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남해에서 뭐 해 먹고사냐 하시면 아마도 책방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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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을 들이는 것만으로 새로운 숨을 갈아 쉬게 만드는 공간이 있다.
이달 소개할 책 '남해에서 뭐 해 먹고 사냐 하시면 아마도 책방이겠지요'의 저자 박수진은 여행이 끝난 후 서울에 돌아가서도 남해의 여운을 잊을 수 없었다고 말한다.
자신의 마음과 가장 가까운 형태의 공간을 찾아 남해에 온 저자의 여정은 여전히 책방 한편에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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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 가나 사람들이 북적이고 빠른 게 미덕이었던 서울과 달리, 버스 하나 놓치면 기본 1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곳. 아침부터 서둘렀는데 어디 두어 군데만 다녀와도 하루가 훌쩍 지나가 버리는 곳. 몸도 마음도 대책 없이 여유로워져야만 하는 곳. 뭐 이런 점들이 나를 떨리게 했던 것 같다.’(14쪽)
남해와의 만남은 단순한 기분 전환이 아닌, 삶 전체의 변화로 이어졌다.
이달 소개할 책 ‘남해에서 뭐 해 먹고 사냐 하시면 아마도 책방이겠지요’의 저자 박수진은 여행이 끝난 후 서울에 돌아가서도 남해의 여운을 잊을 수 없었다고 말한다. 남해에서 새 숨을 쉬었던 시간은 그곳을 떠난 후에도 일상을 물들였고, 결국 삶터를 옮겨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만들었다.

인 물음. 그에 버릇처럼 답하던 말, “음, 아직 확실하지는 않은데. 아마도 책방을 할 것 같아요”는 결국 그의 새로운 인생이 됐고, 책방의 이름이 됐으며 이 책의 제목이 됐다.
‘어딜 가든 책방부터 검색해 보는 나. 하지만 그 당시 남해에는 동네책방이 거의 없었다. ‘유명한 관광지도 꽤 있는데 책방이 없는 게 말이 돼?’ ‘그러면 여기서 책방을 해봐도 괜찮겠다.’ ‘정말 괜찮을까?’ 답 없는 고민을 반복하다가 2018년 3월 17일, 지족마을에서 아마도 책방을 열었다.’(20쪽)
‘분명한 점은 일생일대의 사건이 당사자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까지 바꾸어 놓는다는 것. 한 치 앞을 모르는 게 인생이구나. 그러니까 더 ‘잘’ 살아야겠다.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미루지 말자. 나를 속이지도 말자.’(25쪽)
스스로도 예상치 못했던 마음의 변화에 망설이는 저자의 등을 남쪽으로, 책방으로 밀어준 건 남해에 오기 직전 떠났던 또 다른 여행지 몽골에서의 한 사고였다.
여행에 동행했던 친한 언니가 수진씨와 함께 낙타를 타다 갑작스레 낙마해 뇌출혈에 빠지고, 이국의 병원에서 일주일 넘게 그를 간호하며 되뇐 더 ‘잘’ 살아야겠다는 다짐이 결심으로 이어졌다.
‘옆 마을 중학생 단골 손님이 버스 시간이 많이 남았다고 책방에 오면 시원한 물 한 잔 내주고 기꺼이 쉼터가 되어주는 것.(…) 책방에 손님이 있어도 택배 마감 시간이 가까워져 오거나 급한 일이 생기면 금방 올게요, 책 보고 계세요, 하고 손님께 책방을 맡기고 볼일을 보고 오는 것.(…) 시골 책방 주인의 일이란 이런 것.’(37쪽)
그렇게 한 해 두 해 시간이 흘러 어느덧 남해 살이 10년 차. 7년 동안 같은 자리를 지키며 책방은 여행객들의 발길을 묶어두는 곳이자 마을 주민들의 정이 오가는 나눔터가 됐다. 한때 잠깐 이곳을 들른 외지인이었던 저자는 동네 어린이들의 이름을 외우게 됐고, 이웃이 철마다 어떤 김치를 담가 먹는지 알게 됐으며, 중학생이던 단골손님이 대학에 입학하게 되는 날까지 함께 매운 떡볶이를 먹어준 친구가 됐다.
‘여전히 남해에는 왜 왔냐, 책방하면 좋냐, 물어보는 분이 있다면, 이 책을 강력히 들이밀어 볼 생각이다. 이래저래 고민하면서도 아직 나는 시골에 더 가까운 사람이니, 책을 다 팔 때까지는 여기서 좀 더 지내며 책방을 지켜보려고 한다.’(251쪽)
자신의 마음과 가장 가까운 형태의 공간을 찾아 남해에 온 저자의 여정은 여전히 책방 한편에서 이어지고 있다. 여행객에서 이웃으로, 꿈에서 일상으로 자연스레 번질 물꼬를 틔워준 건 그의 책방이었다. 찾아오는 이의 하루치 기분뿐만이 아니라, 누군가의 삶까지 바꿔줄 새로운 공간이 손에 쥔 책장 위로도 펼쳐진다.
저자 박수진, 출판 아마도책방, 256쪽, 가격 1만7000원
장유진 기자 ureal@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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