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 소부장 엇갈린 희비…알지노믹스, 공모가比 576%↑[바이오맥짚기]

나은경 2025. 12. 30.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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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2025년12월23일 08시00분에 팜이데일리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22일 국내 제약·바이오·헬스케어 섹터에서는 상장 3일차인 알지노믹스(476830)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상장 당일 '따따상'에 성공한 데 이어 2거래일 연속 상한가 행진을 이어갔다.

국내 대표 바이오 소재·부품·장비 기업인 아미코젠(092040)과 마이크로디지탈(305090)의 주가는 엇갈렸다. 아미코젠은 관계사들의 지분을 지속 매각해왔음에도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또 자금조달이 필요함을 시장에 알렸다. 반면 마이크로디지탈은 올 초 파트너십 체결을 통한 북미 진출을 시작한 데 이어 셀트리온(068270)의 생산공정에 자사 장비를 공급하기로 했다고 알리면서 본격적인 수확기를 예고했다.

약물전달 플랫폼(DDS) 개발사 인벤티지랩(389470)은 자사 경구제형 플랫폼 기술이 한국 특허청으로부터 반려됐다는 소식에 주가가 하락했다. 다만 이는 일반적인 심사과정의 일환이라고 설명한 회사는 특허 확보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지난 18일 상장한 알지노믹스 주가 추이 (자료=Npay 증권)

알지노믹스 상승세 언제까지?

지난 18일 코스닥에 기술특례상장한 알지노믹스의 상승세가 거세다. KG제로인 엠피닥터(MP DORTOR·옛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알지노믹스는 상장 첫날(300% 상승)에 이어 19일과 22일에도 가격제한폭까지 주가가 오르면서 3거래일 만에 시가총액 2조923억원, 주가 15만2100원이 됐다. 알지노믹스의 공모가는 2만2500원으로 공모가 기준 시총은 3095억원이었다.

2017년 설립된 알지노믹스는 리보핵산(RNA) 치환효소 기반의 RNA 편집·교정 플랫폼을 활용해 항암제와 희귀난치성 질환 치료제를 개발한다. 알지노믹스는 지난 5월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와 약 1조9000억원 규모의 RNA 편집교정 치료제 개발을 위한 글로벌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상장 직전 글로벌 빅파마와 계약이 이뤄졌음에도 공모가가 비교적 낮은 수준에서 정해졌다는 평가가 바이오업계에서 나왔다. 여기에 지난 7월 기업공개(IPO) 제도가 개편되면서 장기 의무보유확약을 약속한 기관투자자가 늘어나 유통가능 물량이 줄어들기도 했다. 주가 상승세에 불이 붙은 이유다. 알지노믹스의 상장 후 1개월까지 유통가능 물량은 전체 주식의 35.27%뿐이다.

다만 주가가 이미 공모가 대비 576% 상승한 상태로 추가 상승 여력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미 유사한 기술을 보유한 경쟁사에 육박하거나 이를 넘어서는 시총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RNA 교정, 리보핵산간섭(RNAi), 스플라이싱·선택적 스플라이싱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경쟁사 웨이브 라이프 사이언스의 경우 비만치료제 관련 데이터 발표 전 시가총액이 약 1조8000억원 수준이었다"며 "RNA 교정은 아니나 RNA 모달리티로 일라이 릴리에 기술수출한 올릭스(226950)의 시총도 2조8000억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일라이 릴리와의 계약에서 나올 마일스톤은 내년부터 수령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알지노믹스는 이외 파이프라인의 경우 오는 2027년 RZ-003, 오는 2028년 RX-004의 기술이전을 목표로 한다. 다음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릴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MHC)에 참석해 또 한번의 '빅딜'을 위한 회사 알리기에도 나설 방침이다.

알지노믹스 관계자는 "이번 JPMHC에서 개발 중인 자체 파이프라인 RZ-001, RX-003, RX-004와 관련된 미팅 뿐 아니라 신규 물질이전계약(MTA) 체결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며 "이밖에 지난 5월 일라이 릴리와 맺은 기술이전 계약처럼 플랫폼 딜 형태에 대해서도 다수의 글로벌 빅파마들과 협의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바이오 소부장' 엇갈린 희비

이날 국내 대표 바이오 소재·부품·장비 기업인 마이크로디지탈(305090)과 아미코젠(092040)은 희비가 엇갈렸다. 마이크로디지탈은 지난 19일 셀트리온(068270)에 자체 개발 장비를 공급하게 됐다는 소식을 알리면서 이날 두 자릿 수 상승률(11.89%)을 기록했다.

