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외출 줄여준 ‘경로당 진료실’이 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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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명이 모여사는 전북 남원시 덕과면 도촌마을.
지난해 12월26일 오후에 찾은 도촌마을 경로당.
이곳은 남원시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스마트빌리지 보급·확산' 사업에 선정돼 지난해 11월24일 시작한 비대면 진료 시범운영 거점 경로당 16곳 중 한곳이다.
시는 전담 간호사가 방문하지 않는 날에도 건강측정 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전담 공무원과 해당 마을의 경로당 매니저를 지정해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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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정통부 스마트빌리지 선정
전북 남원 도촌마을에 장비 구축
진료·처방·약 전달 원스톱 지원
“겨울철 외출 걱정 덜어” 호평
참여기관 적어 진료선택권 제한

37명이 모여사는 전북 남원시 덕과면 도촌마을. 이곳은 65세 이상 주민이 절반을 넘는다. 어느 마을보다 의료 수요가 높지만 병원 한번 가려면 하루 날잡고 외출해야 하는 의료 불모지였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병원이 마을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비대면 진료가 시작되면서다.
지난해 12월26일 오후에 찾은 도촌마을 경로당. 경로당 한쪽에 ‘화상 진료실’이 마련돼 있다. 이곳은 남원시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스마트빌리지 보급·확산’ 사업에 선정돼 지난해 11월24일 시작한 비대면 진료 시범운영 거점 경로당 16곳 중 한곳이다.
사전에 비대면 진료를 예약한 주민들은 이곳에서 방문간호사의 도움을 받아 화상으로 진료를 본다. 진료 병원은 지역 내 7개 병원 중 환자가 선택할 수 있다.
이날 처음 비대면 진료를 받은 송연애씨(78)는 “요즘 소화가 계속 안돼서 병원에 가고 싶었지만 시내까지 나가려니 멀어서 미뤄왔는데 경로당에서 편하게 진료받아 놀랍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송씨가 특히 만족한 점은 원스톱 지원 방식. 진료 후 남원시가 자체 개발한 온라인 플랫폼에 접속해 약국을 선택하면 비대면 진료를 통해 발행된 처방전에 따라 약이 조제된다. 조제된 약은 방문간호사가 경로당으로 전달해준다.
송씨는 “평소 고지혈증을 앓아 주기적으로 약을 받아야 하는데 앞으로 비대면 진료로 약을 처방받으면 시내까지 나갈 일이 없겠다”고 흡족해했다.
정귀녀씨(76)는 “의사를 직접 만나지 않고 진료한다길래 의심쩍었는데 간호사 선생님이 주기적으로 와서 건강측정을 하고 가니 화상 진료도 충분할 것 같다”면서 “특히 겨울에는 외출하기 힘든데 경로당에서 진료본 뒤 이웃들과 밥 먹고 쉬고 있으면 약까지 받아갈 수 있다니 농촌에 최적화된 의료서비스”라고 칭찬했다.

비대면 진료는 재진이 원칙이지만, 응급의료 취약지 특성상 이곳에서는 초진도 가능하다.
남원시는 주민들의 평상시 건강 데이터 축적에 나섰다. 고혈압·당뇨 등 노인성 질환 관리를 더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다. 거점 경로당에는 혈압계, 체성분측정기, 자율신경기능 검사기 등 최신 건강측정 장비를 구축해놓고 주기적으로 검사를 진행한다.
양태경 방문간호사는 “경로당마다 2주에 한번꼴로 방문해 비대면 진료와 약 전달, 복약지도를 진행할 뿐 아니라 디지털 장비로 주민들의 평상시 건강 데이터를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는 전담 간호사가 방문하지 않는 날에도 건강측정 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전담 공무원과 해당 마을의 경로당 매니저를 지정해 돕고 있다.
최진경 시 홍보전산과 주무관은 “사업 초기인 만큼 경로당 매니저와 복지센터 직원들이 어르신들을 위해 일일이 손을 잡고 디지털 건강측정을 돕고 있다”면서 “처음엔 낯설어하지만 몇번 한 뒤에는 익숙해져서 궂은 날씨에 멀리 병원 갈 걱정을 안해도 되니 좋다고 (해당 사업을) 칭찬해주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아직 보완할 점도 있다. 올해 비대면 진료에 참여한 지역 의료기관이 의원급 7곳에 불과해 진료 선택권이 제한돼 있다. 강기원씨(72·덕과면)는 “매달 시내로 안과를 다니는 데 대면 진료 횟수를 줄이고 주기적인 약 처방은 비대면 진료로 대체할 수 있으면 편할 것 같다”면서 “(비대면 진료가) 내과와 가정의학과만 가능해 아쉽다”고 말했다.
지원 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방문간호사 3명이 한팀으로 16개 거점 경로당을 순회하는 방식이라 2주에 한번 방문하는 수준이다. 방문간호사 없이는 비대면 진료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진료 편의성을 높이려면 인력 충원이 불가피하다.
남원=윤슬기 기자 sgyoon@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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