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포기하지 않았으면"…5000원 떡 팔아 13명 뒷바라지 '백발 기부천사'

김미루 기자 2025. 12. 30.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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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일상 속 보이지 않는 영웅들이 있습니다.

판매에 나선 4명은 모두 기부천사 회원들이다.

이날 바자회에서 생긴 수익은 전액 기부천사 후원금으로 적립된다.

김 회장은 "30대부터 농촌 봉사와 독거노인·장애인 봉사를 30년 가까이 해왔다"며 "나이가 들면서 몸으로 하는 봉사에 한계를 느껴 동네에서 지속할 수 있는 나눔 방식을 고민하다 기부천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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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히어로]사회적협동조합 '기부천사'
[편집자주] 평범한 일상 속 보이지 않는 영웅들이 있습니다. 각자 분야에서 선행을 실천하며 더 나은 우리동네를 위해 뜁니다. 이곳저곳에서 활약하는 우리동네 히어로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29일 오후 서울 송파구 거여역 3번 출구 인근 사회적협동조합 '기부천사'가 연 연말 자선바자회 현장. 왼쪽부터 표병준씨, 홍신기씨, 김순규 기부천사 회장, 김순이씨가 바자회 부스를 지키고 있다. /사진=김미루 기자.

지난 29일 오후 서울 송파구 거여역 3번 출구 인근. 지나는 사람들을 향해 "가래떡 1.2㎏ 팝니다", "다들 하나씩 사 들고 가세요"라는 목소리가 연신 울렸다. 사회적협동조합 '기부천사'가 연 연말 자선바자회 현장이다. 부스 한켠에는 강정과 떡국떡, 가래떡, 젓갈이 가지런히 놓였다. 강정은 5000원, 가래떡은 5000원, 떡국떡과 젓갈은 각각 1만원. 판매에 나선 4명은 모두 기부천사 회원들이다. 오는 31일까지 바자회를 진행한다.

이날 바자회에서 생긴 수익은 전액 기부천사 후원금으로 적립된다. 후원금은 지역 내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의 장학금 지원을 비롯해 화재 피해 복구, 국가유공자 주거 개선 등 봉사 활동에 쓰인다. 기부천사는 매년 신정과 구정 무렵, 1년에 두 차례 이런 자선바자회를 열어왔다. 올해로 바자회만 10년째다.

기부천사 도움으로 13명 고교 졸업 "후원하려면 더 열심히 일"
29일 오후 서울 송파구 거여역 3번 출구 인근 사회적협동조합 '기부천사'가 연 연말 자선바자회 현장. /사진=김미루 기자.

기부천사를 이끄는 김순규 회장(72)은 2013년 11월 단체를 만들었다. 송파구 지역 소상공인들이 모인 사회적협동조합이다. 김 회장은 "30대부터 농촌 봉사와 독거노인·장애인 봉사를 30년 가까이 해왔다"며 "나이가 들면서 몸으로 하는 봉사에 한계를 느껴 동네에서 지속할 수 있는 나눔 방식을 고민하다 기부천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거여동 체육문화회관에서 김 회장과 아침마다 수영을 함께하던 지인들이 하나둘 후원에 참여하면서 활동도 점차 넓어졌다.

지금까지 기부천사 도움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만 13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2명은 대학에 진학해 첫 학기 등록금까지 지원받았다. 올해도 대학 진학을 앞둔 고3 학생이 있어 첫 등록금을 마련 중이다. 현재는 미혼모 자녀를 포함해 장학금 지원이 필요한 학생 10명을 꾸준히 돕고 있다. 김 회장은 "형편 때문에 꿈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 하나로 버텨왔다"고 했다.

김 회장은 본업인 에어컨 판매·설치 일을 지금도 이어가며 매달 20만원가량을 후원금으로 낸다. 그는 "후원하려고 더 열심히 일하게 된다"고 했다. 자선바자회 역시 김 회장의 아이디어로 열렸다. 직접 만든 강정을 들고나와 회원들과 함께 온종일 부스를 지켰다.

가락시장 상인부터 이웃 주민까지 동참
29일 오후 서울 송파구 거여역 3번 출구 인근 사회적협동조합 '기부천사'가 연 연말 자선바자회 현장. 김순이씨와 홍신기씨가 판매 중인 떡국떡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김미루 기자.

부스 한편에서 새우젓을 팔던 표병준씨(54)는 가락시장에서 30년 넘게 수산물을 납품해온 상인이다. 6살 때부터 송파구에서 살아온 토박이기도 하다. 기부천사 회원인 친구의 권유로 올해부터 함께하고 있다. 그는 "이번 달 친구와 목포에서 젓갈을 경매로 받아 직접 담아 왔다"며 "(판매금액을) 전부 후원금으로 내자고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마천동 주민 김순이씨(67)와 홍신기씨(66)도 부스 앞에서 손님을 붙잡았다. 김씨는 "후원금으로도, 몸으로도 할 수 있으면 그게 봉사하는 것"아라며 "봉사하다 보면 알기 어려운 동네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만나게 된다"고 했다.

지난해 여름 집 수리 봉사에도 참여했던 홍씨는 "내 아이들도 다 송파구 우리 동네에서 키웠다"며 "얼굴을 몰라도 같은 동네에서 공부하려고 애쓰는 학생들이 어렵다고 생각하면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도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는 이강균 강동소방서 현장대응단 소방경도 모습을 보였다. 화재 현장에서 보험이 없거나 고령으로 수리에 나서기 어려운 피해 가정을 직접 돕는 그는 2019년 기부천사와 인연을 맺었다. 이 소방경은 "회원들이 모은 기부금 덕분에 화재 피해 복구에 실제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김미루 기자 mir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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