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초부터 거침없는 '보수 공략'… 이 대통령 '결정적 한 수' 될까
성장동력 발굴에 사활 건 '실용주의' 인선
'민주당 중도보수론' 따른 정계 개편 신호
靑 "이혜훈, 정부 초기 인재 풀에 포함돼"
통합 위한 '실용주의 인선'에 원칙 있어야
이 대통령 "李, 내란 단절 의사표명 필요"

이재명 대통령의 보수 확장 시도가 거침없다. 통상 정치적 위기 돌파나 정권 말 레임덕 방지를 위해 통합 담론을 띄웠던 역대 대통령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정부 출범 6개월 남짓한 시기에 이재명 정부의 곳간지기인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에 보수 진영 정책통인 이혜훈 전 국민의힘 의원을 지명한 것은 파격 그 자체다. 실용주의 인사 철학을 넘어 향후 정계 개편을 염두에 둔 '공세적 외연확장'이란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성장동력 발굴 나선 이재명식 '실용주의' 인선
여권은 이번 인사를 이 대통령의 성과 중시 기조로 설명한다. 이 대통령은 우리 사회의 극심한 갈등이 저성장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해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것이다. 민생과 직결된 경제팀 진용이 이념적으로 한쪽으로 쏠리지 않고 균형이 필요하다고 봤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29일 이 후보자 임명 배경에 대해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만 정부를 구성하기보다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일지언정 격렬한 토론을 통해 차이에 대해 접점을 만들어 가는 게 합리적 정책을 만들어가는 지점이 될 수 있다"는취지의 설명을 했다고 강유정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이제부터 진보, 보수의 문제도 없다"며 "박정희 정책도 김대중 정책도 필요하고 유용하면 구별 없이 쓰겠다"고 밝히며 실용주의를 강조한 바 있다.

'민주당 중도보수론' 따른 국힘 주변화 신호탄
하지만 정치권 해석은 '실용주의'로 국한하지 않는다. 기획예산처는 정부 예산과 중장기 미래전략을 짜는 핵심부처다. 초대 내각 구성 과정에 '보훈'을 강조하는 보수 진영 출신 권오을 전 의원을 국가보훈부 장관에 기용한 상징성 있는 통합 인선과도 결을 달리한다.
이 후보자가 부산 출신에 서울 강남(서초갑)에서만 3선을 한 보수 중진인 만큼 중도와 보수 진영을 겨냥한 정치적 발탁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민주당 중도보수론'의 신호탄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 시절 "앞으로 민주당은 중도 보수로, 오른쪽을 맡아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이 중도 보수까지 진출해 국민의힘을 소수 극우세력으로 주변화하겠다는 구상이란 해석이 나온다.
조귀동 정치컨설팅 민 전략실장은 "보수진영 인사를 적극 영입해 중도 장악력을 높이고 이미 오른쪽으로 많이 치우쳐 있는 국민의힘을 고사시키려는 주변화 전략으로 볼 수 있다"고 짚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무조건 우리 편만 기용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여권에 긴장감을 불어 넣는 차원도 있어 보인다"고 해석했다.

이혜훈 발탁, 결정적 한 수 될까
다만 이 후보자 지명이 결정적 한 수가 될지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이 후보자의 탄핵 반대 시위 참여와 이 대통령의 기본소득을 비판했던 이력 등이 조명되면서 여권 지지층의 반발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통합'을 명분으로 보수 인사들의 추천으로 임명한 강준욱 청와대 국민통합비서관의 경우, 과거 계엄 옹호, 뉴라이트 이력 논란으로 낙마한 전례도 있다.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친여 유튜브에 출연해 '누가 이 후보자를 추천했느냐'는 질문에 "정부 초기부터 경제 관련 인력풀에 포함됐던 것으로 안다"며 "여러 명이 추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봉합과 통합은 다르다"며 '내란 잔재 청산'을 외쳐 온 이 대통령의 발언과 모순된다는 비판도 나온다. 보수 원로 조갑제 조갑제TV 대표는 이날 SBS 라디오에서 "'윤 어게인'이고 민주당을 내란 세력으로 보는 사람(이 후보자)이 정부 내 내란청산 태스크포스(TF)를 지휘하는 장관이 된다면 자신을 고발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통합을 위한 실용주의 인선에도 '원칙'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용납할 수 없던 내란 등에 대한 발언에 대해선 본인이 직접 충분히 소명해야 하고, 그 부분에 있어 단절의 의사를 좀 더 표명해야 하는 게 맞는 것 아니냐"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강 대변인이 전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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