반면 아미코젠은 지난 19일 장 마감 후 3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한다고 공시했다. 이후 첫 거래일인 이날 오전부터 주가가 빠지기 시작해 29.91% 하락한 1945원에서 마감했다. 아미코젠의 이번 유증 목표인 300억원 중 113억원은 운영자금으로, 187억원은 채무상환자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아미코젠은 유동성 확보 및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지난해 스킨메드, 비피도(238200), 아미코젠차이나 등 관계사 지분을 잇따라 매각해왔다. 하지만 주 사업인 레진과 세포배양배지에서 매출이 크게 늘지 않아 결국 추가적인 자금조달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아미코젠은 국내 바이오 소부장 국산화를 모토로 인천 송도에 세포배양배지 공장 설립을 추진해 지난해 완공했다. 송도 공장 및 전라도 여수 레진 공장 건설 과정에서 아미코젠은 약 1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유의미한 수주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투자금 회수가 더디다.

마이크로디지탈 '더백' (사진=마이크로디지탈)

반면 마이크로디지탈은 올 초 부터 시장에 긍정적인 소식을 알리고 있다. 미국 바이오 소부장 기업인 파커하니핀과 파트너십을 체결해 북미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을 시작으로 연말부터는 셀트리온(068270)에 일회용 세포배양기에 사용되는 일회용 백 '더백'(THE BAG)을 공급하게 된 것이다.

더백은 바이오 의약품 생산 과정에서 세포배양배지를 이송하거나 저장, 무균샘플링, 극저온 보관할 때 사용된다. 전체 의약품 중 바이오 의약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나면서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은 글로벌 일회용 백 시장이 2028년까지 약 6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마이크로디지탈은 지난 2023년부터 셀트리온에 연구 목적으로 일회용 백을 공급하고 있었는데 연구 단계를 넘어서 실제 생산공정에 채택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회사의 다음 목표는 일회용 세포배양기 '셀빅'(CELBIC)의 생산공정 적용이다.

마이크로디지탈 관계자는 “이번 생산공정 공급 계약은 당사 제품이 산업용 생산현장에서 본격적으로 확대되는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앞으로도 셀트리온과의 협력을 기반으로 다양한 규격의 더백을 국산화해 공급 범위를 확대하고 국내외 제약·바이오 제조현장에서 당사 브랜드가 더욱 널리 사용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인벤티지랩, 경구제형 특허에 쏠린 눈

인벤티지랩(389470)의 주가는 이날 직전 거래일 대비 8.58% 하락한 7만8800원에서 마쳤다. 이날 오전 시장에 경구약 개발 플랫폼 ‘IVL-페포플루이딕’(IVL-PePOFluidic)이 국내 특허 출원 과정에서 특허청으로부터 두 번째 OA(Office Action·등록 거절시 한국 특허청이 작성하는 의견제출 통지서)를 받았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해당 소식이 주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IVL-페포플루이딕은 인벤티지랩이 IVL-진플루이딕을 기반으로 만든 경구약 개발 플랫폼이다. 인벤티지랩은 이를 활용해 펩타이드 약물, 특히 비만약으로 활용되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약물을 먹는 약으로 바꾸는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아직 IVL-페포플루이딕의 인체 실험 데이터는 없다. 하지만 인벤티지랩은 지난 4월 IVL-페포플루이딕에 세마글루타이드를 결합한 IVL3027에 대한 비글 실험 데이터를 발표해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노보 노디스크의 세마글루타이드 성분 경구약 '리벨서스'는 동일 성분의 피하주사(SC) 제형 비만약 '위고비'에 비해 비글에서의 생체흡수율이 0~2.7%에 불과한 데 반해, IVL3027은 비글 실험에서 24% 이상의 생체흡수율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인벤티지랩은 지난 2023년 11월 한국 특허청에 IVL-페포플루이딕 관련 특허를 가출원했고 이듬해 11월 본출원과 국제특허 특허협력조약(PCT) 출원을 마쳤다. 인벤티지랩은 심사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현재 신속심사 트랙을 밟고 있다.

이번 OA 수령을 '특허 등록 실패'로 보기는 섣부르다. 보통 최종 특허 등록까지 OA 수령 및 이에 대한 기업의 대응이 두세 차례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서다. 인벤티지랩이 이번 OA 수령에 대한 보정서를 내면 특허청으로부터 최종 특허 등록결정이 이뤄지거나 다시 보완 요청을 받을 수 있다.

인벤티지랩 관계자는 "이번 OA 수령은 IVL-페포플루이딕에 대한 최종 거절 결정이 아니라 특허 심사과정에서 대부분의 기술이 거치는 일반적인 심사과정"이라며 "단순히 등록된 특허 수를 늘리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인벤티지랩 기술의 권리가 잘 확보된 경쟁력 있는 특허를 등록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른 시일 내 답변서를 청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나은경 (ee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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