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닷없는 반도체 용인산단 이전론에 업계 화들짝

박지은 2025. 12. 30.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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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환 "전기 많은 쪽으로 옮겨야 하는 건 아닌지"
삼성전자, LH와 부지 매입 계약 체결...내년 착공
LH, 토지·지장물 보상 협의 착수...진행률 14.4%
기후부 "대규모 송전망 건설 어려움 고민 말한 것"

[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삼성전자가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조성을 위해 부지 매입 계약까지 체결한 상황인데 일각에서 ‘이전론’이 제기돼, 업계에서 괜한 불확실성만 키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전론은 진원지인 기후부에서 장관의 진의가 잘 못 알려졌다는 취지로 해명하며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지만, 제기된 논리 때문에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게 아니라는 시각도 있어 업계가 잔뜩 긴장하는 모습이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용인에 삼성·하이닉스가 들어오면 원전 15기 분량의 전기가 필요하다”며 “지금이라도 전기가 많은 쪽으로 옮겨야 하는 건 아닌지 고민”이라고 말해 논란을 키웠다.

용인 이동·남사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단 조감도 [사진=용인시]

삼성전자, LH와 계약 완료…토지 매입 보상 14%대 진행

29일 용인시와 산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19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경기도 용인시 이동·남사읍 일원에 조성되는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 부지 매입 계약을 체결했다.

LH는 22일부터 토지 및 지장물에 대한 보상 협의에 착수했으며, 26일 기준 보상 진행률은 14.4%를 기록했다.

토지 보상을 시작으로 건물·영업권 등 지장물 보상을 순차적으로 진행한 뒤, 산단 조성 공사를 발주해 내년 하반기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는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 생산라인(Fab) 6기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다.

산단 면적은 약 777만㎡(235만 평)로, 투자 규모는 360조원에 달한다. 향후 생산설비 확대에 따라 투자 규모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거론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1980년대 초반 용인 기흥에서 메모리 반도체로 출발했던 삼성전자가 반세기 만에 또 한 번의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1982년 7월 이건희 선대회장과 호암 이병철 창업회장(왼쪽 세 번째부터)이 경기 용인 기흥 반도체 공장 부지를 둘러보는 장면을 챗GPT로 그린 그림. 허문명 저서 '이건희 반도체 전쟁' 참고.[사진=챗GPT]

기흥·화성·평택 잇는 ‘반도체 축’…입지 전략의 연속성

용인 이동·남사읍 국가산업단지는 기흥·화성·평택으로 이어지는 기존 삼성 반도체 거점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

기흥은 연구개발(R&D) 중심지, 화성과 평택은 메모리 반도체 생산의 핵심 축이다. 남사읍은 이들 거점과 맞물려 시스템반도체 생산을 담당하는 새로운 축으로 설계됐다.

이 같은 집적 전략의 출발점은 198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반도체 사업 진출을 앞두고 부지를 물색하던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회장은 “서울에서 1시간 이내”라는 기준을 제시했고, 헬기로 기흥 일대를 둘러본 뒤 “되겠다”는 한마디로 부지를 낙점한 것으로 전해진다. 접근성과 인재 이동을 최우선으로 본 결정이었다.

이후 기흥을 기점으로 화성과 평택까지 생산 거점이 확장되면서, 삼성 반도체는 설계·연구·제조가 인접한 구조를 갖추게 됐다.

이상일 용인시장이 지난 6월 이동남사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조성지원 추진단 6차 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사진=용인특례시]

이전론 점화…“이미 국가 프로젝트” 반발

일부 정치권을 중심으로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를 전북 새만금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커졌다.

논란은 정부 인사의 공개 발언으로 확대됐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용인에 입주할 경우 전력 수요가 원전 15기 분량에 달한다”며 입지 재검토 필요성을 언급하면서다.

전북 완주·진안·무주군이 지역구인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반도체 산업단지의 새만금 이전은 국가 생존을 위한 유일한 해법이라는 게 정부 주무 장관 입을 통해 확인된 것”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용인시는 즉각 반발했다. 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은 구윤철 경제부총리를 만나 전력·용수 등 기반시설의 적기 구축과 교통 인프라 확충, 이주민·이주기업 대상 저금리 정책자금 지원 등을 요청했다.

이 시장은 “국가산단 계획 승인과 보상 절차, 용지 분양 협약까지 진행된 상황에서 국가 프로젝트를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반도체는 공장 하나만 옮긴다고 경쟁력이 생기는 산업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소재·부품·장비, 설계, 연구 인력이 집적된 생태계가 핵심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산업계는 이미 땅 매입(삼성전자)과 골조 공사(SK하이닉스)가 진행 중인 와중인 만큼 지방 선거를 앞둔 선심성 발언이길 바라면서도 내심 불안해하는 분위기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실행 단계에 들어간 프로젝트에 이전론이 거론되는 것 자체가 투자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 논란이 커지자 반도체 공장 이전론의 발단이 된 기후부도 해명에 나섰다. 기후부는 설명자료를 내고 “(김성환 장관의) 발언은 대규모 송전망 건설의 어려움 등 전력, 용수를 담당하는 주무 장관으로서의 고민을 설명한 것”이라고 했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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