는 오늘날까지도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작품이다.
아버지의 짐이 되고 싶지 않았던 피노키오는 미안함과 사랑의 마음을 안은 채 서커스단을 따라나선다.
2022년판 '피노키오'가 제페토의 상실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은 이후 전개될 부자 관계 전체를 규정하는 중요한 설정이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작품은 홀로 아들을 키우던 제페토가 전쟁으로 어린 아들을 잃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사랑스럽고 착했던 카를로는 폭탄에 맞아 허망한 죽음을 맞이하고, 제페토는 술에 의존한 채 깊은 비탄에 잠겨 무기력한 시간을 보낸다. 만취한 어느 날 밤, 제페토는 목수로서의 솜씨를 발휘해 죽은 아들을 닮은 나무 인형 하나를 만들고 잠이 든다. 그날 밤 푸른 요정이 나타나 인형에 생명을 불어넣고, 그렇게 피노키오가 탄생한다. 다음 날 아침, 제페토는 살아 움직이는 인형을 보고 당혹해하지만, 카를로를 떠올리게 하는 모습에 그를 아들처럼 받아들이고 키우기 시작한다. 그리고 수많은 사건이 이어진다. 호기심이 많고 에너지가 넘치는 피노키오는 종종 제페토의 체력과 인내심을 한계까지 몰아붙인다. 그러던 중 제페토가 무심코 내뱉은 "넌 내 인생의 짐이다"라는 말은 진심이 아니었지만, 피노키오에게는 깊은 상처로 남는다. 아버지의 짐이 되고 싶지 않았던 피노키오는 미안함과 사랑의 마음을 안은 채 서커스단을 따라나선다. 이후 이야기는 아들을 되찾기 위한 제페토의 여정으로 이어진다.
2022년판 '피노키오'가 제페토의 상실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은 이후 전개될 부자 관계 전체를 규정하는 중요한 설정이다. 제페토는 피노키오가 카를로처럼 착하고 똑똑하며 반듯한, 이상적인 아들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러나 피노키오는 그런 아이가 아니다. 그는 자신만의 성격과 기질을 지닌 존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의 사랑을 받기 위해, 피노키오는 완벽함의 기준이 된 카를로를 닮으려 애써야만 했다. 하지만 델 토로의 피노키오는 끝내 순종적인 아이로 성장하지 않는다. 그는 여전히 실수하고 질문하며, 어른들의 말에도 의문을 품는다. 다만 그 과정에서 타인의 아픔과 고통을 이해하는 법을 배우고, 자신의 선택에는 언제나 책임이 따른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즉 이 영화에서 성장은 '착한 아이'가 되는 과정이 아니라, 실수와 경험을 통해 책임과 배려, 그리고 사랑의 의미를 배워가는 과정이다. 원작과 가장 두드러진 차이점은 피노키오보다 오히려 제페토에게 있다. 제페토 역시 아들을 특정한 기준이나 이상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존재로 이해하고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
어쩌면 성장이란 완전함과 완벽함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불완전함과 결함까지 받아들이고 품으려는 마음과 태도에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기에 사랑은 더욱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이 작품을 통해 하게 된다. 2025년 한 해를 마무리하는 오늘, 부족하고 아쉬웠던 지난날의 나와 내 주변을 조금 더 소중히 품으며 다가오는 새해를 맞이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란다.
Copyright © 기호일보. 무단전재, 재배포, AI학습·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