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화훼, 숫자 뒤에 숨은 구조적 ‘민낮’

오승현 기자 2025. 12. 30.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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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액 671억원서 701억7천만원↑
고단가 품목에 의존한 외형 성장만
MZ세대 소비 변화가 만든 수요 공백
유통·판로 구조, 농가에만 부담 전가
농가 "생산비 부담, 유통 구조 개선이 핵심"
강진군 농업기술센터 기술사가 수국농가를 찾아 수출에 나설 수국품종을 살펴보고 있다./전남농업기술원 제공

전남 화훼 산업이 외형적인 판매 실적과 달리 산업의 내구성은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

30일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국내 화훼 재배 농가는 지난 2012년 약 9천450호에서 2024년 약 7천79호로 총 2천371호가 감소했다. 같은 기간 재배면적 또한 크게 줄었으며, 판매량·판매액 지표만으로 산업이 회복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가운데 전남 화훼 농가는 2012년 1천623호에서 지난해 1천245호로 총 378호가 감소했다. 같은 기간 화훼 판매액은 671억3천만 원에서 701억7천만 원으로 늘었다. 수치만 놓고 보면 성장세로 보이지만, 업계에서는 이를 수요 확대가 아닌 구조적 변화에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이렇듯 농가 수 감소에 따른 공급 조정과 프리미엄·고부가 품목 중심의 단가 상승이 판매액을 떠받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시 말해 산업 전반이 커졌다기보다, 일부 품목과 일부 농가에 매출이 집중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소비 환경은 오히려 위축된 모양새다. 졸업식·입학식 등 전통적인 화훼 수요 행사는 예전만 못하고, 코로나19 이후 급성장한 조화꽃 시장이 생화 소비를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여기에 MZ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된 가성비 소비 성향이 화훼 소비 전반을 끌어내리고 있다.

강진에서 수국을 재배하는 한 농가 대표는 "예전엔 꽃 선물이 하나의 관습처럼 있었지만 지금은 '필요할 때만, 가성비 좋게'로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난이나 장미처럼 고정 수요가 있는 품목만 가격이 오르고, 나머지는 제값을 못 받는 일이 반복됩니다. 결국 농가 간 양극화가 더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유통 구조의 한계도 현장의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온라인 판매와 지자체 판촉 사업이 단기적인 판매 확대에는 도움이 됐지만, 지속 가능한 해법으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다.

전남 화훼 농협 관계자는 "소비 촉진 사업이 없는 것보다는 낫지만, 솔직히 일회성 행사로는 산업이 버틸 수 없다"며 "지금 가장 시급한 건 생산비 절감과 유통 구조 개편, 판로 확대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어 "농가가 모든 비용 부담을 떠안는 구조가 계속되면 결국 남아 있는 농가도 하나둘씩 시장을 떠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생산비 부담은 갈수록 가중되고 있다. 난방비와 전기요금, 자재비, 물류비가 동시에 오르면서 판매액이 늘어도 순수익은 줄어드는 역설이 반복되고 있다. 경매시장 경쟁 심화와 소비 취약계층 확대, 농가별 품목 편중 현상까지 더해지며 경영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다.

이에 전남도의회 김성일 의원은 "최근 '전라남도 화훼산업 육성 및 지원 조례 일부개정조례안' 개정안을 통해 지역에서 생산된 꽃이 지역에서 소비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어려움을 겪는 화훼농가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주는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농촌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농가 소득 증대에 기여할 수 있는 정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오승현 기자 romi0328@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