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이주노동자 괴롭힘···고립된 농촌환경이 폭력 키웠다

전북 정읍의 한 축산농가에서 발생한 네팔 국적 이주노동자 상습폭행 및 협박은 고립된 농촌환경과 사업주에 종속된 체류자격 구조가 낳은 ‘구조적 폭력’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이주 노동자들이 주변에 도움을 구하기 어려운 폐쇄적인 농촌환경이 인권유린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민주노총 전북본부와 전북평화와인권연대 등 14개 단체로 구성된 전북이주인권노동네트워크(이주넷)는 30일 오전 고용노동부 전주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주노동자의 생명과 존엄을 사업주의 ‘인성’에만 맡겨두는 방관을 중단하라”고 밝혔다.
이주넷에 따르면 정읍의 한 돼지농장에서 약 16개월간 일한 네팔 국적 노동자 A씨는 관리자로부터 작업도구인 삽과 손 등으로 상습 폭행을 당해왔다. 관리자는 폐쇄회로(CC)TV가 없는 장소를 골라 폭력을 저질렀고, “노동부에 신고하면 쫓아내겠다”며 반복적으로 협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생명의 위협을 느낀 A씨는 사업장을 이탈한 뒤 지난 19일 경찰에 신고했다.
시민단체들은 이주노동자를 상대로 한 폭력이 반복되는 원인으로 ‘사업주에게 종속된 체류 자격 구조’를 지목했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고용주의 동의 없이는 사업장을 옮기기 어렵다. 때문에 폭언,폭행, 임금 체불을 겪어도 문제제기 조차 힘들다. 이주넷은 “고용허가제 마저 고립된 농촌에서 일하는 이주 노동자를 침묵하게 만드는 구조적 장치로 기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근 전북지역 농가에서는 이같은 이주노동자를 상대로 한 인권유린이 반복되고 있다. 폭력 행위 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안전장치도 없는 상태에서 일을 시켜 죽거나 다치게 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완주의 한 돼지농장에서 이주 노동자 2명이 질식사고로 숨졌고, 올해 초 김제의 한 농장에서도 이주 노동자가 질식 사고로 크게 다쳤다. 지난 20일에는 정읍의 또 다른 돼지농장에서 네팔 국적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민경 민주노총 전북본부장은 “한국 사회가 기피해 온 농촌과 축산 현장을 떠받치고 있는 이주 노동자들은 분명한 우리 사회 구성원”이라며 “정부는 더 이상 이들의 죽음과 고통을 개인의 비극으로 치부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은 정부와 전북도에 이주 노동자의 사업장 이동 자유 보장과 농어촌 이주노동자 인권·노동 안전 특별 조사 시행, 유엔(UN) ‘모든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 보호에 관한 협약(ICRMW)’ 비준, 축산농가 내 괴롭힘에 대한 직권 수사와 가해자 엄중 처벌 등을 요구했다.
김창효 선임기자 c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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