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경찰 달력 박성용 경위] “달력 기부 원동력은 익명 기부자 덕분에 오늘의 제가 있기 때문이죠”

"기부금을 받는 아이들에게 감사 편지를 쓰게 하거나 사진을 찍게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어요. 제가 어릴 때 그게 너무 싫었거든요."
'경찰 달력'을 기획해 7년째 제작 중인 경기남부경찰청 부천원미경찰서 중앙지구대 박성용(44) 경위는 학대 피해 아동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감사 편지나 사진 전달을 요구하지 않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그 과정 자체가 아이들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박 경위에게 경찰 달력을 시작한 이유를 묻자 그는 자신의 어린시절 기억을 먼저 꺼냈다. 초등학교 시절 아버지를 잃은 뒤 기초생활수급 가정에서 성장한 그는 복지관에서 익명 기부자로부터 지원을 받으며 감사 편지를 쓰고 사진을 찍던 날마다 친구들의 놀림을 받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했다. 그는 "그분 덕분에 지금의 제가 있다"며 그 경험이 달력 기부를 이어온 원동력이 됐다고 했다.

경찰 달력은 단순한 화제성 프로젝트라기보다 '체력과 치안의 연결'을 보여주는 상징에 가깝다. 트레이너 생활을 하다 2008년 순경 공채로 입직해 범인 검거 전국 1위로 2계급 특진한 박 경위는 "범인 검거 비결은 20년 넘게 해온 보디빌딩"이라며 "현장에서 몸이 주는 인상만으로도 기선제압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는 "가게에 경찰 달력을 걸어두면 든든하다, 도둑이 안 들 것 같다는 말이 가장 힘이 된다"며 "근무복 속에 강인함을 지닌 경찰관들이 있다는 인식이 달력을 통해 전해졌으면 한다"고 했다.
달력 모델은 '미스·미스터 폴리스 코리아' 선발전을 통해 뽑힌다. 매년 전국에서 100~120명이 참가해 이 중 48명이 선발된다. 남녀 탁상형·벽걸이형 달력을 양면 구성으로 제작해 최대한 많은 경찰관을 담았다.
몇몇 모델은 경찰공무원 수험생 시절부터 달력 출연을 목표로 삼았던 사례도 있다. 참가자들은 형사, 여청, 드론 요원 등 각자의 직무와 삶 등을 콘셉트로 직접 기획해 촬영에 임한다.

박 경위가 가장 힘들다고 꼽은 건 '성 상품화'라는 비판과 "운동할 시간에 일이나 하라"는 시선이다. 그는 "날을 새는 근무 속에서 운동을 병행하는 건 결코 쉽지 않다"며 "사회공헌이자 치안을 위한 노력의 의미가 폄하될 때가 아쉽다"고 했다.
그럼에도 그는 달력이 경찰 이미지를 바꾸는 데 일정 부분 역할을 했다고 본다. 박 경위는 "몸 좋은 경찰관이 많다는 점을 든든하게 바라봐주는 반응이 가장 인상 깊다"며 "지난 10월 경찰 달력을 취재하러 온 독일 언론도 한국 경찰의 체력과 치안 수준에 놀라워했다"고 했다. 이어 "언젠가 전 세계 경찰관들이 함께 참여하는 달력을 만들어 국제기구에도 기부하고 싶다"며 "경찰 달력이 더 다양하게 확장되길 바란다"고 했다.
/김혜진 기자 trust@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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