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카페] 연말연시, 스마트폰보다 게임기 잡아라…잘못 쉬면 오히려 스트레스

이영완 기자 2025. 12. 30.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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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출 부담, 인간관계가 주된 스트레스 요인
수면, TV 시청 같은 소극적 휴식은 역효과
산책과 취미, 비디오 게임처럼 능동적 휴식 필요
휴일에 집에 앉아 있기보다 자연에서 산책을 하면 뇌에서 부정적 생각과 관련된 영역의 활동이 감소하고 스트레스 호르몬도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들이 잇따라 나왔다./Pixabay

요즘 한국에서도 서구처럼 연말연시(年末年始)에 휴가를 몰아 쓰는 직장인이 많아졌다. 편안하게 쉬면서 한 해를 정리하고 새해 계획을 세우는 시간을 가진다. 하지만 쉬기도 쉽지 않다. 아무 계획 없이 쉬다간 에너지를 보충하기는커녕 오히려 스트레스만 받는 경우가 많다. 어떻게 해야 잘 쉴 수 있을까.

미국 우스터 공대의 심리학자인 스테이시 쇼(Stacy Shaw) 교수는 “겨울 휴일 시즌에 잠을 자거나 TV를 보는 것처럼 생각 없이 쉬기보다 적당한 활동을 동반한 동적 휴식(active rest)을 해야 스트레스를 줄이고 에너지를 보충할 수 있다”고 지난 18일(현지 시각) 비영리 매체인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에 발표했다. 이 매체는 대학이나 연구 기관의 연구자들이 자신의 연구 결과를 직접 소개하는 글을 게재한다.

◇악몽이 되기 쉬운 크리스마스 시즌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연초까지 길게 쉬는 사람이 많다. 최근 국내에서도 크리스마스부터 새해 첫날까지 쉬게 하는 기업이 늘었다. 휴일이 길면 무조건 좋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휴일이 오히려 스트레스 수치를 높이기도 한다.

쇼 교수는 “겨울 휴일 시즌은 재정 지출이 늘고 일상이 깨지면서 심리적으로 오히려 타격을 입기 쉽다”며 “여행 스트레스나 가족 관계 부담까지 더해지면 휴가 내내 정서적 안정감이 저하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래픽=손민균

미국 심리학회가 2023년 20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연말연시 휴일은 다양한 이유로 스트레스를 준다. 선물 걱정이 가장 컸다. 선물 살 돈이 부족하다는 걱정(46%)이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이었고, 선물 고르기(40%)와 과도한 지출(38%)이 그 뒤를 이었다. 가족이나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부담, 상실감도 스트레스 요인이었다.

쇼 교수는 겨울휴가 스트레스를 극복하려면 질 높은 휴식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먼저 TV와 스마트폰부터 멀리해야 한다. 미국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지(誌)가 지난 2002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가장 인기 있는 여가 활동은 TV 시청이었다. 하지만 하루 4시간 이상 TV를 본 사람들은 2시간 미만 시청한 사람보다 TV 시청이 즐겁지 않다고 답했다. 잠깐 보면 몰라도 휴일 내내 TV 앞에 있으면 스트레스만 준다는 것이다.

20년이 지난 지금 TV를 대체한 스마트폰도 마찬가지다. 쇼 교수 연구진이 대학생들을 조사했더니 스마트폰으로 소셜미디어(눈)를 보는 것 역시 휴식 효과를 주지 못했다. 쇼 교수는 소파에 누워 TV나 스마트폰을 보는 정적 휴식 대신 사람과 어울리고 밖으로 나가는 동적 휴식을 하라고 제안했다.

그렇다고 억지로 모임을 만들거나 일정을 촘촘하게 잡으면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 중간중간 쉼표를 넣는 게 좋다. 쇼 교수는 오전에 쇼핑했다면 오후에는 조용한 곳에서 책을 읽으며 회복 시간을 가지라고 권했다. 또 선물을 풀어보고는 바로 정리하지 않고 그대로 두고 산책하는 것도 좋다고 했다. 불충분한 휴식과 활동 부족의 악순환을 끊으라는 말이다.

심리학자들은 연말연시 휴일에 잘 쉬려면 소파에 앉아 TV나 스마트폰을 보는 것보다 비디오 게임처럼 몰입감이 높은 활동을 하는 게 낫다고 조언한다./Pixabay

◇산책, 취미 활동이 뇌 스트레스 감소

휴일에 오히려 움직이는 것이 몸과 마음에 좋다는 것은 이미 여러 연구에서 입증됐다.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2015년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자연에서 산책하면 슬픔이나 머리를 떠나지 않는 생각과 관련된 뇌 영역의 활동을 줄일 수 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영국 에든버러대 연구진은 자연 속 산책이 불안과 스트레스를 줄인다고 밝혔다. 취미 활동도 마찬가지 효과가 있다. 2011년 일본 나라교육대 연구진은 피아노 연주나 서예 같은 취미 활동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를 낮춘다고 발표했다.

휴일이 길어지면 이래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든다는 사람도 있다. 바로 ‘여가 죄책감(leisure guilty)’이 생기는 것이다. 휴가에 대한 기대가 클수록 여가 죄책감도 커진다. 쇼 교수는 휴가가 끝난 뒤에도 지속되는 여가 죄책감을 없애는 데 좋은 몇 가지 방법도 소개했다.

먼저 가족과 완벽한 휴일을 보내야 한다는 기대치부터 낮춰야 한다. 음식 준비를 완벽하게 하거나 선물 포장을 예쁘게 해야 한다는 생각부터 없애라고 조언했다. 또 휴일에는 소파에서 TV나 스마트폰을 보는 것보다 몰입감이 강한 활동이 에너지를 보충하는 데 더 낫다. 쇼 교수는 앞서 연구자들이 추천한 산책과 함께 비디오 게임을 하거나 아이들과 놀아주는 일도 집안일이나 회사 업무를 잊는 데 좋다고 제안했다.

여가 죄책감도 무조건 억누르지 말라고 조언했다. 쇼 교수는 “쉬는 데 대한 죄책감이 들면 그 감정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넘어가야 한다”며 “스트레스가 심한 상황에서는 부정적 감정을 회피하기보다 받아들이는 것이 우울 증상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일하는 것만큼 쉬는 데에도 전략이 필요한 셈이다.

참고 자료

The Conversation(2025), DOI: https://doi.org/10.64628/AAI.6rrsky6ut

Current Psychology(2024), DOI: https://doi.org/10.1007/s12144-023-05112-z

International Journal of Music Education(2011), DOI: https://doi.org/10.1177/0255761411408505

Scientific American(2002), DOI: https://doi.org/10.1038/scientificamerican020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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